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스티브 잡스가 어떤 사람인지 별로 궁금하지 않다. 그저 그가 '맥'과 '아이폰' 등의 기계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고, 얼마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외에는 아는 것도 없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내 관심분야가 아니기에 알고 싶지도 않았다. 최근 그의 전기가 전세계 여러국가에서 동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뒤이어 번역이 엉망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까지 들었을때만해도 나는 이 책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다. 그 이후 들었던 두 가지 소식 때문에 새삼 이 책을 검색해보게 되었다.  

하나는 선인세에 대한 소문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다빈치 코드' 그리고 '1Q84'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선인세에 대해 무성한 소문이 돌았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선인세 규모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말그대로 상상을 초월했다. 대채 어떤 책인지 이제서야 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이 책의 번역논란에서 아는 형의 이름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글을 클릭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몇 개의 글을 주욱 읽었다.

대충 파악한 바로는 처음 이덕하라는 번역가가 오역 의혹을 제기하고 이것이 이슈가 되자 각종 언론이 이를 보도하고 민음사와 이 책의 번역자 안진환씨가 해명을 한 것 같다. 여기에 다시 이덕하씨가 또 다른 오역 의혹을 제기하고 여기에 노승영 번역가가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면서 이덕하씨와 노승영씨의 토론이 시작되었다. 거칠게 이해한 바로는 이덕하씨는 최대한 원문에 가까운 번역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승영씨는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자연스러운 번역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두 사람의 번역에 대한 견해 차이는 좁혀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비생산적인 토론을 이어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어보인다. 그래서 노승영씨가 이덕하씨에 번역비교를 제안했다. 일정분량의 같은 글을 번역해서 서로의 번역을 비교해고, 이를 통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해보기 위한 의도였던 것 같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인 이덕하씨가 이것을 일종의 '번역 배틀'처럼 포장해서 다음 아고라에 올린 것이다. 제목도 아주 그럴듯하게 '나는 번역가다'라고 붙여 놓았다. 

이덕하라는 분은 처음부터 오역을 지적했을 때부터 이런 태도였던 것 같다. 그가 유명세를 타기 위해 일부러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그는 예전부터 꾸준히 다양한 책들의 오역을 지적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에서 단정적인 말투와 자신과 다른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 등을 통해 마치 고의적으로 유명한 책을 공격하여, 자신이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인 것 처럼 보인다.(그렇게 오해할만한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에 반해 노승영씨의 차분한 글은 확실히 예의를 갖추고 있고, 다른 사람의 견해도 인정하며, 설득력도 있다. 두 사람의 번역이 나오고 나서 실제로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번역의 방식은 정답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의 장단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것을 마치 승과 패가 존재하고,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하려는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쨌거나 이 두 사람의 글들을 주욱 읽으면서 번역이란 작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때 나도 번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주위에 전업 번역가가 몇 분 있어서 더 그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봤다. 결국 나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그리고 부족한 외국어 실력 때문에 시도도 안해보고 포기했지만, 어쨌거나 지금도 번역이란 일에 관심은 많다. 저 위에 언급한 해외에서 이미 유명했던 책들(그래서 출간되기 전부터 이슈가 되고, 출간되자 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는)은 거의 대부분 번역 논란에 휘말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도 '해리포터' 시리즈와 '다빈치 코드'의 경우 출간되었던 당시에 오역을 여러개 찾아내고 번역자와 출판사를 욕했던 기억이 난다. 누가 하더라도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이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번역자가 스스로의 능력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역할을 해준다면, 그를 더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대리 번역(마시멜로 이야기 건은 애교에 가깝다.)이나 자질 미달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는 그런 납득하기 어려운 성질의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번 논란에 대한 글들을 주욱 읽으면서 이 책의 경우 번역 자체에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따라서 리콜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일부 독자들의 요구는 이해하기 어렵고 실현될 가능성도 없어보인다. 원문에 쓰인 단어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한 번역가의 태도가 재미있는 현상을 낳았다. 덕분에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지인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덕하씨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아래는 이번 번역 논란에 대한 글들

<『스티브 잡스』 오역 논란을 촉발한 초보 번역가 이덕하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9&articleId=664910 

 
<번역가 노승영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9&articleId=665073 


<번역가 노승영 씨는 원저자와 독자 위에 군림하려고 하십니까?>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9&articleId=665801&RIGHT_DEBATE=R10 


<번역 비교를 제안합니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qj/417  

 

