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우리의 미래를 말하다
노암 촘스키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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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로 미 전역이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이성적 판단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노엄 촘스키를 위시한 일군의 학자들이 학자적 양심을 걸고 민주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적이 있다. 당시 분위기로선 이들의 말이 그야말로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지만 폭발적인 감정이 상당 부분 사그라진 지금 시점에서 보면 탁월한 인식과 대응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어학자의 타이틀 외에 우리에겐 진보주의 학자로 이름이 더 알려진 노엄 촘스키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비판한 수많은 책들을 출간했다. 그의 책들은 공히 일반인의 인식과 전망에 큰 자양이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과 같은 대담집은 의외로 많지 않다. 정제된 언어로 표출된 일반 서적은 달리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와 달리 정해진 시간 안에 질문과 답변이 오간 기록으로서의 대담집은 정제미가 떨어진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일견 수긍하지 못할 바가 아니지만 특정 상황과 마주칠 경우 그런 말이 기우일 수 있다는 점도 알아주길 바란다.

이 책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아무튼 그런 생각일랑 붙들어 매도 좋다. 더군다나 인터뷰어가 서문에 대담 내용을 정교하게 다듬어 활자화했다고 밝힘으로써 예봉마저 피하고 있는 마당이니 트집 잡을 건덕지도 없다.

물론 다듬지 않았어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그 빛을 발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공히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인식을 보여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삭 과정을 거친 건, 균형추가 무너지자마자 브레이크마저 뽑아내고 고속 질주하는 미국 자본주의를 어떻게 규정하고 대응해 가야할지 고민하는 독자의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주려는 열망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 지점에서 독자들은 지적 해갈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해갈이 책을 읽을 때에 국한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환상의 복식조가 그렇게 둘 리 만무하다. 활자화된 각각의 주장은 물론 행간에 걸쳐 실천을 모색하고, 그 방향으로 중단 없이 전진하도록 이끌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활발히 운동을 전개해도 그에 비해 결과는 별로 나아지지 않는 현상을 보고 동력을 급격히 잃을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어떤 형태의 운동이든 성과를 내오기 위해서는 장구한 세월이 필요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들이 좋은 예다.

한 두 장만 읽어봐도 노엄 촘스키가 얼마나 시원하게 질문에 답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거침이 없다. 어떤 질문이든 그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답 앞에 무장해제 당하고 만다.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 또한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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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을 만나다 SERI 연구에세이 66
최혜실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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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잘 어울리는 책이 있어 소개한다. 『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을 만나다』. 최혜실이 쓰고 삼성경제연구소가 냈다.

저자는, ‘이야기 하기’ 정도로 번역이 가능한 스토리텔링이 디자인과 광고, 텔레비전 방송, 만화, 테마파크 등 우리가 쉽게 마주치는 각종 문화적 장치에 어떻게 각인되고 어떻게 그 영역을 확장해 왔는지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여기서 실감난다는 것은 신문을 뒤적이다 우연히 눈에 꽂힌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를 지금처럼 우연한 기회에 책을 통해 마주치게 되면, 대뜸 마지막 장을 덮어야 비로소 용어를 이해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해서 지레 움츠러들거나 최종적으로 구입을 유보하고 마는 독자의 심리를 어루만지듯 참 맛깔스럽게 요리해 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학술적이거나 지나치게 경박하지도 않다. 다음 장을 넘기도록 부추기는 흥미와 한번 더 그 의미를 되새기도록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사색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음식으로 치자면 식탁 위에 자장면과 단무지를 함께 놓고 있는 것과 같다. 아무리 맛있는 자장면이라도 느끼함을 물리치는 단무지가 없으면 첫 술을 떴을 때의 참 맛을 오래도록 맛볼 수 없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스토리텔링이 차지하고 있는 문화적 위상과 그것이 예고하고 있는 문화 내부의 지각 변동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것 또한 이 책이 주는 큰 힘이다. 판형은 작지만 내용만큼은 더없이 풍부한 책과의 조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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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
빌 하이벨스 지음, 김성녀 옮김 / IVP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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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에 대해 가르쳐달라고 한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일러주신 주기도문 이래로 오 할레스비의 『기도』와 무명씨의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을 위시해서 존 R. 라이스의 『이렇게 기도하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도 안내 책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런 기도책들은 한결같이 주기도문을 모범으로 삼아 효과적으로 기도하는 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그렇다면 독자들이 기도의 삶에 빠져들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출간했을 것이 틀림없을 이 책들이 과연 그런 기대를 결과물로 얻었을까?

