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하시네요"와 "니가 임신했냐?" 사이에서


2010년 가을에 ["날씬하시네요"와 "니가 임신했냐?" 사이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애들 엄마는 예전에 내 지인에게 "어쩌다 이런 애와 결혼했냐?" 와 같은 질문을 받으면 "몸매 보고 결혼했는데, 속았다." 라고 답변했다. 농담 반, 진담 반 질문에 역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답변한 것이다. 그 답변이 스스로 재치있다 여겼는지, 이후 그 답을 여러번 사용했다. 결혼 전엔 실제로 몸매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결혼 후 완전 망가져가는 과정에서 그 '속았다'는 표현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러려니 넘어가곤 했는데, 둘째를 임신해 배가 불러가던 그가 내 배를 보더니 "니가 임신했냐?"고 물었던 건 좀 충격이 컸었다. 그래서 둘째가 태어난 시점부터 다시 꾸준히 운동을 하던 과정에서, 어느 날 둘째가 다니던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를 안겨주고, 아기띠의 허리끈을 채워주며 "아버님, 끈을 더 늘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물었다가, 쉽게 '달칵'하고 채워지자, "아버님, 정말 날씬하시네요!"라고 놀라며 했던 말을 듣고 우쭐한 마음에 썼던 글이다.


운동을 오래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마음은 예전처럼 쉽게 무게를 올리고, 난이도 높은 동작들을 해낼 것 같은데, 막상 몸은 뻣뻣하고 근육은 힘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머리로는 한창 운동할 때를 떠올리지만, 몸은 운동을 모르던 시절의 상태라는 걸 깨닫는 것이다.


관절 통증으로 제법 오래 운동을 쉬었던 탓에 다시 시작한 운동이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한편 당황스럽고, 한편 몸이 고되다는 걸 새삼 깨달으며, 예전에 "니가 임신했냐?"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결혼 후 오래 방치했던 몸을 다시 만들어가던 과정이 떠올랐다.


통증의 원인과 처방은?


게다가 예전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관절 통증을 느끼는 상황에서 운동하는 건 더 어렵더라. 한의원 한 곳과 정형외과 한 곳과 의료협동조합 마을 주치의까지 3명의 의사를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내 통증의 원인을 진단하지 못했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이 아닐까 의심해서 의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고액의 혈액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류머티스성은 아닌 걸로 나왔다. 다른 진단은 오랫동안 잘못된 자세로, 하루종일 앉은 자세로 지내는 것과 스트레스였다. 일리 있는 진단이었지만, 어떤 날은 손목이 아프다가, 다른 날엔 손목은 씻은 듯이 낫고, 어깨가 아프고, 또 다른 날엔 어깨는 멀쩡하고 발목과 무릎이 아픈 등 비정기적, 불규칙적으로 온 몸의 관절이 아프다 말다 하는 현상을 설명해주기엔 부족했다. 


또 다른 진단은 관절 통증이 있는 날엔 붓기가 동반되는 현상에 따라 신장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나는 이 진단이 가장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평소 물을 자주 마시지 않는 편이라 깨달으며, 관절 통증이 있는 날엔 전날 물 섭취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느꼈다. 또 주위에서 관절 통증을 잦은 음주와 연결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실제로 술을 마실 때는 물을 잘 마시지 않으므로 조금 상관관계가 있다 여겼다.


이후로 가능하면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아직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지 못 했으니, 신장 때문이란 건 하나의 가설 일 뿐이니까) 확실히 예전보다 통증 빈도와 강도가 줄어들었다. 


나쁜 자세와 오래 앉아있는 업무 패턴 때문이란 진단도 일리가 있다는 걸 또 깨달은 것이 이후 가능하면 자주 자세를 바로 잡으려 노력하고, 운동을 통해 관절 주변 근육의 힘을 키우려 노력한 것이 조금씩 시간이 지나며 역시 통증의 빈도와 강도를 줄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과 운동


어쨌거나 의사들도 모르는 원인을 내가 장담할 수는 없겟지만, 한 편으로 내 몸이니 내가 잘 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내가 내린 처방은 위에 나온 것처럼 물과 운동이다. 사실 이는 10대 후반 본격적으로 운동에 재미를 붙여 꾸준히 즐기던 시절에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 처방이 효과를 거두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운동을 해보련다.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의 중요성


운동할 때 나쁜 습관 중에 하나는 준비운동(워밍업)과 마무리운동(쿨다운)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성격이 급해서, 귀찮아서 그랬다. 바쁘니까 그냥 본 운동만 제대로 해도 되겠지 여겼던 것이 어쩌면 관절에 무리를 준 것은 아닌지 싶다. 그래서 이제 본 운동보다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에 더 공을 들인다. 


