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지만 쉬지 못하고


이번 주는 정말 순식간에 휙 지나가버렸다. 뭘 했는지 별로 기억도 안 난다. 아주 중요한 회의가 수요일 저녁에 있어서 화요일은 그 회의 준비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었다. 목요일에는 강의가 있어서 수요일 오후와 목요일 오전은 강의 준비하느라 보냈다. 두 번 정도 발전소 보강공사 현장에 다녀왔다. 회의와 강의와 공사 때문에 한 주가 정말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 것 같다.


목요일 저녁인 어제는 달리기 모임을 했다. 멤버 중 두 번째 연장자인 50대 언니께서 지난 주말 바다 마라톤 5km 구간을 완주했다고 해서 다같이 축하해드렸다. 무려 38분의 기록을 세우셨다고 했다. 평소 우리랑 같이 달릴 때에는 그 정도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정말 놀라웠다. 본인 보다 조금 더 앞에 가는 사람을 하나 정해서 그 사람만 따라 갔다고 하셨다. 한 2km까지 한번도 안 쉬고 달렸는데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하셨다. 마라톤을 꾸준히 하고 있는 선배가 6km를 가볍게 달리면 보통 30분이 걸린다고 들었다. 나는 아직 안 쉬고 한 번에 5km를 달린 적은 없다. 암튼 정말 대단한 성과라고 폭풍 칭찬을 해드렸더니, 이게 다 코치님께서 복식호흡을 잘 가르쳐 주신 덕분입니다라고 다시 나를 추켜 세워주셨다. 아! 이런 칭찬, 너무 좋아!


어제 나는 5km를 달리긴 했다. 중간 중간에 한참씩 쉬긴 했지만. 다른 분들은 대부분 1~2km를 달렸는데, 나는 계속 그 분들보다 2배로 달려서 그 정도 거리를 달렸다. 조금씩 달리기의 즐거움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고 하시며, 모임에 안 빠지고 꼭 오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즐겁기도 하고 보람을 느낀다. 다양한 스트레칭 방법과 보조 운동들을 가르쳐 드리면 잘 따라하는 모습도 좋다. 다들 나를 코치님 혹은 선생님이라 부르며 존중해주셔서 더욱 기분이 좋다. 지금은 지역 의료생협의 운동 프로그램에 참가하느라 이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이 끝나도 이 모임을 계속 이어가자고 제안했고, 대다수가 계속 하겠다고 답하셨다. 그리고 얼마 전 있었던 그 바다 마라톤에 내년에는 함께 참여하자고 했다. 앞으로 1년 동안 꾸준히 달리면 내년에는 5km가 아니라 10km 코스도 완주가 가능하리라. 나는 올해 연말까지는 매주 목요일 8시 마다 매장 문을 닫고 달리기를 계속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분들과 매주 달리기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 원래도 이런저런 관계로 잘 아는 사이였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친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분들이었는데, 어제까지 6주 연속 달리기 모임을 하면서 이제는 제법 친해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 어제는 아까 그 50대 언니께서 남편도 데리고 오셨다. 몸이 어디가 불편하신지 잘 달리시지는 못하셨는데, 쉬고 또 달리기를 반복할 때마다 점점 좋아지셨다. 다음에도 계속 함께 오시라고 권해드렸다. 아마 2~3주만 꾸준히 나오셔도 훨씬 나아지실 것이다.


내일부터 3일 연휴인데, 내일 하루 밖에 쉬지 못한다. 일요일에는 행사가 있어서 나가봐야 하고, 월요일에는 화요일에 예정된 회의 자료 준비 때문에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화요일까지 넘기기로 한 기획안도 있어서 그 작업도 해야 하고. 그나마 일요일 오전에 행사 준비를 다른 분들이 맡아주셔서 오전에 늦잠을 자고 오후에 나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6월에 휴일이 많은데 대부분 휴일마다 뭔가 행사가 생기고 있다. 주말마다 못 쉬는 날들이 많아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주말에 일하면 평일에 대체휴무를 써야하는데, 평일은 또 평일대로 얼마나 바쁘고 일정이 많은지. 대체 휴무일을 정하기가 어렵다.


