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린이 집에 대해 아내가 쓴 글


지난 8월에 아이의 어린이 집을 새로운 곳으로 옮겼다. 옮긴 이유는 예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아이와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모두 그만두고 우리 아이 한명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 어린이집은 올해로 넘어오면서 원장이 바뀌고(작년 원장은 더 큰 어린이집 원장으로 가고, 주임이던 딸이 원장자리를 물려받음) 선생님들이 바뀐 이후에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대거 그만두게 되었고 결국 아이의 반에서 혼자 남게 되었다.

새로운 어린이 집을 찾아보면서 나는 먹거리 문제를 가장 예민하게 따져보았다. 마침 아내가 집 근처 생협에서 생협에서 찬거리를 주문하는 어린이집 명단을 구할 수 있었다. 몇몇 어린이집들은 너무 먼 곳에 있어서 아이를 보낼수 없었고, 한 곳이 그나마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그 곳이 바로 지금 아이를 보내고 있는 어린이집이다. 아내는 집에서 아주 가까운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았는데, 객관적인 조건은 아내가 알아본 곳이 더 좋아보였다. 그래도 나는 생협에서 가끔이라도 찬거리를 주문하는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싶어서 결국 그곳으로 결정했다.

새로운 어린이집은 그 전에 보냈던 곳과는 달리 규모가 큰 곳이었다. 아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선생님이 특별히 더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예전 어린이집이 규정된 원아 수에 비해 선생님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규모가 큰 만큼 아이에게 더 잘 대해주거나 더 체계적인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냥 보기에도 아이를 대하는 태도나 어린이집 운영이 이전에 보냈던 곳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어쩔수 없으니 큰 문제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더이상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

아이도 우리도 새로운 어린이집에 적응하기 위한 기간을 갖고 있었다. 특히 아이로서는 아직 어린 나이에 전혀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들, 동생들, 언니들 그리고 선생님들까지 만나서 나름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는 듯 했다. 우리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이건 아이가 스스로 부닥쳐야 할 문제라 아이의 잦은 짜증을 받아주고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에 대한 이야기들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얘기해주는 등의 것들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침에 보내고 저녁에 데려오면 부모로서는 아이가 낮에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다행히 좀 친절하고 성의있는 담임선생님을 만난다면 아침, 저녁으로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보였다. 대신 날적이(수첩)에 그날 그날에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여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데, 이 날적이의 기록도 여기는 무척 성의없게 대충 적어서 보내왔다. 예전 어린이집에서는 낮잠잔 시간도 꼬박꼬박 기록하고 식사때 무얼 잘 먹었는지 무얼 잘 안먹으려 하는지 등도 자주 적어주고 대변을 보면 그 시간과 대변의 상태도 상세히 기록해줬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들을 하나도 해주지 않았다. 정말 건성으로 큰 틀에서 그날 무슨 일을 했다는 정도로만 적혀있었다.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저런 섭섭한 부분이나 조금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처음에 마음먹었듯이 큰 문제가 아니라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번 주 월요일에 아이의 수첩이 돌아오지 않았다. 수첩이나 혹은 머리핀이나 모자 등의 물건들이 실수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다음날에는 줄거라 생각했다. 화요일에도 또 수첩이 없었다. 다음날 보낼 때는 꼭 수첩을 찾아달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화요일 저녁에 아이와 밥을 먹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아이의 뺨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손톱 자국처럼 생긴 상처였다. 아이에게 물었더니 '혀누'라는 친구가 얼굴을 꼬집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더니 그냥 '혀누'가 가만히 있는데 꼬집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작은 상처라서 나중에 씻기고 약을 발라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혀누'라는 친구가 어떤지가 걱정되었다. 우리 아이가 그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수첩은 돌아오지 않아서 그런 상황을 알 수가 없었고, 저녁에 데리러 갔을 때 선생님도 그런 언급이 아예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알았다면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약을 발라주었을텐데, 약을 바른 흔적이 전혀 없는 걸 보니 분명히 상처가 났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상처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이런 작은 상처는 얼마든지 날 수 있다! 이런 걸로 어린이집에 따지는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상처가 났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 데려갈 때 얘기하거나 메모지에 적어서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참 밥을 먹다가 아이가 '쉬'가 마렵다고 해서 화장실에 데려갔는데, 옷을 내리는 데, 팬티랑 바지가 조금씩 젖어있었다. 아이에게 지금 못 참고 쉬를 싼거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그럼 언제 옷에 쉬를 한거냐고 물었더니 어린이집에서 했다고 말한다. 만져보니 바지는 젖었다가 조금 마른 상태이고 팬티는 젖은 상태였는데, 옷에 싼 쉬의 양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왜 선생님이 옷을 안 갈아입혀줬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은 화장실에 따라오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에게 그러면 옷이 젖었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옷을 갈아입혀 달라고 말해야 한다고 아이에게 알려줬다.

