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김에 글도 쓰자


평소에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막상 서재에 들어와 글쓰기를 누르면, 순간 누군가 삭제 버튼을 누른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진다. 며칠 전, 우리 위대한 대통령께서 저 멀리 파리까지 날아가서 큰 웃음을 주셨는데, 주위 많은 사람들이 위대하신 대통령의 유머코드를 미처 이해하지 못해 웃지 못하길래, 그게 왜 우스운 일이고, 특히 외국에서 훨씬 더 많이 웃었을 거란 걸 글로 써서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짬을 내지 못했다.


다행히 녹색당에서 바로 논평을 냈고, 그걸 언론이 실어서 한때 이슈가 되었다. 다음날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관련 자료를 준비해 줄 수 있는지 요청이 왔다. (엄밀히 말하면 한 다리 건너서 왔다.) 당시는 무척 바쁜 시간이었고, 그 자료는 준비된 것이 아니라 찾아서 만들어야 할 성격인데, 한 다리 건너 들어서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도 제대로 파악 못했다. 일단 찾아는 보겠다고 답해놓고, 다른 일을 한참 하고 있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급했던 그 선배가 직접 자료를 찾아서 일단 해결했다고. 나중에 녹색당에서 낸 보완 자료를 보고, 아! 그래서 급했던 거구나 싶었다. 시간이 있었다면 좀 더 구체적인 데이터와 표를 보내줄 수도 있었겠다 생각했지만, 어쨌거나 이미 지난 일이었다.


[녹색당 논평]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 박근혜 대통령, 기후변화총회에서 ‘가상의 나라’ 이야기

http://kgreens.org/commentary/6399/


[녹색당 해설 자료] 박 대통령 기후변화총회 연설 비판 녹색당 논평 

(“안에서는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관련 해설 자료

http://kgreens.org/commentary/%ED%95%B4%EC%84%A4-%EC%9E%90%EB%A3%8C/


주말에도 밤 늦게까지 몸을 쓰는 일을 하고, 비록 시간은 늦었으나 몸쓰는 일을 했으니, 술은 한 잔 마셔야지 하고 함께 일했던 분들과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의외로 잘 알아듣는 분이 계셨다. 그렇구나! 다들 못 알아듣는 줄만 알았더니, 의외로 아는 사람들도 있구나.


오늘은 일을 더 하려고 남았건만, 오늘 해야할 일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건만, 아까 한참 전에 잠깐 들여다봐야지 하고 서재에 들어왔던게 벌써 몇 시간 전인지 모르겠다. 에이! 뭐 이런 날도 있는거지. 내일 또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내친 김에 글쓰기 버튼까지 눌렀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쓰고 싶은 꺼리가 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하지만 막상 지금은 뭘 써야할지 몰라 막막하다.


녹색당 이야기 조금 더 


이왕 녹색당 이야기를 꺼냈으니 조금만 더 하자. 아니 우선 얼마전 비례대표 의석 수를 줄이는데 합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이야기를 해야겠다. 12월 3일자 프레시안 기사를 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3일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의장실에서 만나 논의한 끝에 비례대표 의원 수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양당 원내대표가 회동 후 브리핑에서 밝혔다."고 한다. 계속 읽다보면 "즉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의석 관련 입장은 '축소 불가'(지난달 초순까지) → '축소도 성의있게 검토'(지난달 중순) → '줄일 수 있다'(12월 3일 6자 회동에서)로 바뀌어 온 셈이다." 라고도 알려준다.


뭐 새정치나 새누리나 50보 100보 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터라 놀랍지는 않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 나라는 지금껏 소선거구 단순다수득표제로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단순히 표를 더 많이 얻은 단 한 사람을 선출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무능하면서도 권위만 앞세우고, 제 잇속만 채우는 정치인들을 양산했다. 아무리 많은 표를 받아도 2등이 되면 낙선하기 때문에, 선거는 정책과 공약이 아닌 비방만으로 치뤄지고, 사표 심리 때문에 괜찮은 후보라도 당의 인지도가 낮으면 표를 받기 어렵다.


이러한 폐해 때문에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현행 18%에서 33.3%까지 확대하는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정당의 권역별 득표율과 의석수를 최대한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새누리와 새정치 라는 이름만 새것일 뿐, 아주 구태의연한 자들이 모여 이 모든 논의를 후퇴시키며, 오히려 비례의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녹색당은 이번에 전 당원 온라인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했다. 총 5명의 비례 후보를 내기로 했는데, 선거에 나선 이는 모두 6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정치인이 아닌 우리 이웃이라 할만한 분들이다. 간단히 소개해보자. 중학교 국어 교사였다가 밀양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소식을 접하고 송전탑 반대 싸움에 나선 이계삼 선생님, [어느날 그 길에서], [작별], [잡식 가족의 딜레마] 등 동물들의 생명권에 대한 다큐 작업을 해온 황윤 감독님, 기본소득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청년 활동가 김주온 님, '오늘 공작소'라는 단체에서 청년 활동을 이어온 신지예 님, '하늘소년' 이란 이름의 1인 인디밴드이며, '전국 세입자 협회' 활동가인 김영준 님, 부산에서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오신 구자상 님 이렇게 6명이다.


이 분들은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고 서로 토론하며 내부 경선을 치뤘다. 그리고 총 선거권자 5,595명 중에 2,960명 의 투표로(투표율 52.9%) 5명의 후보를 선출했다. 나는 내가 속한 당이 이러한 절차를 통해 비례 후보를 선출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이 후보들 어느 누구도(안타깝게 5명에 속하지 못한 1분도) 기존 정치인에 털끝하나 모자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부탁드린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는 역량 있는 분으로, 당이 아닌 정책을 보고 선택하시길 바라고, 비례 투표는 꼭! 녹색당을 찍어주시길 바란다. 아니 비례 투표를 단순히 당 이름만 보고 정하지 마시고, 그 당의 정책과 비전 그리고 후보의 면면을 잘 살펴보고 투표해주시기 바란다. 저 위에서 언급했듯 말 바꾸기나 반복하고, 계속 끌려다니기만 하는 새것 처럼 보이지만 헌 정당을 무턱대고 찍지 마시고, 잘 고민하고 선택하시기를 바란다.


참고로 녹색당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도 여러명 낼 계획이다. 이 분들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할 때가 올 것이다.


여기까지 적고 나니 이제서야 아침에 무슨 글을 쓰려고 맘 먹었던 것인지 떠오른다. 이미 시간은 한참 늦었고, 나는 이미 지쳤다. 


















흡연자 아니 애연가로서 이 책을 외면할 수 없다. 하나의 물질이나 물건을 두고 역사를 조명해보는 류의 책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일단 책상 위에 올려놓기는 했으니, 언젠가는 파고들어 읽으리라. 기다려라. 이번 주말이 지나면 꼭 너를 펼쳐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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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2-0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들의 음료`란 말은 들어본듯 하지만....`신들의 연기`라......
멋진 표현이긴 합니다...^^

감은빛 2015-12-16 00:41   좋아요 0 | URL
신들의 연기~ 멋진 표현이죠.
한때 담배가 맛이 없어서 몇 년간 끊었던 적은 있지만,
담배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때도 있습니다.
나중에 담배 때문에 폐암으로 죽는다해도, 저는 후회하지 않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