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보슬비 > 매의 발톱을 닮은 '매발톱'

ⓒ2004 이선희
꽃 이름 중에는 동물들의 이름이 붙은 것들이 많습니다. 이미 소개해 드린 새끼노루귀, 개구리발톱, 제비꽃 외에도 강아지풀, 개미자리, 토끼풀, 괭이눈, 괭이밥, 뱀딸기, 두루미꽃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름마다 각기 사연이 있고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매발톱꽃 역시도 꽃의 뒷부분이 매의 발톱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조금 무섭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꼬부라져서 앙칼진 매의 발톱처럼 보이는 그 곳에 달콤한 꿀을 담고 있다고 하니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2004 김민수
매발톱꽃은 전국의 산야에서 자라는 꽃이라는데 아직 정성이 부족한 탓인지 아직 자생지에서는 만나질 못했습니다. 화원에서 만난 매발톱꽃의 색은 가지각색이었는데 교잡이 쉽게 일어나는 특성으로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색으로 어우러진 매발톱꽃의 정원을 떠올려봅니다.

유럽의 전설에 의하면 꽃잎을 두 손에 문질러 바르면 대단한 용기가 솟아난다고 합니다. 그러니 유럽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은 이 꽃을 참 좋아했을 것도 같습니다. 단아한 모양의 꽃임에도 이름으로 인해서 무서운 느낌을 주는 꽃, 더군다나 용기가 솟아나게 한다니 힘이 넘치는 꽃 같습니다. 그렇게 남에게도 용기를 주는 꽃이니 튼튼해서 어떤 정원에서나 잘 자란다고 합니다.

ⓒ2004 김민수
'하늘매발톱'이라는 꽃이 있고,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매발톱'꽃은 구별을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도감에 의하면 하늘매발톱꽃은 매발톱꽃과 거의 비슷하지만 키가 작고 꽃은 더 크다고 합니다. 자생지는 백두산이 있는 북부지방의 고산지방이며 2,000미터 이상의 고원지대에서 무리 지어 피어난다고 합니다.

그러니 하늘매발톱꽃을 자생지에서 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매발톱꽃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는데 아직 정성을 더 드려야 내게로 다가올 것만 같습니다.

ⓒ2004 김민수
꽃의 모양을 살펴보면 살포시 고개를 숙인 형상입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꽃, 그리고 꽃 이름에 전해지는 신화까지 연결시켜보면 으쓱으쓱 자랑할 것이 많아서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을 듯 한데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보니 겸양의 미덕까지 골고루 갖춘 꽃이 아닐까요?

따스한 봄 노란 병아리들이 마당에서 삐약거리며 놀다가도 솔개가 하늘을 빙빙 돌기 시작하면 엄마 닭이 얼른 품어줍니다. 그러면 하늘을 빙빙 돌던 솔개가 몇 바퀴 돌다 지쳐 돌아가 버립니다. 솔개가 사라지면 또다시 조금 전의 그 긴장감은 없고 평온한 병아리들의 삐약거리는 소리가 예뻤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2004 김민수
매발톱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렇게 꽉 잡으려는 마음으로 무엇을 잡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잡는다는 것은 그것을 소중한 것으로 여긴다는 의미요, 어쩌면 그것이 아니면 삶의 의미도 모두 상실한 만한 중요한 것이기에 애써 잡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그 애써 잡으려는 것이 헛된 것이라면 참으로 불행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신에게만 그 불행이 닥쳐오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니 저렇게 꽉 잡으려는 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어야겠습니다.

ⓒ2004 김민수
미국의 침략전쟁으로 인해 비인간적인 삶을 강요당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의 소식들을 접하는 요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추악한 전쟁임이 밝혀진 마당에 그 미친 전쟁에 동참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번복할 수 없다고 하는 논리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어겨도 될 약속이 있는 법입니다.

그 기준이 무엇일까요?
사람을 살리는 일이냐 죽이는 일이냐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놓아버려야 될 것들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 이들이 불쌍하기만 합니다. 월남전보다도 더 추악한 전쟁에 용병으로 갔다는 것이 우리 후손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로 남을 것인지 보이지 않나 봅니다.

"아빠는 그 때 기성세대였잖아요? 그런데 이라크 파병한다고 했을 때 뭐 했어요?"

그렇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추악한 전쟁에 동참하겠다던 그 약속 같은 것을 놓아버릴 수 있는 그런 용기는 기대하기 힘든 것인가요?