여름과 달라서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날이 제법 쌀쌀하다. 젖은 옷을 입고 다니다가 자칫 감기에 걸리면 큰일이다. 예전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를 내보낼 때 꼭 옷차림을 꼼꼼히 점검하고 보내는 모습을 매일 봤었다. 지금은 데리러 갔을 때 놀고있는 아이를 불러서 그냥 내보낸다. 아이가 놀던 옷차림을 한번 살펴보지도 않는다. 그러니 젖은 옷을 그냥 입고 나와도 몰랐던 것이다.

상처가 난 사실을 몰랐던 것과 젖은 옷을 입혀서 보내고도 몰랐던 것, 이 두가지 사실을 알게되니 좀 기분이 나빠졌다. 이건 그냥 넘어갈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이 되어서 전화를 걸기로 했다. 그 시간에는 어린이집에는 시간연장 아이들을 담당하는 선생님 한 분만 빼고는 다 퇴근하고 아무도 없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 연락처는 따로 알지 못한다. 그리고 상황상 원장에게 전화하는 게 좋다고 판단되어 전화를 걸었다. 원장은 어딘가 시끄러운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나는 일단 인사말을 전하고 조심스레 오늘 저녁에 알게된 사실들을 알려주면서 어린이집에서 이 두가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하고 물었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 꼭 알려달라고 했다. 원장은 조금 기분 나쁜 목소리로 사과 한마디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평소와 달리(평소 아침에는 거의 내가 아이를 데려다준다.) 아내가 아이를 데려다 주러 갔는데 원장과 만났단다. 원장이 아내를 붙잡고 아버님이 너무 자주 불평을 하시면 곤란하다는 식으로 말을 했단다. 그러면 아버님이 무서워서 선생들이 아이에게 아무것도 안시키고 그냥 어디 붙들어놓고 꼼짝도 못하게 하기를 원하냐는 식으로 말을 했단다. 아내는 너무 갑작스레 당한 일이라 원장이 상식이하의 언행을 했음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빠져나오려고만 했단다. 원장은 한사코 아내를 붙잡고 잘 모르시나본데 아이의 교육상 그런 식이면 곤란하다느니, 어머님께서 아버님을 좀 말려달라느니 하는 말들을 더 했단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나는 당연히 화가 났다. 아니 내가 언제 불평을 했다고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인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를 붙들어 꼼짝도 못하게 하기를 바라냐고 했다는 데, 이건 완전히 아이를 볼모로 붙잡고 협박하는 게 아닌가? 원장이 아내에게 여러차례 어머님이 아버님께 말씀드려 달라고 했지만 아내는 끝내 그 부탁을 거절하고 원장님이 교육문제의 전문가로서 아이아빠와 직접 얘기하는게 좋겠다고 말하고 빠져나왔다고 한다. 내가 어제 전화로 꼭 알려달라고 하기도 했으니 아마 그날 중으로 전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오후 늦게 전화가 왔다. 원장은 실제로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 그 말투가 이런 하찮은 일들로 불평하지 말아달라는 말투였다. 사과는 커녕 오히려 그 쪽에서 화를 내는 듯한 모양새였다. 나는 일단 상황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고, 아이랑 다퉜다는 그 '혀누'(우리 아이보다 더 어린 아이라고 했다.)가 어떤지부터 물었다. 혹시 우리 아이가 그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는지 물었더니 원장은 거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해주지 않고 그냥 괜찮다고만 얼버무렸다. 그러고는 '아버님 안야가 고집이 센 편이라는 건 아시죠?' 라고 묻는다. 우리 아이니까 당연히 잘 알고 있다고 말했더니 그래서 지기 싫어하는 편이라 어린 애기랑 다툼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 말의 뉘앙스도 상당히 거슬렸지만 일단 넘어갔다. 바지와 팬티가 젖었는데 안 갈아입힌 부분에 대해서도 선생님이 그 많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일이 화장실에 따라갈 수 없고 옷이 젖었는지 어떤지 다 만져볼 수 없다고 변명만 늘어놓았다. 나는 그런 상황정도는 다 알고 있다고 말하고 부모가 데리러 오면 보내기 직전에 한번 옷차림을 살펴봐주면 된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지금도 조금 쌀쌀하지만 다행히 별 일은 없었는데, 만에하나 겨울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아이는 금방 감기에 걸렸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원장은 아무 대꾸도 없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담임선생님도 다른 선생님들도 안야

