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쥐

이틀 전 새벽이었다. 잠결에 발을 뻗다가 극심한 고통에 잠을 깼다. 왼발 종아리에 쥐가 났다. 무릎 아래가 마비 된 느낌이다. 종아리가 아파서 미칠 것 같은데, 혼자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애들이 깰까봐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끙끙대며 몸을 뒤틀었다. 아내가 도와주면 좋을 것 같은데, 깊은 잠에 빠져서 도와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를 쭉 뻗어서 발을 몸쪽으로 당겨주면, 빨리 낫는데, 아프니까 혼자 하질 못하고 계속 끙끙댄다. 종아리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고통이 줄어들기 시작했을 때에야 다리를 쭉 뻗고, 발을 당겼다. 한참 후에 거의 고통이 사라졌다. 땀을 닦고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아침에 깨보니 종아리에 힘이 줄때마다 다시 아팠다.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절뚝절뚝 다리를 절게 되었다. 고작 쥐가 난 정도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다니. 그놈의 쥐 때문에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여전히 아파서 힘을 주기가 어려웠다. 다시 절뚝절뚝 다리를 절면서 출근했다. 종아리의 고통은 오후가 되어서야 많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발을 내디딜때마다 약하지만 아픔이 느껴졌다. 자다가 새벽에 쥐가 나서 고통을 느낀 적은 많았지만, 그것 때문에 이렇게 오래 고통을 느끼고, 다리를 절면서 걷기는 처음이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둘. 쥐

작년 가을 G20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두사람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 징역 10개월과 8개월 그리고 벌금으로 각 200만원과 100만원을 물렸다. 웃자고 한 짓에 죽자고 덤벼드는 꼴이다. 그들이 그린 쥐 그림의 원 작가인 영국의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의 팬사이트에도 '한국의 쥐에게 자유를!' 이란 비판이 올라왔다고 한다. 참 나라꼴이 우습다. 쥐 그림을 그린 박정수씨는 영화평론가 황진미씨의 남편이라고 한다. 황진미씨가 이번에 3차 공판을 보고 와서 쓴 글을 보니, 우리나라는 법정에서도 코메디를 다 하는구나 라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정부기관과 사법기관과 입법기관이 서로 앞다투어 국민들을 웃겨주시는 나라에서 개그맨이란 직업은 참 어렵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다. 뉴스만 보고 있어도 어이없는 실소가 픽픽 터지는데, 굳이 개그 프로그램까지 찾아서 볼 이유가 없잖은가.

 

이 일의 여파로 쥐그림 티셔츠가 제작되어 판매된다고 하고, 출판계에서는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알라딘과 인사회(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는 '어떤 쥐에게도 자유를'이란 제목으로 5월 30일부터 6월 20일까지 참가도서가 판매될 때마다 500원을 적립하여 지지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뭐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티셔츠도 하나 사고, 책도 살 생각이다.

 

쥐 그래피티3차 공판기 – 와우 개콘 돋는 밤! 황진미


어떤 쥐에게도 자유를 - 알라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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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0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셔츠 구매도 못 했는데,
한줄 지지글이라도 남길 수 있게 되어 정보를 주신 감은빛님께 감사드려요~ ^^

감은빛 2011-06-03 10:37   좋아요 0 | URL
티셔츠는 트위터에서 살 수 있더라구요.
아직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감해주시고, 지지댓글도 남겨주셨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할 일이죠! ^^

cyrus 2011-06-0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쥐20과 관련된 쥐 나는 에피소드가 공감이 갑니다. 요즘은 안 그러는데
예전에는 저도 잘 자다가 갑자기 쥐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참 그 때의 고통은,, ㅎㅎ 숙면을 취하다 갑자기 잠을 깨어버리는 바람에
짜증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는 종아리의 고통이 생각이 나네요 ^^;;

감은빛 2011-06-03 10:39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도 생생한 고통을 기억하시는군요.
한번 쥐가 나기 시작하면 좀 자주 그렇게 되더라구요.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1-06-03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3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6-05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와 쥐의 평행 이론 잘 보고 가요. 육체와 정신은 둘이 아니요. 하나라는 학설이 의학계를 지배한다고 합니다. 정신적으로 쥐에 대한 스트레스가 몸으로 와서 다리에 발병을 한 것은 아닌지 과감하게 추측을 합니다. ^^
열성적인 활동가이다 보니 더 마음에 크게 쥐들의 역겨움이 느껴지실 거에요. 휴~ 정말 많이 보고 배워요. ^^

감은빛 2011-06-07 13:11   좋아요 0 | URL
호~ 그래서 쥐가 난 거였군요.
왜 그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몰랐는데,
루쉰님의 설명을 듣고나니 이해가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