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하성란 지음 / 창비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96년 '풀' 을 처음 읽고 팬이 되어버린 이후 너무나도 좋아해왔던 하성란씨의 세번째 단편집이다. 반가운 마음에 읽어가던 나는 문득 왠지 모를 낯설음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

이전까지 작가의 출간된 작품 거의 모두를 읽어왔기에 작가의 문체, 분위기 등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고개를 갸웃하게 될 만큼 이 책은 낯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가 이제는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에 얽매이지 않기위해 그것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바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우리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들을 이야기 하면서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이전까지 작품들에서 평범한 현대인의 일상을 쫓아가며 현실을 이야기하던 것과 비교하여 분명하게 달라진 태도이다.

게다가 이야기꾼으로서 그녀의 문장력이나 상상력은 한층 더 성숙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전까지 묘사에 치중되어있던 무게중심이 이젠 서사에도 적절히 분배되어 작품이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 작가를 설명하는 말이 세밀한 묘사 라던가, 영화적 표현 이라던가 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전반적으로 균형을 갖춘 작가가 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프랑스의 설화인 '블루 비어드' 에서 착안하여 작가의 재치있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작품이다. 절대로 열어서는 안되는 방을 열었던 푸름수염의 아내들은 차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 방에 전 아내들의 시체가 쌓여있기 때문이라는 설화에서 그렇다면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왜 죽었을까 라는 재미있는 질문에서 부터 이 작품은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멋진 작품으로 우리를 찾아오는 하성란 작가의 뛰어난 수작들로 가득 채워진 이 책은 너무나도 좋다라는 평가외에는 할수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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