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12 - 애장판, 완결
카츠라 마사카즈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전영소녀 비디오」의 작가 마사카츠 카츠라의 작품이다.

이 만화를 보게 된건 전적으로 「전영소녀 비디오」때문이다. 이젠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 학창시절 어느 시점에 나는 우연히 「전영소녀 비디오」라는 만화를 보게되었고, 비디오에서 튀어나온 묘한 분위기의 '아이'에게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같은 작가의 만화라기에 주저없이 보게 되었고, 전영소녀때보다 한층 나아진 그림과 스토리라인이 좋았다. 어설픈 SF를 벗어나 사춘기 소년 소녀의 가슴졸이는 사랑 얘기라는 좀 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으로 전영소녀에 비해 더 설득력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까지 느끼며 읽게되었다.

주인공의 순수함과 우유부단함, 그리고 '이오리'의 사랑스러운 모습들, '테라타니'와 '고시나에'의 멋진 우정, '이츠키'의 발랄하고 용기있는 모습, '이즈미'의 적극적인 모습, '아소'의 연약하지만 강한 모습 등이 잘 표현되었으며, 이런 요소들이 잘 결합하여 전체적인 긴장도를 높이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작품의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 이브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본 애니메이션 <아이즈 퓨어>에서도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 이브 장면을 위주로 만들어졌고, 개인적인 생각에는 <아이즈 퓨어>의 각색이 꽤 마음에 들어서 어떤 의미에서는 원작보다 더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가지 불만은 주인공의 고백 이후 후반의 전개가 다소 깔끔하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다. 답답한 전개도 마음에 안들고, 억지스러운 결말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작가의 의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질질 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백 장면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듯한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두가지 결말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작가가 처음 연재할 때의 결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단행본으로 출판되면서 작가가 수정한 결말이다. 나는 두번째 결말밖에 보지 못했다. 첫번째 결말은 일본에서 연재된 내용으로 확인 할 수 밖에 없는데,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떻게 고쳤는지 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건, 한 여자를 위한 주인공의 변한없는 마음이다. 온갖 괜찮은 여자들이 계속해서 주인공에게 반하고 덤벼드는 비현실적인 조건들 속에서도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지켜낸다. 결말에 비춰볼때 고백이란 단지 말 한마디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고백이라는 것을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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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병기 그녀 1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이 만화를 접하면서 왠지 모를 거부감같은게 있었던게 사실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는 얘기는 이 만화를 두고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그냥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하나하나 마음에 안들어하면서도 그냥 읽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점점 더 열중하고 있는 나를 느끼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치세' 와 '슈지' 의 작고, 수줍고, 아름답고,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너무나도 소중한 사랑이야기에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만화가 SF물이라는 사실은 그냥 접어두자. 그것은 그냥 이 작품의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작은 소년과 가녀린 소녀의 사랑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겪어 나가는 소중한 사랑의 흔적들을 따라가다보면 그것은 어느새 학창시절 내 이야기가 되어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 만화가 그토록 유명한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만화의 단점은 어설픈 SF가 오히려 작품의 주제 사랑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러한 설정 때문에 더 슬프고 애절하고 극적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이 만화가 성립이 되는 것이지만 작품안에서 작가가 분배를 좀 더 잘해줬으면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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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비츠 1
CLAMP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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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후배가 권해서 우연히 보게 된 '쵸비츠'라는 만화책은 무척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인조인간이나 로봇이 아닌 인형컴퓨터라는 특이한 설정도 신선했으며, 작고 귀엽고 깜찍한 모바일 컴퓨터들도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치이' 라는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주워온 컴퓨터가 다만 '치이' 라는 말밖에 하지 못해서 붙였다는 설정. 간단명료하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어감도 좋아서 무척 잘 지은 이름이란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왠지 귓가에 '치이' 하고 목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치이'의 이름이 참 좋았던 반면 '치이'의 케릭터는 다소 불안정하다. 만화의 전개를 위해 어쩔수 없었던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갑자기 그것도 매우 빨리 말을 다 배워버린 '치이'는 아주 어색하다. 게다가 '치이'의 과거를 너무 장황한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전개가 나중에가면 다소 김이 빠져버리는 듯한 결말 때문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뭐니뭐니해도 이 만화는 주요 케릭터를 받쳐주는 주변 케릭터의 역할이 무척이나 돋보인다. '히데키'의 주변에서 인형컴퓨터와 관련된 각종 사연들을 가진 인물들과 또한 그들의 인형 컴퓨터들은 개성이 넘치고 또한 매력적이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 '스모모' 였다. 작고 앙증맞은 모바일 컴퓨터. 게다가 '스모모'의 아주 깜찍한 체조는 읽으면서 새삼 나도 따라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만약 '치이' 처럼 사람 크기의 인형컴퓨터라면 조금 부담스러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스모모' 처럼 조그만 모바일 컴퓨터가 실제 존재한다면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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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지음 / 창비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96년 '풀' 을 처음 읽고 팬이 되어버린 이후 너무나도 좋아해왔던 하성란씨의 세번째 단편집이다. 반가운 마음에 읽어가던 나는 문득 왠지 모를 낯설음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