 

실제 지속적으로 기도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도가 영적 호흡임을 알고, 기도야말로 하나님과의 은밀한 교제임을 숙지하고 있음에도 기도생활이 지속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이 질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답한다. 하나님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다 명확하게 말하면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두고 잠시 기도하다가도 이내 그만두게 되는 것이란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대개의 경우 회중 기도처럼 우리의 죄를 사해 주시옵소서, 하는 식으로 뭉뚱그려 기도한다든지, 그게 아니라면 과연 세세한 부분까지 다 기도해야 할까, 라는 의문으로 예를 들면, 먼 거리 여행을 떠나오니 지켜 주시옵소서, 하는 식의 기도가 일상화돼있다. 하지만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은 아들이 제 아비에게 하듯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길 기다리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이 아들의 문제를 다 아시는 것은 둘째 문제다. 하나님은 아들이 자기 문제를 해결해 주실 아버지 앞에 나아와 문제를 시시콜콜할 정도로 세세하게 말해 주길 기대하신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아들에게 그 이야기한 부분에 한해서 답해 주신다. 그것은 아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하나님의 방편이기도 하고 구하고 얻은 것을 통해 감사하도록 가르치시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가정 내 상황과 일치한다. 아버지인 나는 아들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다. 하지만 아들이 아무런 노력도 들이지 않고 그것을 얻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들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들에게 수고가 주는 참 뜻을 알려 주기 위함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들이 제 몫을 다하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를 통해 우선 우리의 위와 같은 문제를 지적한 후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하나님의 성품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하나님이야말로 우리의 기도를 그토록 듣고 싶어하신다는 것을 가장 확실한 그 분의 말씀을 근거로 주장하는 데야 달리 변명할 말이 없다. 건강을 위해 헬스클럽을 다니고, 그 헬스클럽이 계획한 프로그램에 시간을 투자하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영적 고양을 위해선 얼만큼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 묻는 저자 앞에 숙인 고개를 더더욱 숙일밖에 딴 도리가 없다.

 

습관은 영적인 부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성숙한 신앙인이 되기를 바란다면 마찬가지로 훌륭한 스포츠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의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일회성이 아닌 습관으로 굳어지게 하기 위한 노력, 그것은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예수님처럼 한적한 장소를 마련하고 그 곳에서 은밀하게 하나님과 만날 것을 주문한다. 그것이 바탕이 되지 않고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기도에 실패하는 이유는 정기적으로 특정한 장소에서 하나님과 대면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멀리 볼 것 없이 최근의 내 기도 생활을 들여다 보면 수긍하지 못할 게 전혀 없다. 저자는 이 부분에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어서 실천이 가능한 기도법(ACTS)을 소개한다. 물론 그것은 예수님이 주기도문에서 보여주신 기도 방법론에서 따왔다. ACTS는 찬미(Adoration), 고백(Confession), 감사(Thanksgiving), 간구(Supplication)의 영어 알파벳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기도에 정해진 룰이나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찬미에 이어 고백과 감사, 그리고 간구의 순을 따라 기도하다보면 하나님이 내게 주신 풍성한 은혜를 자연스럽게 셈할 수 있게 되고, 그로부터 오는 또 다른 감사로 하나님의 뜻에 합한 간구를 제대로 드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는 점에서 ACTS가 올바른 기도의 한 형식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좇든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듣고 싶어하신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상사에서부터 내밀한 비밀과 다소 시시해 보이는 소원에 이르기까지 어떤 문제든 다감하게 이야기하길 바라신다. 그럼에도 또 다시 예전처럼 하나님이 다 아신다는 쓸데없는 전제를 깔고 형식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 뿐이다. 무언가 얻고자 하면 그것을 줄 사람이 바라는 방식대로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자기가 좋다고 믿는 방식을 좇아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내 방식을 포기하고 하나님이 원하는 바에 나를 맞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여전히 성장 없는 신앙의 원인은 대부분 자기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난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같은 문제에 계속 봉착하는 것 또한 하나님의 방식에 나를 갖다 놓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 또한 알게 되었다. 아침 출근 전 내 방에 들어가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별도의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 매일 기도하려는 결심을 갖게 된 것이 처음이라 다소 서툴기도 하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문틈을 통해 들어오는 등의 문제도 없잖아 있었지만 하나님이 작은 시작을 풍성하게 하시리라는 기대로 뿌듯했다. 이 책이 소개하는 기도의 여정에 지금처럼 기본 전제 없이 참여코자 한다. 그래서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 가운데 들어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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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연금술 -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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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가슴이 저며오는 말, 떠올리다 말고 픽 웃어버린 말, 생각만 해도 참 맛깔스런 말, 조금만 참았으면 좋았을 걸, 하고 돌아보는 후회스러운 말 등등, 말에 얽힌 사연 한 둘쯤 갖고 계실 게다. 그 중에서도 참 곤혹스러운 게 본래 의도와 달리 전해진 말일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되는 말 앞에 사실 장사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말을 잘 다스릴 줄 알면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 것 같은데 출처를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말이란 공기처럼 달고 다니면서도 도통 그 실체를 알 수 없으니 요상스러울 수밖에. 그저 조심하고 또 조심할 일.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그래서 배워야 하느니.