ⓒ2004 김민수
참으로 소중한 것, 그것은 곁에 있을 때에는 잘 모른다고 합니다. 없어졌을 때, 더 이상 곁에 둘 수 없을 때에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안다고 합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자기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인지 깨달아 가는 과정들 하나 하나가 작은 행복들의 단편들이고, 그 단편들이 모여 행복한 삶이라는 긴 장편의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닐런지요. 이러한 것들은 아주 천천히 변하기에 잘 알지 못합니다. 마치 꽃몽우리가 활짝 피어난 순간에서야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것처럼 말이죠.

ⓒ2004 김민수
사실 모든 사물은 운동하고 있고, 운동한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단지 우리의 육안으로 보이지 않기에 변하지 않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꽃은 피어납니다. 시간마다 카메라로 꽃을 담아 고속으로 돌리면 금방 피어나는 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단지 우리의 눈에 그들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것이지 그들이 멈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이나 희망이나 이런 추상적인 것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행복, 희망이라는 그림자는 어쩌면 잡을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다지 불행이나 절망이라는 그림자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길게 십 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면 무엇을 붙잡고 살았는가에 따라서 그 삶이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2004 김민수
매발톱꽃,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하는 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매의 발톱을 닮아, 또 유럽신화에 그 이파리를 두 손으로 비비면 용기가 솟는다 하고, 꽃도 예쁘니 교만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그 매서운 발톱 같은 그 곳에는 향기로운 꿀을 담고 있으니 참 재미있는 꽃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보슬비 > 보물성을 여는 행운의 열쇠 '앵초'

▲ 큰앵초
ⓒ2004 이선희
제주는 두 계절을 동시에 품고 있는 땅입니다. 겨울과 봄, 봄과 여름, 여름과 가을, 가을과 겨울이 모호하게 엇물려 있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봄이 지난 듯한 즈음, 한라산을 오르면 이제 막 봄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확연히 구별될 정도의 계절 차이가 공존하기에 중산간지역이나 평지에서 지난 봄을 만끽하지 못했다면, 발품을 팔아 한라산으로 향해 볼 것을 권합니다. 뒤늦게나마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평지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흰양지, 흰그늘용담, 세바람꽃, 좀민들레에서부터 이번에 소개하는 앵초까지 야무지게 고운 빛깔로 피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앵초는 종류도 많아서 흰색 꽃을 피우는 흰앵초와 잎이 단풍잎을 닮은 큰앵초, 바위에 붙어 자라는 설앵초가 있습니다. 제가 한라산에서 만난 것은 진분홍색의 큰앵초와 계곡 바위에 피어있던 설앵초입니다.

ⓒ2004 김민수
앵초의 학명은 'Primula sieboldi'인데, 영어로는 '최초의 장미'라는 뜻의 프림로즈(primrose)라고 합니다. 5월의 꽃으로 잘 알려진 장미의 선조가 되는 셈이죠. 이른 봄에 피어나는 앵초는 꿀벌을 만나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기에 '시집가기 전에 죽는 꽃'으로도 불립니다. 이쯤이면 '젊은 날의 슬픔'이라는 꽃말이 와 닿을 것입니다.

운 좋게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수술에 앉으면 열매를 맺을 수도 있겠지만, 앵초는 곤충들의 날갯짓이 드문 이른 봄에 피어나 열매를 맺기가 어렵습니다. 시집도 가기 전에 죽어버린 가련한 처녀의 슬픈 운명을 앵초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슬픈 꽃말과 달리, '행운'이라는 꽃말도 있습니다. 따스한 봄날 흔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앵초의 예쁜 모습을 자생지에서 만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행운'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꽃말이 없는 모든 꽃들에게 '행운'이라는 꽃말이나 '행복'이라는 꽃말을 달아주면 참 좋을 것도 같습니다.

ⓒ2004 김민수
앵초는 한자로 '櫻草'라고 쓰는데, 분홍빛 꽃을 피우는 앵두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앵초는 '풍륜초'라고도 불리는데 꽃 모양이 영락없이 풍차를 닮았습니다. 바람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차, 늘 그 자리를 도는 것 같지만 그 움직임으로 방아도 찧고, 전기도 만듭니다. 바람을 품고 돌아감으로 인해 또 다른 것을 창출하는 풍차와 닮은 꽃으로 바람개비를 만들면 풍륜초의 그윽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온 들판을 감쌀 것만 같습니다.

그 외에도 취란화, 앵미, 앵채, 연앵초라고도 불리우니 아마도 앵두와 많은 연관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2004 김민수
인터넷에서 앵초에 대한 꽃말을 검색해 본 결과, 앵초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옛날, 독일의 작은 마을에 리스베스라는 여자 아이가 살고 있었어.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몸이 아파 오랫동안 앓아 누워 계셨지. 어느 봄날 앵초꽃을 몹시 좋아하시던 어머니는 "들판은 꽃으로 가득하겠지? 들판으로 나가 앵초꽃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푸념처럼 말했어. 이 말을 들은 리스베스는 곧 앵초꽃을 구하러 산 속으로 들어갔지. 앵초가 많이 피어있는 습지를 찾아서 부지런히 걷고 있을 때 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거야.