운동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되지만, 오래 쉬어서 뻣뻣하고 근육 힘이 약해진 몸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고, 그래서 본 운동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무슨 일을 하던 준비와 마무리가 중요한 법이다.


준비 운동


준비 운동은 두 가지가 필요하다. 워밍업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몸을 움직여 덥혀주는 것과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어 긴장과 수축에 적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달리기와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달릴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면 버피가 좋은 대안이다. 사실 스쿼트(앉기) + 엎드려뻗쳐 + 팔굽혀펴기 + 양다리 끌어오기 + 스쿼트(일어서기) + 제자리 점프 로 이어지는 버피는 본 운동으로 해도 충분할만큼 과격한 운동이다. 어디 나가서 달릴 여유가 없다면 버피 몇 차례만으로 충분히 워밍업이 될거란 의미로 준비운동으로 적합하다는 뜻이며, 실제로 나는 버피를 워밍업으로 자주 활용한다.



또다른 워밍업은 타바타 인터벌을 활용한 순환운동이다. 타바타 인터벌이란 일본의 운동생리학자 타바타 이즈미가 개발한 운동과 쉼 사이의 간격을 말하는데, 이를 활용한 운동법을 타바타 트레이닝이라고 부른다. 고강도의 20초 운동과 10초 휴식을 8회 반복하는 것으로 쉬엄쉬엄 천천히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강도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즉, 죽을 것처럼 20초 운동하고 10초를 쉬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실 한 가지 동작을 이렇게 8회 반복하기는 제법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순환 운동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2가지 혹은 4가지 운동을 순서대로 돌리는 것이다.


여기에 넣을 동작은 운동 목표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에어스쿼트, 푸쉬업, 런지, 싯업을 주로 순환운동으로 활용하며 철봉이나 평행봉이 있다면 풀업과 딥스 등을 활용할 수 있고, 스텝박스를 활용해서 더욱 다양한 동작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타바타 인터벌을 활용한 최고의 운동은 역시 앞서 언급한 버피다. 버피를 타바타 방식으로 하면 그야 말로 죽음이다. 마지막 8세트가 끝나는 순간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한동안 터질 것 같은 심장으로 숨을 헐떡이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예전에 층간 소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반지하 집에 살 때는 밤마다 버피 타바타를 즐기기도 했다.


스트레칭에 대한 얘기는 따로 안 해도 되겠지. 요즘은 스트레칭에 좀 더 집중해 기본적인 동작들 외에 각 부위별로 다양한 동작을 해보려고 판형이 크고, 그림이 잘 나온 스트레칭 책을 사서 펼쳐보면서 따라하고 있다.


마무리 운동


마무리 운동에서도 역시 스트레칭은 빠지지 않는다. 가만 보니 운동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스트레칭으로 끝나는 구나. 근데 난 그걸 빼먹고 본 운동만 했었네. 그리고 앞서 워밍업으로 몸을 덮혔던 동작을 조금 가볍게 반복하며 쿨다운 할 수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쿨다운 운동은 캐틀벨 스윙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다른 운동보다 캐틀벨 스윙으로 운동을 마무리했을 때 기분이 좋다고 느꼈다. 만약 핏니스클럽에 로잉머신이 있다면 이것도 좋은 마무리 운동이다.


본 운동


본 운동은 운동 목표에 따라 달리 선택할테고, 운동과 휴식의 효과적인 병행을 위해 분할 운동을 많이 할 것이다. 언젠가 알라딘에서 고백한 적이 있듯이 나는 몇 년째 스내치 동작을 가장 좋아하고, 잘 하고 싶다. 바벨 스내치는 특히 어려운 동작이고, 부상 위험도 크다. 작년 여름 무릎 인대를 다친 것도 바벨 스내치를 하다가 실수로 동작이 틀어져서였다. 그래서 요즘은 바벨 스내치를 시도하지 않고 캐틀벨 스내치를 해보려고 하는데, 아직 캐틀벨 운동에 익숙해지지 못해서 집에 있는 캐틀벨의 무게가 스내치 동작을 제대로 하기엔 너무 무겁다. 조금 가벼운 캐틀벨을 사야하나 계속 고민 중이다.


