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청바지는 항상 민망한 부분부터 해지는 걸까?
한 3주쯤 전에 여름에 주로 입던 청바지가 찢어졌다. 뒷주머니 바로 옆 엉덩이 부분, 허옇게 낡고 닳았던 부분이 뜯어졌다.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 구멍이 나 있었다. 분명 이러고 돌아다니면서 남들에게 팬티가 보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집에 돌아와서 이 옷을 다시 입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는데, 살펴보니 가랑이 부분도 여러군데 해져서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예전부터 청바지는 대부분 가랑이 부분이 해지면서 못 입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 오래 입지 않았음에도 그 부분은 금방 닳아 찢어졌다. 팬티도 조금 오래 입으면 항상 그 부분이 해져서 구멍이 났다. 예전에 좋아했던 청바지는 다른 곳은 멀쩡했기 때문에 옷수선집에서 천을 덧대어 꿰매 입었는데, 착용감도 좋지 않았고, 금방 그 주위 부분이 다시 해졌다.
이번에 찢어진 청바지는 한 6년쯤 전에 동네 구제샾에서 샀다. 살때부터 제법 낡은 상태였다. 비교적 얇은 천이라 여름에 입기에 딱 좋았다. 하나 흠이라면 앞부분이 지퍼가 아니라 단추로 되어 있어서, 옷을 입고 벗을때와 화장실 다녀올때 불편했고, 가끔 앉을 때 단추 틈새가 벌어져서 주위 시선이 신경쓰이기도 했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사서 몇 년간 잘 입었으니 그만하면 됐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바지가 찢어지고 한 동안 봄, 가을에 주로 입던 청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활동량이 많은 날에는 땀이 나서 힘들었다. 한 일주일쯤 지나서 다시 여름 청바지를 사러 갔다. 신기하게 요샌 청바지도 쿨패션으로 여름에 입기 좋게 얇고 통풍이 잘되는 소재로 나온 옷들이 있더라. 마침 반 값 세일하는 품목들이 있어서 한참을 골랐다. 평소 입던 사이즈를 입어봤더니 허리가 조금 컸다. 확실히 요새 허리가 조금 가늘어졌음을 느낀다. 그보다 한 치수 아래 사이즈를 입어봤다. 허벅지에서부터 꽉 끼기 시작해서 허리가 들어가긴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불편한 느낌이었다. 조금 고민하다가 평소 입던 사이즈를 구매했다.
바로 그 옷을 입고 다녔는데 진짜 청바지를 입은 것 치곤 꽤 착용감이 좋았다. 다만 걷다보면 자꾸 바지가 내려가서 자꾸 끌어올려야 했다. 어디 급하게 뛰어갈 일이 있었는데 바지가 흘러 내려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고민을 시작했다. 한 치수 작은 것으로 바꿀 것인가? 허리띠를 찾아서 계속 입을 것인가? 바꾸러 다시 가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한 번 입었던 옷을 쉽게 바꿔주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허리띠를 찾기 시작했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결혼할 때 허리띠를 산 기억이 있는데, 이 집 어느 구석에 박혀 있을텐데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허리띠를 사용한 기억이 거의 없다. 아주 가끔 정장을 입을 때만 썼던 것 같은데, 한동안 정장 입을 일 자체가 거의 없었다.
며칠동안 흘러내리는 바지를 끌어올려가며 그 옷을 입고 다녔다. 몇 번이나 처음부터 한 치수 아래 사이즈를 살 걸하고 후회를 하기도 하고, 바로 바꾸러 갔어야 했는데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전 책 정리를 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허리띠를 발견했다. 방 한 켠에 쌓여있던 책 더미 사이에 구겨져 숨어 있었다. 이제 더이상 바지가 흘러내리지는 않는데, 옷 맵시와 착용감이 좀 아쉽다. 그리고 허리띠 무게만큼 바지가 무거워진 것도 아쉽다.
'늙었다' 와 '어려보여요' 사이에서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한 사람을 만났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일상을 지켜보던 사이라, 한 5~6년만에 만났음에도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본 후로 시간이 지났만큼 서로 외모가 제법 변했다. 그 분은 오히려 더 젊어진 느낌이었다. 살도 좀 빠졌고, 얼굴에 생기가 느껴졌다. 페이스북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 비해 활동이 더 많아졌는데, 그래서 더 젊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 분이 나를 보더니 첫 마디가 늙었다 였다. 근육은 다 어디갔냐며, 예전의 그 몸짱 청년을 찾더라. 그래서 그 몸짱 청년은 배 나온 중년 아저씨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분 예전이나 지금이나 말이 직설적이다. 돌려말하지 않는다. 뭐 시간이 지난 만큼 늙었다는 건 어쩔수 없으니 인정하는데, 서운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반면 난 더 젊어졌다고,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 칭찬을 마구 던졌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할 말도 많았다. 한 4시간 가량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처음에 그렇게 섭섭하게 해놓고는 나중엔 또 나에게 남자로서 매력이 있다고 자심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자신이 나이가 좀 더 어리고, 싱글이었다면 분명 나에게 관심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나는 속으로 선배처럼 직설적인 분이라면 내가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하던 어느 마을기업 대표님께서 나이를 물으셨다. 바로 답을 했더니, 인상을 확 바꾸면서 진짜냐고? 농담하지 말고 다시 말하란다. 맞다고 했더니, 그렇게 안 보인다고 했다. 자신은 20대로 봤다고, 많이 봐도 30대 중반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본인 큰 아들이 지금 30대 중반인데, 오히려 아들보다 내가 더 어려보인다고 했다.
이 반응은 대체 뭘까? 며칠 전 누군가는 나를 보자마자 늙었다고 했고, 오늘은 또 20대로 보인다는 소리를 듣다니. 물론 나와의 친밀도와 유대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가끔 처음 만났거나, 서로 알아가는 단계에서 나이에 비해 어려보인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 대표님과는 작년부터 잊을만하면 한번씩 같이 밥을 먹었는데, 나이 얘기는 처음이었나보다.
뭐 누군가에게 늙어보이거나, 젊어보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나이에 맞게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비가 쏟아지니 술 생각이 난다. 벌써 일주일째 하루도 안 빠지고 술을 마셨건만, 대낮부터 일은 때려치고 전 부쳐놓고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싶다.
오늘도 책 이야기
한동안 일과 관련한 책만 읽었는데, 요즘은 일부러 소설을 좀 찾아 읽었다. 사놓고 안 읽었던 책들, 선물받고 안 읽었던 책들이 잔뜩 있었다. 소설을 몇 권 읽었더니,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마침 책 정리를 하다가 구석에서 오래전 써놓은 습작노트도 발견했다. 제법 오랫동안 차근차근 읽어봤다. 분명 내가 쓴 글이 맞는데, 무척 낯설었다. 대체로는 미숙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고, 가끔 이렇게 표현했구나 싶게 잘 썼다 싶은 부분도 있었다. 습작노트를 덮으며 내린 결론은 소설을 쓰려면 아직 멀었구나 였다. 아마 소설에 대한 욕심이 좀 더 컸다면, 당장이라도 시간을 쪼개어 글쓰기 연습을 할테지만, 그 보다는 지금의 삶에 좀 더 충실하다가 나중에 변화가 생기면 해보고 싶다는 정도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번 주부터 읽기 시작한 책. 열심히 읽고 소개글을 남기리라 결심한 책이다. 내일 장거리 출장을 다녀오면서 거의 다 읽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