 『대화의 연금술』은 말을 다루는 법을 일러 준다. 상사를 대할 때는 어떻게 말을 하고 부하 직원 앞에서는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 세세히 일러 준다. 그런데 문제는 예로 든 상황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상황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것이 이 책의 한계이면서도 이 책을 읽는 독자의 과제이기도 하다. 어차피 책 안에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죄다 적을 수 없고 보면 상황별 대처법을 이 책의 행간을 통해 읽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난 날 내가 겪었던 말에 얽힌 일화를 떠올리며 반추하듯 새김질해서 다시 그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할 일이다. 이 정도에서 멈춘다면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됐다고 하겠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다면 시쳇말로 다친다. 입맛에 딱 들어맞도록 가르쳐주는 책이란 세상에 없다. 읽은 대로 적용해 보는 게 최선이란 점 명심하자.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기초편으로 '똑같은 말을 해도 달라 보이는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경청과 칭찬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한 후 상황에 따라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에 관해 유형별로 접근한다. 2부는 실전편이다. 직장 상사의 신뢰를 끌어내는 대화법, 직장 상사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대화법, 부하 직원의 열정을 끌어내는 대화법, 부하 직원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대화법, 동료, 고객의 감동을 끌어내는 대화법 등등의 소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제 직장 내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의 내용 중에 일부는 익히 아는 것일 수 있고,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는 것인데, 하는 자만을 잠시 벗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바로 익히 아는 것에서 번뜩이는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대화를 풍부하게 하는 데 있어서 경청만큼 좋은 선생이 어디 있겠는가. 아울러 현실과 비교할 때 이물감이 느껴지는 대화법에서는 덤으로 색다른 아이디어를 소반 가득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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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 삶을 재발견하는 최고의 법칙
척 마틴 지음, 김명신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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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귄다고 가정해보자. 상대방에 대한 관심 없이 그것이 가능할까? 아니다. 관심은 친구를 만드는 데 있어서 첫 출발과 같다. 물론 관심에도 종류가 있다. 지나친 관심은 부담스럽게 만들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관심은 일상적인 관계에 머물게 한다. 친구를 사귈 수 있을 정도의 관심은 그래서 상대에 대한 배려를 그 내부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관심을 끌어낸 속 깊은 진심이 제대로 전달된다.

'삶을 재발견하는 최고의 법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관심』은 어느 날 불쑥 부장 자리를 맡게 된 월터가 브라이언에게 조언을 듣고 행하는 과정을 통해 중심 주제인 관심을 단계적으로 풀어간다. 추상적인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서 이야기체만큼 제격인 문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황과 사건을 참 맛깔스럽게 그려냈다.

월터가 맡은 부서는 직원들이 연달아 사표를 내고 남은 직원 또한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만신창이 부서였다. 월터가 친구 브라이언에게 전화를 건 것은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는 그가 1년 전부터 거둔 성과와 개인적인 변화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브라이언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일 속에 파묻혀 허덕이던 어느 관리자가, 자기 자신을 개선하고 일과 삶에서 행복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듣고 그걸 자기 상황에 적용했다네."