스내치에 빠지기 전에는 주로 프레스를 많이 했다. 벤치 프레스, 푸쉬 프레스, 밀리터리 프레스 등을 주로 했었다. 이젠 프레스 동작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클린 앤 저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온 몸의 근육을 쥐어 짜내어 한 순간에 들어올리는 스내치에 비해 클린 앤 저크와 프레스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약수터와 핏니스클럽에서 가장 열심히 했던 운동은 벤치 프레스였는데, 지금은 집에 벤치와 바벨이 있어도 벤치 프레스를 하지 않는다. 역시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다.


동작의 난이도와 투여되는 힘에 비해 가장 큰 효과를 거두는 운동은 아마 스쿼트와 데드리프트일 것이다. 최근에 백스쿼트가 허리에 부담이 크고,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라는 대체할 다른 동작이 있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이 크지만, 운동하는 사람 치고 백스쿼트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도 꾸준히 백스쿼트 무게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었고, 그 효과는 다른 동작에 비해 컸다.


백스쿼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접한 후 요즘 나는 오버헤드 스쿼트를 주로 한다. 사실 오버헤드 스쿼트는 스내치를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동작이므로 예전에도 많이 하긴 했다. 다만 예전에는 스내치를 위한 동작이었다면, 요즘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본 운동 동작이 된 것이다.


바벨 데드리프트는 가장 무거운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동작이다. 운동을 쉬었다가 다시하는 입장에서 온 몸의 근육 협응력을 높이며, 약해진 악력을 다시 기를 수 있는 좋은 동작이다. 요즘은 캐틀벨 데드리프트를 더 많이 하는데, 바벨 데드리프트와는 다른 맛이 있어서 좋다.


집에 있는 실내 철봉과 덤벨 등을 활용하면 훨씬 더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다. 나는 핏니스클럽에서 머신 운동만 반복하는 행위를 그만둔 지 오래되었는데, 머신을 벗어나보니 정말 다양하고 재밌는 운동의 세계가 다시 펼쳐졌다.


작은 아이가 우리 집에 오면, 마치 놀이터에서 놀이 기구를 타듯이 실내 철봉에서 논다. 가끔 아이의 동작들을 보면서 운동이란 저렇게 기능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본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깨닫는다. 머신에 올라 고립 운동으로 저중량 고반복을 이어가는 건 너무 지겹고 비효율적이다. 


음, 정말 장황하게 적었는데, 주로 내가 이렇게 몸을 움직이며 재미를 느낀다는 얘기다. 글을 쓰다보니 버피 타바타를 하고 싶은데, 집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 할 수가 없다. 일터와 집 근처엔 마땅한 소공원 같은 공간도 없다. 예전에 일터 옥상에서 해본 적이 있었는데, 속옷을 포함해 옷이 모두 땀에 젖어버려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수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기 민망해서 다시 시도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 땀에 젖었던 옷을 입고 버스에 오르면 주변 사람들은 또 무슨 죄란 말인가!


아! 이렇게 쓰고보니 정말 버피 타바타를 하고 싶구나! 집 근처에 작은 공원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매일 술 마시기 위해 매일 운동하기


언젠가 술 자리에서 운동 얘기를 하다가 그 힘든 운동을 왜 하냐는 물음에 "매일 술 마시기 위해 매일 운동한다"고 답한 적이 있다. 역시 술꾼에게 모든 결론은 술로 통한다. 운동은 재미도 있고, 보람도 느끼고, 그를 통해 이쁜 몸을 만들 수도 있지만, 역시 운동하는 이유는 오래오래 매일매일 술을 마시기 위해서다!


아마 재작년 가을 어깨 인대를 다치기 전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며 이쁜 내 몸매에 반하곤 했던 게 말이다. 이제 다시 되찾아야겠다. 


매일 술을 마시기 위해, 매일 샤워하며 내 몸매에 반하기 위해, 관절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스내치를 완성하기 위해 오늘도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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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5-1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지내기 위해서, 먹고 싶고 마시고 싶은 거 즐기기 위해서 운동해야 겠다고요. 맛있는 거 먹고 마시는 거 저는 행복하거든요. 계속 행복하려면 건강해야겠더라고요.

감은빛님 운동 페이퍼 읽는 거 저는 너무 좋지만, 무리하지는 마세요! 이를 악물기 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합시다.

감은빛 2019-05-14 18:50   좋아요 0 | URL
제가 운동을 너무 오래 쉬었나봐요.
오랜만에 하려니 몸이 막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네요.
이를 악물어야 간신히 기대치보다 한참 못 미친 결과를 볼 수 있어요.

물론 다시 꾸준히 하다보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되는 때가 오겠지요.
다시 몸 만들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