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지하철 역에 빠알간 의자가 생겼다.

그 끝에 앉아 멍하니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엉엉 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공교롭게도 같은 의자의 반대쪽 끝,

너무도 선명한 그 붉은 빛 위에서 한 여자가 울고 있다.

여자라고 하기엔, 아직 앳된, 길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

양갈래로 묶은 머리 위에 얹어진 분홍색 캡모자의,

여자아이가.

 

 

문득 다가가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괜찮다고,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지더라고.

그런 상투적인 말 한 마디라도 해주고 싶은 오지랖,

아님 휴지라도 한 장 건네고 싶은 안쓰러움.

 

 

언젠가도 집에 가는 길,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다가

우는 여잘 본 적이 있다.

손에 잔뜩 쇼핑백을 든 그 여자는

모자도 쓰지 않았는데,

주변 상황은 전혀 인식할 수 없다는 듯

대성통곡을 하며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기분 좋게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갑작스런 비보에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다는 듯.

 

 

그들에게서 어느 시절의 나를 만난다.

누군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던 적도 있었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상실, 혐오 때문이었던 적도, 나 하나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억울함 때문이었던 적도 있었다.

머릿속으로 무언가 판단을 내리거나 생각할 틈은 없다.

그냥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그 폭발적인 울음소리와 끝이 없을 것 같은 눈물의 양은

다른 것을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슬픔이든 고통이든, 찾아오는 그 감정에

잠시잠깐이나마 자신을 내맡길 줄 안다는 건,

그건 건강하고 자연스럽다.

우는 여자의 울음소리와 흔들리는 어깨,

남을 의식한다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일그러진 표정엔

살아 있다는 생동감,이 있었다.

나, 지금 너무 슬퍼요. 도와줘요. 나 어떡해요...

빛나던 슬픔의 순간은 눈물을 타고 사라져버릴 거다.

그러면 그 빈 자리엔 또 긍정의 감정이 자리잡겠지.

그것이, 최대의 자연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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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7-19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도 그렇게 보일까요?ㅎㅎ
남자의 울음은 가슴이 울고, 어깨가 울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전 우는 남자의 들썩이는 어깨가 제일 슬퍼 보입니다.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7-2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가 울면 왠지 더 슬퍼보이죠? 왜 그럴까. 아마도 남자가 눈물을 흘리기까지 많은 시간을 억누르고 자제해왔을 텐데 오죽하면 저렇게 울까 싶어서 더 안타깝게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우는 남자는 건강한 남자라고 생각한답니다. 여자든 남자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다는 건, 그것이 슬픔이든 기쁨이든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