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얼어 죽는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마땅히 입을 겉옷이 없어서 좀 망설였다. 분명 추울텐데, 그렇다고 겨울 잠바를 꺼내입기는 좀 그렇고, 이맘때 입을 만한 옷이 없네. 시청에 가서 공무원을 만나야 해서 조금은 격식을 갖춰야 하는데, 뭘 입어야 할까? 몇 해 전 누군가에게 얻은 얇은 검은색 코트를 입고 나왔다. 나올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낮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는 오히려 덥기도 했다. 계속 뛰어다녔으니. 그런데 해가 떨어지고 나서는 찬 바람에 많이 추웠다.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서는데, 동네 형님과 마주쳤다. 쓱 보더니. 멋있다고 한 마디 하신다. 그냥 웃으며 지나치려는데, "멋쟁이는 얼어 죽는다"고 한 마디 하신다. 아니 그러니까 난 멋쟁이는 절대 아니고, 그저 입을 옷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얻은 낡은 코트를 입었을 뿐이라구요. 하지만 찬 바람 맞으며 식당을 찾아 나서는데, 진짜 추웠다. 얼어 죽을 것 같았다. ㅜㅜ
그제와 어제 입었던 옷은 분명 겉옷, 즉 잠바였는데, 나한테 완전 꼭 맞아서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입으면 지퍼가 잠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퍼를 열고 다니면 완전 안 어울리는 스타일이라 입을 수가 없었다. 이 옷도 몇 해 전에 누군가가 준 것인데, 이런 옷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이사올 때 옷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 이런 옷이 있었네. 내가 돈 주고 살만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못 입겠다고 판단하고 다시 옷걸이에 걸어 두려다가 생각했다. 티셔츠를 안 입고 입으면? 그래서 셔츠를 벗고, 속옷(런닝셔츠)만 입고 그 위에 입어봤다. 지퍼가 간신히 잠겼다. 다행히 요즘 배가 쏙 들어가서 입을 수 있었다. 숨을 좀 깊게 쉬면 가슴이 부풀어올라 가슴이 꽉 쬐는 느낌이 들만큼 내 몸에 딱 붙었다. 이건 쫄티가 아니라 쫄잠바라고 불러야 하나.
안감이 기모로 되어 있어서 따뜻했고, 겉은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 정도면 셔츠 안 입고 다닐 수 있겠구나. 그러고 이틀 동안 돌아다녔는데, 난방이 잘 된 실내에 있으면 더워서 땀이 났다. 그렇지만 이 옷을 벗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속옷만 입고 있을 수는 없으니. 밤이 되어 찬 바람이 불면 배 밑으로 찬 바람이 들어와서 또 추웠다. 이 옷도 참 입기 애매한 옷이구나.
거울 보는 것이 즐겁다
오늘 아침 샤워를 하고 알몸으로 거울을 한참 들여다봤다. 이제 거의 결혼 전, 그러니까 20대 후반 몸매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공복일 때 그렇다는 얘기. 식사를 하고 나면 배가 좀 나온다. 아직 아랫배가 살짝 나왔고, 옆구리에 조금 군살이 있는데, 이건 아마 술 때문일 듯. 술을 좀 적게 마셔야 완벽한 몸매가 될텐데, 지금 이 삶에서 술마저 마시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다. 술이 있어서 그나마 지금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계속 입맛이 없어서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 아침과 점심은 거의 거르고, 저녁엔 술을 마시며 안주를 조금 먹었다. 밥을 안 먹었더니, 이제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어제는 너무 힘이 없고, 자꾸 몸이 축 쳐져서 늦은 점심을 김밥 하나로 때웠는데, 세상에 김밥 한 줄을 다 못 먹겠더라. 삼분의 이 정도 먹고 나서 배가 부른 느낌이 들었다. 예전엔 김밥에 라면까지 다 먹어도 모자랐는데.
운동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은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요 며칠은 계속 못하고 있다. 바쁘기도 하고, 의욕이 안 생기기도 하고. 내 목표는 옷맵시를 위해 뱃살을 빼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막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전체 근육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근육을 키우는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래서 늘 하는 것이 스내치 운동이다.
지금은 바벨을 들 기회가 없어서 케틀벨로 스내치를 익히고 있는데, 아직 자세를 충분히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들기에는 무게가 좀 무겁다. 좀 더 가벼운 무게로 하나 사고 싶은데, 지금 집에서 언제 이사 나갈지 몰라 짐을 늘리는 것이 또 한편으로 부담스럽다. 이미 들어올 때보다 짐이 많이 늘었다. 그래서 덤벨로 마치 바벨을 든 것처럼 스내치를 하는데, 그러기엔 바벨이 또 너무 가볍다. 이래저래 운동에 흥미가 잘 안 생기는 상황이다.
마치 속옷 모델처럼
집을 나와 산 지, 몇 달이 지났다. 제일 먼저 한 일이 전신거울을 사는 거였다. 그리고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옷을 벗고 거울 앞에서 운동을 했다. 운동을 마치면 내 몸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그 사진들만 놓고 보니, 마치 속옷 모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속 속옷만 입은 채로 사진을 찍었으니, 다른 건 바뀐 게 없이 매번 다른 속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 속으로 부업으로 속옷 모델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으나, 그러기엔 얼굴도 안 되고, 키도 작았다. 근 선명도가 좋은 편이라 보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지만, 근육이 큰 편이 아닌 것도 문제다.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속옷 상자에 실린 사진에는 얼굴이 안 나온다. 키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겠다. 그저 복근이 선명하고, 허벅지 근육이 탄탄하면 좋겠다. 복근은 뱃살이 빠지면서 많이 선명해지긴 했지만, 아직 좀 부족하다. 허벅지는 음 글쎄. 예전부터 워낙 하체 운동을 등한시해서 그닥 자신이 없다. 역시 안 되는 구나. 속옷 모델.
관심 도서
누구한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늘 혼자 운동을 하다보니 책을 읽으며 자꾸 배워야한다. 동영상도 계속 찾아봐야 하고. 운동 관련 책은 늘 비싸서 사려면 부담스럽다. 도서관에도 책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지 않고, 빌려 읽어서는 또 아쉽운 점이 많다.
한동안 맨몸 운동에 집중했을때, 데스런 동영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전에는 맨몸 운동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완전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맨몸으로도 엄청난 강도로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책은 어떨지 궁금하다.
내가 목표로 하고, 재밌어하는 운동은 온 몸의 힘을 코어에 집중해야 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늘 나오는 프랭크와 복근 운동 몇 가지 외에도 더 재밌고 다양한 운동이 있을테고,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책이 있었네.
요거 조만간 구해서 따라해 봐야겠다.
바벨 운동은 어렵고 힘들다.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맞지 않고, 무게가 무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어 한계에 가까운 무게를 들어올리는 기쁨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실력이 꾸준히 늘텐데, 어릴 때 약수터에서 어떤 아저씨에게 돌 역기를 들어올리는 방법을 배운 게 다였고(다행히 인상과 용상 둘 다 배우긴 했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바벨 운동을 안 하면서 다 잊어버렸다.
스내치에 미쳐서 운동에 다시 흥미를 가진 게, 2013년이었던가? 그때부터 4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별로 실력이 늘지 않았다. 좀 안정적인 집을 구하면 제일 먼저 할 일은 바벨을 사는 것. 지금까지처럼 띄엄띄엄 헬스클럽에 등록했을 때에만 해서는 당연히 실력을 늘릴 수 없다. 가까이 두고 자주 해야 그만큼 더 늘겠지.
그냥 덜컥 구매하기엔 책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한 번 살펴본 후에 구매를 결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