브라이언이 루나 커피숍에서 들은 이야기에 월터와 같이 귀기울여보자.

유니셰어 테크놀러지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주말도 마다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한 빌 테일러는 상사로부터 계열 회사인 그랜드뷰 사장직을 제의 받는다. 빌은 성공으로 가는 큰 기회를 잡은 줄로 생각했다. 성과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빌은 빠르게 업무에 적응해 갔다. 첫 달은 목표치에 다다르지 못했다. 두 번째 달이 시작되자 빌은 자신의 근무시간을 늘렸다. 유니셰어 테크놀러지 주식회사에 근무할 때처럼 주말도 반납하고 가족과 유리된 채 회사 일에 매달렸다. 셋째 달에도 목표 달성은 요원했다. 그러는 사이 빌은 계속되는 과로로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빌은 본사에서 보낸 한 사람과 루나 커피숍에서 마주한다. 그(이하 선생)가 빌에게 성공의 비결 세 가지를 들려준다.

- Find It(일하기를 멈춘 다음, 주위를 둘러보고, 귀를 기울여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진상을 파악하는 단계)

첫 번째 단계인 '발견하기'는 주변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선 그 주변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하던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고,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바삐 달리고 열심히 일하느라 생활의 균형이 깨지면 개인에게도 치명적이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에도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그런 인식의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선생의 권고대로 빌은 하루 일을 멈추고 직원들을 관찰한 결과를 들고 다시 루나 커피숍에서 선생과 대면한다. 일을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스테파니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고 있으면서 자신이 사장자리에 적임이라고 생각하는 마이클, 자기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는 로널드를 둘러보기는 했는데 그들의 말을 경청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 Change It(보고 들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하나하나 실행하는 단계)

두 번째 단계는 '변화하기'다. 곧 발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특정 일을 해낸 직원에 대한 감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는 고맙다는 말로 표현되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은 봉급 인상에서 멈추지 않고 성장과 더 많은 지식과 훈련, 그리고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존중받고 싶어한다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필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선생의 말마따나 딸의 병원 치료 때문에 지각하는 스테파니를 위해 업무 시간을 조정해 주는 건 스테파니가 지각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고 보다 당당하고 활기차게 일하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마이클에게는 그의 일을 보좌해 줄 보조원을 서둘러 붙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마이클은 그가 늘 아쉽게 생각하고 있던 직원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잠재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불만족한 평가로 회사 방침에 등을 돌린 로널드에게는 그가 해낸 과거의 공적을 공개리에 칭찬하고, 아울러 그가 인지하고 있는 회사 내 문제를 공적인 업무보고 석상에서 지적하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당연히 로널드는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 회사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조치가 비록 작은 것들이지만 그것을 경험하는 개인에게는 결코 작게 느껴질 수 없는 것들이다. 작은 변화가 가져올 작지 않은 결과를 굳이 말해야 할까?

- Pass It On(알아낸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명확히 전달하여 함께 개선을 도모하는 단계)

마지막 세번째 단계는 '전달하기'다. 지금까지 해온, 일을 멈추고, 상황을 파악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일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도록 전파해야 한다. 피라밋 구도 속 관계망처럼 급속히 퍼져나가야 사소하지만 결정적으로 직원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다양한 문제들을 수시로 개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탈바꿈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중단해야 할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은 과도한 회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정기 또는 수시 보고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일을 줄여 나가면 회사 전체가 정말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당연히 업무 효율성이 증가한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단해야 할 일을 제대로 중단하지 못하는 당신 때문에 회사가 집중해야 할 일에 전력투구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개인과 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세 가지 단계는 일견 당연하게 보이는 것들이다. 하지만 실천하려고 마음먹으면 그것만큼 쉽지 않은 게 없다. 상대방에 대한 전적인 배려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정글의 법칙이 무한 적용되는 것이 당연한 것인 양 묘사되고 있는 직장이라 해서 관심이라고 하는 가치가 그 빛을 무한정 잃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성정을 갖춘 사람이 그 곳에서 부대끼며 사는 한 언제고 진심은 전달되는 법이다. 상사와 직원 사이의 위계를 떠나 개인과 개인이 서로를 향해 관심을 드러낼 때 비로소 개인이 조직이 괴리되지 않은 살 맛나는 직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그런 시절이 도래하지 않았지만 한 번 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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