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를 방문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흔적은 잘 안 남기나 여기저기 자주 들어가보는데. 무엇보다 그 많은 폴더들. 그 폴더들이 주는 위압감이랄까. 위압감이라고 하면 웃기지만 그게 무엇이든 분류 못하고 정리 못하는 나에게 그 폴더들은 놀라움을 넘어 하나의, 위압이다.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와 같은 마음이 들면서 뭘 먼저 클릭하고 봐야할지 안절부절못하다가 새글만 클릭해서 보고 나와버린다. 별것 아닌데도 그렇다. 능력은 안 돼면서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어서 하면 다 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포기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만약에 마음에 드는 서재가 있어서 즐겨찾기를 해놓았다고 하면 꼭 들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리다가 시간이 흐르면, 아예 발길을 돌려버린다. 이것은 관심의 문제라기보다는 성격의 문제다. 그냥 설렁설렁 봐줘도 모를 텐데, 그냥 대충대충 분류 해놓아도 괜찮을 텐데. 꼭 선을 그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니 폼 좀 내보려다 어설픈 모습만 잔뜩 보여주고 만다. 하지만 이젠 어설퍼도, 마구마구 벌여놓고 뒷수습을 못해도, 그 모습 그대로 즐기고 싶다. 그러려고 한다.
내 머릿속은 아직도 인생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하다. 버릴 만큼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바라보는 그곳은 현실에는 없고, 머릿속에 지극히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릴 적 숨겨진 부자 아빠가 나를 데리러 올 거라고 믿었던 그 심정으로, 20대 초반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던 그 마음으로. 나는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현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남들과 같은 고민을 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붓고 살았던 지난 날의 삶이 조금은 초라해보인다. 그들의 삶이 인생의 정답이라거나 행복의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동안 현실에 몸을 부딪히고 살아가는 걸 너무도 기피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 가리고 아옹해도, 아무리 멋진 꿈을 꾸어도, 사실 바뀌는 건 없으니까. 그래서 조금 치열해볼까 한다. 어떤 글에서 읽었는데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는 세상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딪히고 자꾸만 경험하면서 세상을 온몸으로 끌어안는다고. 하지만 아둔한 아이는 실패할까봐 두려워서, 잘 되지 않을까봐 겁나서 그 세상으로부터 도망간다고 한다. 나는 그 아둔한 아이가 나 같아서 코끝이 찡했다. 그리고 세상을 껴안고 살아보고 싶어졌다. 어차피 빈몸으로 죽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을까. 아니, 두렵지만, 모두가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전한다는 것을 알았다. 너도 나도 같은 마음이니 부끄러워도, 두려워도, 겁나도, 좀더 풍덩, 뛰어들고 싶다. 내 인생이니까, 맨날 울면 억울하잖아. 그러니까 웃으면서 즐기면서, 두려워도 도전하면서.
이천칠년은 멋질 거야.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