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추스릴 때
제주 4.3 사태 기념일이 지나가고, 4.16 세월호 참사 기념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은 4.19 혁명 기념일이다. 어느 유명한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는데, 이 땅의 우리에게 4월은 아프고 또 슬퍼서 견디기 힘든 달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당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시비를 걸더니 방송 토론을 했다. 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다 일부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박경석 교장쎔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방송(휠체어 앉은 박경석 쌤에게 맞지 않는 테이블 높이를 비롯해, 진행 방식까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짜증이 났고, 이준석 씨의 비열하고 음흉한 모습도 거슬렸다. 국회 앞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단식투쟁 및 평화 텐트촌이 차려졌고, 현재 두 분이 8일째 단식 중이다. 차별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인간이 대표로 있는 정당에서 대통령 당선자가 나왔으니 과연 우리는 어떠한 시간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절로 한 숨이 난다.
한동안 일에 집중을 못 했고, 뭐하나 손에 잡히는 것이 없이 시간이 흘렀다. 공부도, 운동도, 책도 다 귀찮았다. 그냥 먹고 자고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물론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들을 억지로라도 쳐내야 했으니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일을 하긴 했다.
한 2주쯤 전이었나 동네 산책로인 천변에 벚꽃이 활짝 피었길래, 일터 후배와 잠시 걸으며 꽃 구경을 했다.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꽃이 이뻐도 그냥 이쁘다는 말에 그칠 뿐 더 감흥이 생기지는 않았다. 꽃이 아무리 이뻐도 내 마음의 추위와 아픔과 슬픔을 위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씻고 거울을 보면서 더 늦기 전에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 생각은 며칠 전부터 매일 아침 하고 있다. 2년 만에 나이키 런닝 클럽 앱을 깔았고, 먼지 쌓인 바벨과 덤벨들, 케틀벨들과 불가리안 백을 비롯해 각종 운동용품들을 닦았다. 그래. 운동부터 시작해야겠다. 뭔가에 마음을 쏟으며 마음을 추스려야 할 때가 되었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야 한다.
문동만 선배의 신간이 나왔다. 못 뵌지는 아주 오래지만, 박일환 선배와 문동만 선배 등과는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있어서 신간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책을 자주 내는 박일환 선배와 달리 문동만 선배의 책 소식은 아주 오랜만에 접한다. 선배가 신간 소식을 공유하자마자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했는데 5일 후에 배송 받았다.
내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깨달은 지 오래지만, 다시 한 번 나이 들었음을 느끼는 날이다. 혁명 기념일에 더 이상 혁명을 꿈꾸지 않는 나 자신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젊은 날에 우리가 함께 꿈꾸었던 혁명은 한때의 철없음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꿈이었다. 그 꿈을 잊고 산 세월이 벌써 얼마인가 싶다.
시 한 구절을 위로로 삼아 또 일상을 살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