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러모로 조심해야 하는 날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21세기에, 2026년에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참 우습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신을 믿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일진이 사납다는 미신을 믿어? 오늘 유난히 운이 좋지 않다는 미신을 믿어? 이 21세기에?

오늘따라 유난히 늦게 일어났다. 평소라면 집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이나 라면을 먹고 출근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냥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는 건 굳이 밥을 안 먹어도 상관이 없지만, 나는 몸을 움직여 일을 해야하는 입장이라 출근 전에 밥을 안 먹으면 나중에 너무 힘들어서 꼭 출근 전에 뭐라도 먹어야지 생각했었다. 출근하는 길에 편의점에서 김밥 하나를 샀다. 그리고 출근해서 차 키를 받아들고 차에 탔다.

내가 가야할 곳은 매장 세 곳이다. 세 매장에서 각각 몇 건의 배송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어느 날은 두 건이 있기도 하고, 어느 날은 예닐곱 건이 있기도 한다. 평균적으로는 매장마다 서너건 수준이다. 사무실에서 출발해 세 곳의 매장을 단순히 돌기만 해도 1시간 반은 훨씬 넘는다. 각 매장마다 배송건이 적어도 두세 건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받아들이고 일을 하고 있다.

첫번째 매장으로 이동하는 길은 대개 차량이 많아서 막힌다. 거기서 김밥을 먹었다. 평소였다면, 굳이 도로 위에서, 차 안에서 밥을 먹고 싶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어차피 하루 하루 살아가는 입장에서 뭐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다.

첫번째 매장 바로 앞에서 주차를 하는데 갑자기 시야 바깥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다행히 나는 후진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사고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놀랐던 나는 차에서 내려 상황을 살피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시야 밖에서 갑자기 끼어들듯이 나타난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고 떠나갔다. 오늘 좀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그 순간에 처음 했다. 어쨌거나 사고가 나면 무조건 내 손해라는 생각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두번째 매장에 들렀다가 배송을 간 곳은 아는 사람 집이었다. 친하다고 말하기는 애매하겠지만, 긴 시간 활동가의 삶을 살아오면서 어느 특정 시점에는 친했던, 그리고 여전히 중장기적 관점에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활동가였다.

이 대목에서 한 편으로 위화감이 생기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잘 알고 지냈던, 꼭 친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이가 나쁘지도 않았던 몇몇 활동가들이 아파트로 이주해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로제라는 가수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불러 유명해진 아파트 라는 노래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대한민국이 아파트 공화국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내가 가진 위화감은 두 가지 측면이다. 일단 하나는 대다수의 활동가들이 생계 유지조차 어려워 헐떡이는 시대에 같은 활동가라고 생각했던 누군가는 넓고 좋은 아파트에 사는구나 하는 부분이다. 나도 솔직히 그런 생각에서 충격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 한편으로 지금 시기가 더욱 나 같은 사람들에게 어려운 시기라는 생각에 더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더 어찌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까 일을 마치고 잠시 마주쳤던 한 선배는 그 자신과 나처럼 열심히 활동하고 살았음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고 다같이 고민해보자는 말을 했다. 글쎄, 이게 고민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내가 아무리 열심히 활동했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가치를 찾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리라.

아, 오늘 하마터면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을 칠 뻔하고(물론 실제로는 좀 더 여유가 있었고, 그도 별 불만없이 돌아갔지만),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이야기, 그리고 잠시 주차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 등을 쓰려고 했는데, 다 의미없을 것 같다. 매일 매일 열심히 돈을 벌어야 이 생활도 유지가 될테니. 다른 활동가에 대한 배신감은 사실 의미없는 얘기일 것이다. 그는 그 나름대로의 삶이 있을테니.

고속철도 폭탄 설치 영화 두 편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썼다. 한 편은 일본 영화 [신칸센 대폭파]이고 다른 한 편은 대만 영화 [96분]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두 영화를 봤던 것은 작년 연말이었던 것 같다. 올해 2월쯤 이 둘을 엮어서 글을 써야지 생각이 들어서 각각 영화를 다시 봤다. 그런데 하필 그때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글을 못 쓰고 지나쳐버렸다. 다시 시간이 많이 지나서 어제 밤에 글을 쓰기 시작해 새벽에 완성했다. 평소 내 글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조금 아쉽지만, 더 제대로 손 댈 시간이 없을 거라고 본다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이 글을 읽고 싶은 분을 위한 브런치 글 링크
https://brunch.co.kr/@cb83c338001e498/8


하루 하루 반복되는 일상, 뭐 하나 좋은 소식 따위 없는 지루한 일상,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치고 살아도 다 거기서 거기인 삷을 살 뿐인 가련한 인간에게 바친다. 그냥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든 인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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