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경찰이 대규모로 투입되었고, 한전은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 한전 본사 앞에는 무기한 단식 농성장이 꾸려지고, 오늘 저녁 8시엔 탈핵버스가 밀양으로 출발한다. 사정상 내려가지 못하는 분들은 저녁 7시 반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 예정이다. 어제 집 이사를 했고, 수많은 짐들을 옮겨만 놓았을 뿐, 아직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풀어놓지 못한 나는 그 촛불조차 함께 들지 못하는 상황에 마음이 무겁다.
지인 한 분이 SNS에 이렇게 썼다. 수많은 일정과 복잡한 머리 때문에 죽을 것 같았는데, 다 내던지고 밀양으로 가기로 결심했다고, 그랬더니 죽을 것처럼 아프던 머리가 거짓말처럼 싹 나았다고. 그 글을 읽으며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부러웠다.
해야할 일들, 맡겨진 일들, 멈춰버린 일들, 놓쳐버린 일들, 하고 싶은 일들 수많은 일들이 머리속에서 얽혀서 돌아간다. 무엇 하나 제대로 처리해내지 못하고, 힘겹게 겨우 버티고 있다. 어지럽다. 이 모든 일들 다 던져버리고 그냥 확 밀양으로 내려가고 싶다.
무겁다
눈꺼풀이 무겁다.
머리가 무겁다.
어깨가 무겁다.
팔이 무겁다.
다리가 무겁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무겁다.
바빠도 책 욕심은 줄지 않아
통 책을 읽지 못했다. 이사 준비 덕에 책을 왕창 버리거나 파느라 책 제목과 표지는 엄청나게 많이 봤다. 사놓고 오랫동안 읽지 못하고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책들을 보면서 '이젠 정말 꼭 읽을 책만 사야겠어.'라고 생각했지만, 며칠도 지나지 않아 나는 보관함과 장바구니를 오가며 주문할 책을 고민하고 있다.
에이 모르겠다. 이젠 이사도 했으니 부담없이 질러 버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