칭찬들


목요일에 내 강의를 들으신 분들 중 한 분이 나가시면서 다른 동네에서 6월에 할 예정인 강의도 신청했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때 또 봐요 하신다. 그 분을 위해서라도 강의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지난 번에 포럼 사회자를 떠맡아서 진행을 했는데, 그날 내 진행이 좀 인상적이었나보다. 사실 그 날의 포럼 주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었다. 다만, 평소의 나 보다 좀 텐션을 올려서 좀 많이 활발한 나로 모드를 바꿨다. 목소리에도 일부러 힘을 주고 말했다. 토론회 같은 행사의 진행을 종종 맡아서 진행하다보니 매끄럽게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골고루 발언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었고, 그 원칙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발언들이 질문인지, 의견인지 등을 잘 구분하고 적절하게 순서와 시간 분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의 할 때는 정말 시간을 잘 못 지키는 편인데, 이런 진행을 맡으면 시간을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 진행자의 최대 미덕은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암튼 이런저런 원칙들을 잘 지키려고 노력한 덕분에 그날 참가자들에게 진행을 잘 한다는 인상을 준 것이다. 그 다음부터 뭐든 행사가 생기면 죄다 내게 진행을 맡기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버렸다. 도망 다녀야겠다.


이런저런 사소한 칭찬들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 이 지긋지긋한 재미없는 삶에서 그나마 저런 칭찬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더 답답한 삶을 살았을 것인가.


이 글을 쓰느라 마감 시간 이후에도 한 시간 정도 매장을 더 열어두었더니 방금 모녀 지간의 손님들이 다녀가셨다. 처음엔 구경만 하려고 했다가 이것저것 사기 시작했고, 딸이 자꾸만 새로운 물건들에 관심을 두면 내가 열심히 장점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면 결국 엄마가 그래 사라 하는 방식으로 여러 상품들을 팔았다. 난 역시 뭔가 설명하는 일은 참 잘 한단 말야. 내가 나 자신에게도 칭찬 한 번 더 해준다. 이제 가게 문 닫고 집에 가야겠다. 운동 간단히 하고 저녁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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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2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를 다 못 쉬는 건 아쉽네요. 직장인들은 쉬는 맛에 다니는 건데..ㅋㅋ
50대 언니라니깐 웃깁니다. 50대에도 언니 소리 들으면 기분 좋을 것 같아요.
기대에 부응하려면 강의 준비 잘하셔야겠네요. 무심타법, 마음을 비우고 즐기면서 강의하시면
좋은 강의가 될 것 같습니다. 하시던 대로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

감은빛 2023-06-02 18:43   좋아요 0 | URL
옛날에는 남녀 관계없이 다 언니라고 불렀다죠.
직접 입으로 부르기는 조금 민망하긴 합니다만, 글에서는 언니라고 쓰면 더 친근감 있게 느껴져서 좋은 것 같아요.
우리 달리기 모임의 최고 연장자는 60대 언니예요.

강의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더 최신 소식들, 더 정확한 내용들을 담으려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이 문제입니다만,
이번에는 또 어떤 분들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생각하는 것이 설레이기도 하고 좋아요.

transient-guest 2023-05-27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리기 좋죠 ㅎㅎ 저도 다시 연습해서 이번엔 그간 벼르던 Octoberfest mini 마라톤 가보고 싶네요

감은빛 2023-06-02 18:45   좋아요 1 | URL
달리기 자체는 정말 너무나도 좋은데,
오래 달리는 일은 또 너무나도 힘든 일이네요.
저는 지금은 딱 5~6 킬로미터 까지가 좋은 것 같아요.
꾸준히 달리다보면 점점 거리가 늘어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