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보니 2번 연속 졸음운전에 대한 글을 썼다. 그럼 이젠 음주운전에 대해 써야하나 생각했다가, 아냐! 이건 술자리에서나 떠들만한 얘기지. 글로 남길 얘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고친다. 그러다 우연히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에 대한 대화를 듣게 되었다. 예전에 자동차 잡지 기자였던 분이 두 방식의 차이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다가 후륜구동의 장점으로 드리프트에 대한 얘기까지 이어졌다.
전륜구동, 후륜구동, 4륜구동은 모두 엔진의 위치에 따라 직접 힘을 받는 바퀴의 위치를 말한다. 전륜구동은 앞바퀴 두 개가 엔진의 힘을 받아 움직이고 뒷바퀴 두 개는 힘을 받지 않고, 그냥 앞바퀴를 따라 움직이기만 한다. 반대로 후륜구동은 뒷바퀴 두 개가 엔진의 힘을 받아 움직이고 앞바퀴는 아무런 힘을 받지 않고 있다가 뒷바퀴가 밀어주면 따라 움직인다. 4륜구동은 모든 바퀴가 힘을 받아 움직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차는 대부분 전륜구동이다. 엔진이 차 앞쪽에 있고 앞바퀴가 그 힘을 받아 움직인다. 즉 차체에서 앞쪽에 무게중심이 실린다는 뜻이다. 앞바퀴가 힘을 받기 때문에 눈, 비 등 미끄러운 도로 상황에서도 원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이 쉽다. 반면 후륜구동은 앞이 가볍고, 뒤가 무겁다. 뒷바퀴가 밀어주는 힘으로 움직이는데, 뒷바퀴로 방향을 바꿀수는 없다. 눈, 비로 미끄러운 도로에서 가벼운 앞바퀴가 겉돌면 방향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봉고나 트럭 같은 후륜구동 차들이 미끄러져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후륜구동의 이 특징을 이용해 곡선도로(코너)를 미끄러지듯 주행하는 것이 드리프트다. 위키에 의하면 다카하시 쿠니미츠라는 일본 자동차 경주 선수가 1970년대에 처음으로 드리프트 기술을 선보였다고 한다. 그 후 드리프트 킹이라는 츠치야 케이치 선수가 드리프트 기술을 더 개발하고 발전시켰다고 한다.
이 츠치야 케이치라는 사람이 바로 유명한 모터스포츠 만화 [이니셜 D]의 모델이 되는 실제 인물이다. 츠치야는 주로 고갯길을 달리면서 드리프트 기술을 연마했다고 하는데, 만화에서 주인공 역시 고갯길을 오가면서 드리프트 기술을 익힌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원리는 간단하다. 후륜구동 차량은 방향을 바꾸는 앞바퀴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래서 급하게 방향을 바꾸어도 곧바로 차량이 휙 돌아가지 않고 뒷바퀴가 밀어주는 힘으로 천천히 돈다. 그 원리를 이용하면 곡선도로에 진입하면서 먼저 급하게 방향을 틀어놓으면 뒷바퀴가 관성에 의해 천천히 그 방향으로 돈다. 곧이어 다시 핸들을 차가 도는 방향의 반대로 틀어 앞바퀴가 미끄러지도록 한다. 차가 도는 동안 핸들은 도는 방향의 반대로 향하다가 차가 거의 다 돌았을 때 즈음에 다시 방향을 바로 잡아 곡선도로를 빠져나가면 된다. 설명중에 천천히라는 단어를 쓰긴 했지만, 즉시 돌지 않는다는 뜻일 뿐,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를 도는 기술이기에 빠른 시간안에 이뤄진다. 고도의 순발력과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는 고급 기술이다. 이 기술을 위해서는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로 핸들을 움직이는 카운터 스티어링(Counter Steer)에 능해야 한다.
설명을 듣고, 검색을 해보니, 이 드리프트란 기술을 한번 해보고 싶은데, 우리 차는 전륜구동이다. 뭐 전륜구동도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차의 특성상 쉽지 않아 보인다. 후륜구동은 주로 수입차에서 볼 수 있다. 돈을 아주 많이 벌어 외제차를 사지 않는 이상 현실에선 어렵다는 얘기. 드리프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방법은 레이싱 게임이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오락실에서 레이싱 게임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를 돌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래서 이 드리프트와 유사한 방식을 터득했던 것 같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에 진입하면서 핸들을 한번 꺾어주고 이후엔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빠르게 코너를 빠져나가는 방식 말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난 이미 레이싱 게임을 통해 드리프트를 써본 적이 있는 것이다. 다만 이게 순수하게 내 머리속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게임하는 걸 보았거나, TV를 통해 레이싱 경기를 보고 따라한 것일 수도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미국에서는 장거리 운전을 하다가 졸리면 핸들과 기어뭉치를 옆 사람에게 전달해 옆 사람이 이어서 운전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진짜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가령 음주운전을 하다가 저 멀리 단속하는 경찰이 보이면 얼른 술을 마시지 않은 옆 사람에게 운전대를 넘기면 된다는 얘기다. 이 방식은 기어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바닥에 있는 우리나라에 흔한 승용차에서는 불가능하다. 기어가 핸들 옆에 붙어 있는 방식을 컬럼 시프트라고 하는데, 이 방식의 차량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도 사람이 앉을 수 있어서, 앞 좌석에 3명이 앉기도 한다. 기어가 핸들 옆에 붙어 있으니 핸들을 옆으로 밀면 기어도 함께 넘겨줄 수 있다. 생각만해도 신기해서 이런 방식의 차량이 정말 있는지 검색해봤다. 아쉽게도 여러가지 검색어를 조합해서 한 시간 이상을 찾았는데, 나오지 않았다.(혹 이런 차량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제보 좀 부탁!)
컬럼 시프트를 검색하다가 발견했는데, 요즘은 아예 핸들 양쪽에 작은 레버를 달아 이걸로 기어를 조작하는 패들 시프트 라는 것도 있었다. 최신 차, 고급 차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기어 스틱을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조작한다니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운전하는 맛은 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차량의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기어를 바꾸는 오토 차량도 재미는 별로 없다. 차가 많이 막히는 도시에서는 정말 불편하지만, 속도가 오르내림에 따라 기어를 딱딱 바꿔주는 수동 차량이야 말로 운전하는 재미가 있겠다.(물론 우리 차도 오토라서 이런 재미를 못 느낀다.)
[이니셜 D] 만화를 조금 밖에 못 봤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찾아 읽어야겠다. 근데 동네에 만화방이 없으니, 어디서 빌려봐야하나 모르겠네. 한때 흔했던 수많은 도서대여점과 비디오대여점들은 또 언제 다 사라져버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