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칫솔
며칠 전 아침에 이를 닦으며 하루 일과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이해 못할 말을 늘어놓으며 일을 막고 있는 한 공무원과 통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다음 순간 툭 하고 칫솔이 부러졌다. 칫솔을 사람에 비유해 솔이 머리라면 바로 목 부분이 부러졌다. 순간적으로 손이 힘이 너무 들어간 탓이겠지.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때는 누구를 떠올리며 칫솔을 부러뜨렸는지 궁금하네.
다 씻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혹시 이 이야기를 지금 구상중인 소설에 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이를 닦다가 문득 잊고 있던 어떤 이를 떠올리다가 칫솔이 부러졌는데, 그날 저녁 우연히 그이를 만났다가 사건이 벌어진다. 뭐 이런 이야기. 음, 괜찮은 소재인 것 같다.
음주 운동
여름 휴가가 다가오니,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약 3개월 간 워밍업 기간이었다면 7월에 들어서서부터는 슬슬 본운동에 임한다는 느낌이다. 실제로도 오랫동안 운동을 쉬었던 탓에 그동안 무리하지 않고 다시 운동을 잘 하기 위한 몸을 만드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한 덕에 어느 정도 내가 하고 싶은 동작과 들어올리고 싶은 무게를 감당할 만한 몸이 만들어진 듯 하다. 물론 옛날 생각을 하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이 워밍업 기간 동안 일부러 술도 많이 줄였다. 술을 마시면 확실히 근육성장이 느리고, 술로 인한 피로 때문에 일상생활과 운동까지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술도 못 먹으면서 운동을 해야하나 싶었지만, 조금 노력해서 다시 예전처럼 몸을 만들어놓으면 술도 마시면서 운동을 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버텼다. 지나고보니 운동으로 인한 피로와 적당한 근육통이 음주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를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대신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는 계속 술 마실 약속이 생겨서 집에서 차분히 운동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밖에서 술을 먹고 들어와서 밤 늦게 혹은 새벽에 운동을 했다. 이른바 음주 운동이다. 사실 꾸준히 운동을 이어가기 위해서 술을 마셔도 간단히 철봉에 매달려 딥스와 풀업 등을 하고 자는 날은 많았지만, 그 정도 몸을 움직인 걸로 운동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이번 주에는 그보다 본격적으로 운동에 임했기에 정말 음주 운동이라고 부를 만 했다. 특히 그제와 어제 이틀은 평소보다 운동강도를 더 높였기에 그랬다. 술로 인한 흥분 때문이었는지, 혹은 순간의 판단 착오였는지 몰라도 급격하게 강도를 올렸다. 그동안 완만하게 천천히 강도를 높여가는 그래프가 순간적으로 확 튀어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내 몸은 어느 정도 본격적인 운동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었던지 크게 무리했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제는 술자리를 마친 시간이 11시 반이었다. 집까지 30분 동안 걸었다. 이 걷기가 그대로 워밍업이 되었다. 집에 오자마자 간단히 스트레칭을 했다. 어깨와 등근육 스트레칭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 그리고 철봉에 매달려 딥스, 레그레이즈, 풀업을 했다. 그리고 본운동에 들어가 데드리프트를 했다. 가벼운 무게로 몸을 풀고, 차츰차츰 무게를 올렸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에 들었던 무게에 비해 반도 안 되는 이 무게로 운동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느꼈다. 아마 술기운이 조금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집에 있는 원판을 모조리 바에 끼웠다. 그래봐야 내 몸무게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게다. 예전에는 내 몸무게보다 훨씬 많은 무게를 들었었다. 갑자기 무게를 올린 터라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들어올렸다. 처음에는 의외로 별로 힘들지 않게 들었다. 그런데 횟수를 반복할수록 급격하게 힘이 딸렸다. 막판에는 갑자기 어지러운 증상을 느꼈다. 더는 안되겠다 싶어서 운동을 중단했다. 샤워를 마치고 원판을 더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2년 전 어깨 부상을 당하기 직전에도 그 생각을 했었다. 집에 있는 원판 무게로는 아무래도 부족했다. 최소한 내 몸무게보다는 많이 들어야지. 물론 좀 더 지나면 그걸로도 부족할테지. 그때가서 또 원판을 더 사면 되겠지.
어제는 술자리를 마친 시간이 10시 40분이었다. 또 집까지 30분 동안 걸었다. 그제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칭은 간단히 마쳤다. 이번에는 하체를 중심으로 운동하는 날이라 오버헤드 스쿼트를 할 생각이었다. 먼저 철봉에서 딥스, 레그레이즈, 풀업, 와이드 그립 풀업, 토우 투 바 등을 했다. 최근 실내철봉에 매달리면 조금씩 삐그덕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음새를 모두 잘 조였는데도 그랬다.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이 조금은 헐거워졌다는 뜻인데, 어딘지 찾지를 못하겠다. 암튼 토우 투 바 동작을 할 때 철봉이 심하게 흔들리며 소음과 진동이 생겼다. 시간이 11시 반이 넘었기 때문에 혹시 아랫층에 피해를 줄까봐 동작을 중단해야 했다. 다음에는 주말 낮에 토우 투 바를 다시 해봐야겠다.