이전까지 작가의 출간된 작품 거의 모두를 읽어왔기에 작가의 문체, 분위기 등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고개를 갸웃하게 될 만큼 이 책은 낯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가 이제는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에 얽매이지 않기위해 그것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바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우리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들을 이야기 하면서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이전까지 작품들에서 평범한 현대인의 일상을 쫓아가며 현실을 이야기하던 것과 비교하여 분명하게 달라진 태도이다.

게다가 이야기꾼으로서 그녀의 문장력이나 상상력은 한층 더 성숙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전까지 묘사에 치중되어있던 무게중심이 이젠 서사에도 적절히 분배되어 작품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 작가를 설명하는 말이 세밀한 묘사 라던가, 영화적 표현 이라던가 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전반적으로 균형을 갖춘 작가가 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프랑스의 설화인 '블루 비어드' 에서 착안하여 작가의 재치있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작품이다. 절대로 열어서는 안되는 방을 열었던 푸름수염의 아내들은 차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 방에 전 아내들의 시체가 쌓여있기 때문이라는 설화에서 그렇다면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왜 죽었을까 라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부터 이 작품은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멋진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하성란 작가의 뛰어난 수작들로 가득 채워진 이 책은 너무나도 좋다라는 평가외에는 할수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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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여자
하성란 지음 / 창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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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씨의 두번째 단편집이다. 게다가 작가의 첫 주요 문학상 수상작인 '곰팡이꽃'이 실려있는 책이다. 막상 살때는 몰랐는데 읽으면서 보니 역시나 반이상의 작품들을 이미 여러곳에서 읽은 후였다. 게다가 내 기억에 표지에 단편집이란 소개가 없었던것 같은데 그래서 처음엔 내가 모르는 하성란씨의 장편이 있었나 라고 고개를 갸웃했던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하성란씨의 책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품 하나하나 에서 이제는 완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하성란씨 특유의 분위기와 세밀한 묘사가 잘 드러난다.

하성란씨의 작품은 무척 독특하다. 독특한 만큼 독자들의 평가도 제각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망설임없이 하성란씨를 말하지만 대개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 하성란씨의 작품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현실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현실은 차갑고 무겁고 어둡게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밋밋하고 개성이 없어보인다. 그들은 별 특징없는 일상을 묵묵히 살아나갈 뿐이다.

하지만 작가가 바라보는 현실은 의외로 따뜻하다. 평범한 인물들이 다람쥐 챗바퀴 돌듯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어둡고 무거운 현실속에 작가는 현대인의 삶을 모습들을 그려낸다. 이러한 작가의 표현방법은 무척 뛰어나서 독자들에게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러한 현실을 담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여지를 남겨둔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에서는 작가의 초기작 '풀', '두개의 다우징', '루빈의 술잔' 등에서 선보였던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가 한층 더 완성되어져 읽는 내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었던 '곰팡이꽃' 뿐만 아니라 '옆집여자', '올콩' 등에 작품들 하나 하나가 모두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 했으며, 특히 '양파' 의 경우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랄 만큼 작품의 구성과 묘사가 완벽하다고 생각된다.

한번 손에 잡으면 읽고 또 읽게 되는 멋진 작품들이 수록되어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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