를 다른 아이보다 더 신경써서 잘 보살피고 있는데, 아버님께서 예전에 티비를 보여주는 문제에 대해서 수첩에 적는 등 민감하게 하시면 선생님들이 힘들다고 말한다. 원장이 스스로 그 얘기를 꺼내니 나로서는 더 어이가 없었는데, 처음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갔던 날, 아이가 주로 생활하는 교실을 보았는데 한쪽 구석에 티비가 놓여있었다. 나는 티비를 보여주냐고 물었고 원장은 영어특강(돈내고 받는 수업인데 우리 아이는 받지 않는다.)을 할 때 가끔 사용하고 평소에는 절대 안 보여준다고 불시에 찾아와서 검사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에 데리러 갔는데, 밖에서 듣기에도 티비 소리가 들렸고, 아이가 나오면서 지금 티비 보고 있으니까 다 보고 가면 안되냐고 물었다. 옆에서 선생님이 티비는 집에가서 보고 지금 얼른 가자고 타일렀다. 그래서 이상하게 여긴 내가 수첩에 티비를 보여주냐고 물었고, 보여주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수첩에 아이가 티비를 봤다는 말을 했고, 나도 그 앞에 서서 티비 소리를 들었다고 했더니, 저녁에 아이가 생활하는 1층 교실에는 티비가 없으며 가끔 컴퓨터로 동요를 보여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했다. 그런데 그게 민감하게 불평하는 건가? 아니 처음부터 티비를 절대 안보여준다고 불시에 검사해도 좋다는 말을 한 게 누군데 이제와서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하는건가?

그렇게 얘길 했더니 원장은 할말이 없었는지 또 한번 잠시 침묵하더니 어쨌든 자신과 선생님들이 안야를 잘 보고 있으니까 안심하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아직까지 자신에 잘못들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오전에 아내에게 전해들은 말을 하면서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언행이었으니 설명을 해보라고 했다. 원장은 부모중에는 그런 부모들도 있다고, 아이가 놀이터에서 노는 걸 싫어하고 흙 만지는걸 싫어하는 부모도 있다고, 그렇게 과잉 보호를 하길 원하는 부모가 생각나서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언제 한번이라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 지 물었다. 그랬더니 대답대신 '호호호'하고 웃음이 돌아왔다. 그래서 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갖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느냐 물었더니 아버님의 태도가 그런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랬다고 답한다. 내가 다시한번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절대 없고 오히려 나는 우리 아이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기를 바란다고 했더니 이번에도 '호호호' 웃으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

통화가 무척 길어져서 나도 원장도 좀 짜증이 났다. 나는 끝내 원장이 사과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대신 내가 단 한번도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불평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원장은 이번에도 할말이 없는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더이상 통화를 해봐야 더 나올 것도 없고해서, 대충 전화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원장도 일단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은 다 한 모양인지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나는 정말 이 어처구니 없는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원장에게 서로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으니 앞으로 좀 더 잘 해보자고 예의상 말했다.

처음에 전화받을 때부터 아이에게 소홀했던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또 아침에 있었던 부당한 언행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이 인간에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린이집을 옮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어린이집을 바꾼다는게 아이에게는 무척 힘든 일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인간이 되지 못한 원장 밑에 아이를 맡긴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처음에 여기를 보내려고 했을 때 좀 더 자세히 잘 알아보고 보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가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나름 확실히 알아봤다고 생각했다. 원장이 저렇게 인간이 덜 된 X(차마 욕설을 쓰고 싶지 않아서....)일줄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지금 아내도 나도 한창 일 때문에 바쁘다. 한 서너달 전부터 우리는 서로 일주일에 이틀이나 삼일씩 교대로 저녁에 아이를 돌보고 나머지 한 명은 밤 늦게까지 일하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일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시기에 어린이집 문제가 불거져 나오니 무척 화가 난다. 이제 다시 또 새로운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또 얼마나 시간을 뺏길지, 얼마나 힘들지, 아이가 또 적응하느라 얼마나 애를 먹을지 등등 걱정이된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이번 어린이 집에 대해 아내가 쓴 글
    from 가보지 못한 길 2008-10-05 01:54 
    36개월 째에 접어드는 딸아이 엄마입니다. 요즘 고민이 생겨서 좀 길더라도 질문을 올리게 됐습니다. 귀찮으시더라도 선배 어머님들 충고 부탁드립니다!   얼마전 1년 넘어 다니던 가정어린이집의 같은 반 친구들이 다 이사가거나 해서 갑자기 혼자 남게 되자 원장님께서 다른 원을 알아봐야 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지금 다니던 원에 들어왔는데... 가끔 저희 부부가 똑같이 야근하는 날이 있어서 시간연장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