 <『스티브 잡스』번역 관련 민음사의 공식입장입니다.>
http://cafe.naver.com/minumsa/18955 


<『스티브 잡스』번역자 안진환입니다.>
http://cafe.naver.com/minumsa/18956  

 

나는 번역가다: 노승영 vs. 이덕하 --- 예고편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9&articleId=666715&RIGHT_DEBATE=R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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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 많고 탈 많은 <스티브 잡스> 전기 : 선인세 그리고 번역 오류
    from 행간을 노닐다 2011-11-04 19:04 
    를 주문 했다. 열풍(?)이 지나면 구매하려 하였는데 과 같이 주문했다. 독서일기가 며칠 걸려 다음주 초에나 올 것이다. 독서일기6은 절판이다. 반디에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같이 주문했다. 독서일기 때문에 잡스를 주문 한 것이다. 책이 좀 팔리니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아마도 배가 안픈 사람이 많은가 보다. 책에 대한 선인세도 논란이 되고 있다.(스티브 잡스에 대해 비판적인 나) 선인세는 금액의 액수가..
 
 
귀를기울이면 2011-11-04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있던 주제입니다. 이덕하씨 글을 보고 한 마디 하고 싶었는데 아직 저 책을 도입부까지밖에 읽지 못해서 참견은 못했죠. 사실 이덕하씨가 지적한 대로 다시 번역해 보니 저에게는 '읽고 이해하기 힘든' 번역이 나오더군요. 어쨌거나 말씀하신대로 책의 번역이 납득하기 어려운 큰 수준은 아닌듯 합니다. 민음사 카페에 가보니 성경에 준하는 책이라며 단어 하나하나 그대로 번역 해야한다는 분도 있던데 성경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같기도 한데다가, 그 정도 열정이면 (모르면 배워서라도) 원서를 봐야 맞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은빛 2011-11-07 15:42   좋아요 0 | URL
이덕하씨의 주장이 일리있는 부분도 없지않지만,
대개는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음사 카페 댓글들 저도 읽었어요.
특히 그 성경 어쩌고 하는 댓글들 너무 웃겨서 읽기 힘들었습니다. ^^

노승영 2011-11-0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은빛… 트위터에서도 보기는 했는데 내 후배였어? 누군지도 모른 채 맞팔하고 있었는데. 쪽지 한번 보내주라.

감은빛 2011-11-07 15:43   좋아요 0 | URL
형! 어떻게 여길 들어왔죠? 신기하네요. ^^

yamoo 2011-11-0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헌책방에서 아주 싼 가격에 나오지 않는 이상 안 살 확률 100%에요..
대형서점마다 엄청 쌓아 놓고 팔더라구요~ 그니까 더 사기 싫은 거 있죠..--;;
서점에서도 한 몫 단단히 챙길 모양입니다. 최고 가판대에다가 쌓아 놓고 선전 열라 하면서 파니~ 몰루던 사람도 시선이 갈 정도입니다..ㅎ
김난도 선생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좀 그렇게 팔면 어디가 덧나는지...입소문으로 베스트1위 됐죠~

잡스 전기는 너무 띄워주기 하는 거 같아 좀 거시기해요~

감은빛 2011-11-13 23:51   좋아요 0 | URL
네. 서점가보니까 완전히 탑을 쌓아놓았더라구요.
예전에도 큰 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로 띄우려는 책들의 경우,
탑을 쌓아놓은 걸 본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저도 야무님과 비슷한 성향이어서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그렇게 파는 걸 보면 더 사기 싫어집니다.

이 책은 제 취향이 아니어서 아마 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11-1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처음 원본이 쪽으로 건네져, 쪽 번역을 했다고 해서도 문제가 되었었죠.
저는 이번 일이 번역가들의 처우에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닌, 발전을 하고 진일보 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싶습니다~^^

감은빛 2011-11-15 17:47   좋아요 0 | URL
네, 원고가 파일형태가 아닌 페이퍼로 몇 십쪽씩 여러차례 전해졌다고 들었습니다. 문제는 애초에 번역 오류를 지적한 이덕하씨의 지적은 그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거죠. 초보번역가를 자처하는 그 분은 매우 심각하게 읽기 어려운 지경의 직역만을 제대로된 번역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입장에서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번역가들은 몇몇 유명한 분들을 제외하고 무척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앞으로 차차 좋아져야겠지요.

양철님, 오랫만에 뵈어서 무척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