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음주운전 못막으면 처벌?
술에 취한 채 차를 몰고 가겠다는 친구를 막지 못했다면 범죄일까.
프랑스에서 한 부부가 친구의 음주운전을 막지 못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유죄판결이 날 경우 최고 5년 징역에 5만파운드(약 1억원)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장 세바스티엥 프레스(30)와 안젤리크 프레스(29) 부부는 2000년 2월 친구 프레데릭 콜린을 초대해 함께 저녁시간을 보냈다. 술에 취한 콜린은 새벽 3시45분쯤 차를 몰고 돌아가다 일가족 5명이 탄 차를 들이받았다. 이날 사고로 콜린은 물론 상대방 차에 타고 있던 부부와 어린아이 2명이 모두 숨졌다.
당시 콜린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법정기준치 0.05%의 5배 가까운 0.24%였다. 프레스 부부는 참사를 당한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할머니에 의해 고소당했다. 판사는 소송을 기각했지만 할머니는 다시 항소했다.
기구하게도 소송을 당한 프레스 부부도 음주운전의 피해자. 부인 안젤리크는 16살 때 음주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남편 세바스티엥도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바 있다.
프레스 부부는 “우리를 고소한 할머니의 고통을 이해하지만 우리는 콜린을 막으려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동차 열쇠를 뺏어도 보고 집에서 자고 가라고 권유해도 콜린은 막무가내였다”고 항변했다. 변호사인 브루노 질릭은 “프레스 부부가 콜린이 떠난 뒤 경찰에 알리지 않는 것은 실수지만 현행 프랑스법에는 이런 유형의 소송을 판단할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교통안전 캠페인측은 “처벌이 가벼울지라도 유죄판결을 내려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자동차 관련단체들은 프레스 부부를 새로운 ‘비난문화’의 희생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최근 음주운전에 대해 매서운 처벌을 내리고 있다. 부르고뉴의 한 카페주인은 취한 손님에게 와인 한 병을 팔았다가 음주운전 방조죄로 2개월 징역 집행유예 판정을 받았다.
〈이인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