"리스베스, 리스베스!"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머리에 예쁜 앵초꽃을 꽂은 예쁜 여인이 서 있었어.

"나는 앵초의 여신이란다. 너에게 이 꽃을 줄 터이니, 저 산 너머 성으로 가서 이 꽃으로 그 성의 문을 열어라. 그 성에는 네가 갖고 싶은 보물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하나만 가지도록 하여라."

리스베스는 앵초의 여신이 시키는 대로 성을 찾아가 앵초꽃으로 성문을 열었어. 성에서는 멋지고 잘 생긴 왕자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지. 왕자는 리스베스를 반갑게 맞이하며 성안의 보물창고로 안내했어. 온갖 화려한 보석과 황금이 있었지만 착한 리스베스는 그 중에서 어떤 병이라도 고칠 수 있다는 보물을 하나만 골랐는데, 이것을 본 왕자가 말했어.

"과연 리스베스 아가씨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니셨군요. 저랑 결혼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어머니의 병도 고치고 멋진 왕자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앵초는 간직하고 있단다.


ⓒ2004 김민수
내용상으로는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 더 문학적인 색채가 가미된 다른 앵초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던 앵초를 구하러 갔던 리스베스는 조심스레 앵초를 꺾었습니다.

"미안해, 앵초야! 우리 엄마가 너무 아파서 나올 수가 없는데 너를 너무 보고 싶어하거든. 미안해."

앵초의 요정은 리스베스가 안고 있는 앵초를 쳐다보았습니다. 그 앵초는 산 너머에 있는 보물성의 문을 열 수 있는 앵초였습니다. 봄이 오면 들에는 몇 천, 몇 만 송이나 되는 앵초가 꽃을 피우지만, 그 앵초 중 단 한 송이만이 보물성의 성문을 열 수 있는 열쇠였던 것입니다.

"너는 한 번만에 단 한 송이 밖에 없는 보물성을 열 수 있는 앵초를 얻은 행운을 얻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착한 리스베스에게 하나님이 주신 선물일 거야."

보물성에 가 성문을 열어보니 성안은 온통 보석 천지였습니다. 온갖 보석이 산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서둘러, 리스베스. 문은 금방 닫힐 거야."

리스베스는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다는 알약을, 요정은 마음 착한 리스베스를 위해 문이 닫히기 전 이런저런 보물들을 급하게 가지고 나왔습니다.

"백년 전에 너처럼 행운을 잡은 남자가 있었어. 나는 그를 안내해서 성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는 보석을 보는 순간 욕심꾸러기로 변해 버렸어.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그만 성문이 닫혀 버렸단다. 그 남자의 뼈가 성안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야."

요정은 웃으면서 리스베스에게 자기가 가져온 보물들을 주면서 "네 행운을 부디 소중하게 쓰렴" 하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 설앵초
ⓒ2004 김민수
꽃이 예쁘니 꽃 이야기도 풍부합니다. 그것도 행운이겠지요. 한라산 윗세오름은 아직 봄이 멀었는지 진달래가 막 꽃몽우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앵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계곡의 양지바른 꽃에 수줍은 듯 피어있는 앵초를 발견했습니다. 마치 '그 먼 길을 올라왔는데 인사는 하고 가야지요'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2004 김민수
올해 처음으로 눈인사를 나눈 앵초, 어쩌면 저 앵초가 한라산에 피어나는 수천 수만 송이 앵초 중에서 '보물성을 여는 행운의 열쇠'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라산에서 막 피어나는 앵초를 보니 아직 봄이 우리 곁에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휘파람이 절로 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작성자 : aja 조회수 : 55
콜로세움 내부

입장료가 1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15000원정도???

15000원을 주고 보기엔...... 움..


2004.07.10 10:52: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작성자 : aja 조회수 : 78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판테온에서 트레비 분수로..
힘들게(?) 찾은...끝에 본거라서 그런지... 감탄.. 탄성을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작성자 : aja 조회수 : 84
사랑하게 해주세요!!!

오른손으로 들어서 왼쪽 등뒤로 던져야한다는데.. 난 왼손으로 동전을 던졌으니..

동전을 한번 던지면 다시 로마에 찾게 되고.. 두번 던지면 사랑을.. 세번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다는데...

난.. 첫번째 던지면서.. 사랑하게 해주세요.. 라고 외쳤으니.. ㅡㅡ;


2004.07.10 11:07: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