이제 본운동으로 들어가서 오버헤드 스쿼트를 했는데, 전날 급격하게 강도를 높인 탓인지 근육 피로 때문에 오버헤드 동작을 상체 근육이 버티기가 버거웠다. 도중에 동작을 멈추고 잠시 고민했다. 이럴때는 아무래도 맨몸 운동이 제일이다. 폰을 열어서 타바타 인터벌 음악을 찾아서 틀어놓고 에어스쿼트를 했다. 흔히 방송에서 많이 소개되는 어중간하게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스쿼트가 아니라 완전히 똥싸는 자세로 앉아 잠시 멈췄다가 빠르게 다시 올라오는 딥스쿼트로 했다. 작년 무릎 부상 이후로 거의 1년동안 딥스쿼트를 하지 못했다. 지난 달에도 몇 번 시도했다가 또 다칠까봐 겁이 나서 완전히는 내려가지 못했다. 근데 어제는 역시나 술기운이 조금 영향을 미친듯 했다. 완전 딥스쿼트로 타바타 인터벌 8세트를 완료했다. 5세트부터 근육 피로가 느껴지기 시작해서 7세트가 제일 견디기 어려워 저절로 속도가 확 줄었지만, 8세트가 되어 마지막 세트라고 생각하니 다시 힘이 났다. 8세트를 마치고 물을 마시는데 온 몸에서 땀이 줄즐 흘러내렸다. 하지만 옷이 젖을 걱정은 없었다. 아까 오버헤드 스쿼트를 마치고 에어스쿼트를 하려고 맘 먹었을 때 유일하게 걸치고 있던 반바지를 벗어버리고 맨 몸으로 운동했기 때문이다. 물론 무릎 부상 방지를 무릎 보호대는 하고 있어서 얘들만 땀에 젖었다.
장비의 중요성
나는 약간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거추장스럽게 뭔가를 착용하고 운동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그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몰라도 굳이 없어도 되는 거라면 그냥 하는 것이 당연하다. 뭐 이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운동할 때 장갑을 끼지 않았다.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굳은살이 배기는 건 당연한 일이고, 손이 좀 거칠어져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장갑을 껴도 당연히 굳은살은 배긴다. 그러니 그게 왜 필요한가 이런 생각이었다.
어느날 계속 굵어지는 굳은살을 칼이나 손톱깎이로 잘라내다가 문득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장갑을 끼는데 나도 한번 끼고 해볼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얇은 운동 장갑을 하나 샀다. 장갑 따위 필요없다는 고집이 얇은 장갑 정도는 한 번 껴볼까로 바뀌긴 했는데, 바로 두꺼운, 소위 말하는 헬쓰장갑을 쓰는 걸로 가지는 않더라. 여전히 조금의 거부감이 작용한 탓이다. 그렇게 얇은 장갑을 끼고 몇 년이 지났다.
최근 거의 매일 철봉에 매달리고 바벨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이용하는데, 굳은살이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장갑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처음 생각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두꺼운 헬쓰장갑과 손바닥보호대 등을 검색해봤다. 손바닥보호대는 가격이 비싸기도 했고, 사용하기 불편한 면도 있었고, 무엇보다 철봉운동을 위주로 하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두꺼운 장갑을 하나 사보기로 했다. 장갑이 도착했고, 철봉에 매달려본 순간 깨달았다. 이래서 장비가 중요하구나. 평소 얇은 장갑을 끼고 매달렸을 때와는 달리 굳은살에 전혀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보다 풀업 횟수가 더 늘었다. 바벨을 들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무게감이 분산되어 훨씬 수월하게 동작을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철봉과 바벨 운동을 해온 그 긴 시간동안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었구나. 적절한 장비는 정말 중요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한가지 장점이자 단점이 더 있었다. 장갑이 두꺼우니 악력이 훨씬 빨리 소모되어 운동을 오래 수행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더욱 악력을 더 빨리 길러주는 효과가 생겼다. 평소 육체 노동을 자주 하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일이 많은 나 같은 사람은 따로 악력을 기르기가 어렵다.
내 운동은 고립운동이나 펌핑을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코어를 중심으로 전신운동을 하는 편이라 특정 부위를 집중해서 키우는 개념 자체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악력을 기르는 운동만은 별도로 집중해서 해야할 것 같다.
SF 소설이 좋아
어제 페이스북에서 누군가가 SF 작가 김보영에 대해 소개한 글을 읽었다. 예전에 [누군가를 만났어] 라는 국내 SF 작가 단편 모음집에서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 김보영 작가의 소설이 미국 메이져 출판사에 판권이 팔렸다는 얘기였다. SF 팬으로서 기쁜 소식이다. 사야할 책이 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