
홍대 지하철 역에 빠알간 의자가 생겼다.
그 끝에 앉아 멍하니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엉엉 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공교롭게도 같은 의자의 반대쪽 끝,
너무도 선명한 그 붉은 빛 위에서 한 여자가 울고 있다.
여자라고 하기엔, 아직 앳된, 길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
양갈래로 묶은 머리 위에 얹어진 분홍색 캡모자의,
여자아이가.
문득 다가가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괜찮다고,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지더라고.
그런 상투적인 말 한 마디라도 해주고 싶은 오지랖,
아님 휴지라도 한 장 건네고 싶은 안쓰러움.
언젠가도 집에 가는 길,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다가
우는 여잘 본 적이 있다.
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그 여자는
모자도 쓰지 않았는데,
주변 상황은 전혀 인식할 수 없다는 듯
대성통곡을 하며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기분 좋게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갑작스런 비보에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다는 듯.
그들에게서 어느 시절의 나를 만난다.
누군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던 적도 있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상실, 혐오 때문이었던 적도, 나 하나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억울함 때문이었던 적도 있었다.
머릿속으로 무언가 판단을 내리거나 생각할 틈은 없다.
그냥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그 폭발적인 울음소리와 끝이 없을 것 같은 눈물의 양은
다른 것을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슬픔이든 고통이든, 찾아오는 그 감정에
잠시잠깐이나마 자신을 내맡길 줄 안다는 건,
그건 건강하고 자연스럽다.
우는 여자의 울음소리와 흔들리는 어깨,
남을 의식한다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일그러진 표정엔
살아 있다는 생동감,이 있었다.
나, 지금 너무 슬퍼요. 도와줘요. 나 어떡해요...
빛나던 슬픔의 순간은 눈물을 타고 사라져버릴 거다.
그러면 그 빈 자리엔 또 긍정의 감정이 자리잡겠지.
그것이, 최대의 자연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