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우리의 미래를 말하다
노암 촘스키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9.11 테러로 미 전역이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이성적 판단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노엄 촘스키를 위시한 일군의 학자들이 학자적 양심을 걸고 민주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적이 있다. 당시 분위기로선 이들의 말이 그야말로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지만 폭발적인 감정이 상당 부분 사그라진 지금 시점에서 보면 탁월한 인식과 대응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어학자의 타이틀 외에 우리에겐 진보주의 학자로 이름이 더 알려진 노엄 촘스키는 세계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비판한 수많은 책들을 출간했다. 그의 책들은 공히 일반인의 인식과 전망에 큰 자양이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과 같은 대담집은 의외로 많지 않다. 정제된 언어로 표출된 일반 서적은 달리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와 달리 정해진 시간 안에 질문과 답변이 오간 기록으로서의 대담집은 정제미가 떨어진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일견 수긍하지 못할 바가 아니지만 특정 상황과 마주칠 경우 그런 말이 기우일 수 있다는 점도 알아주길 바란다.

이 책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아무튼 그런 생각일랑 붙들어 매도 좋다. 더군다나 인터뷰어가 서문에 대담 내용을 정교하게 다듬어 활자화했다고 밝힘으로써 예봉마저 피하고 있는 마당이니 트집 잡을 건덕지도 없다.

물론 다듬지 않았어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그 빛을 발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공히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인식을 보여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첨삭 과정을 거친 건, 균형추가 무너지자마자 브레이크마저 뽑아내고 고속 질주하는 미국 자본주의를 어떻게 규정하고 대응해 가야할지 고민하는 독자의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주려는 열망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 지점에서 독자들은 지적 해갈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해갈이 책을 읽을 때에 국한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환상의 복식조가 그렇게 둘 리 만무하다. 활자화된 각각의 주장은 물론 행간에 걸쳐 실천을 모색하고, 그 방향으로 중단 없이 전진하도록 이끌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활발히 운동을 전개해도 그에 비해 결과는 별로 나아지지 않는 현상을 보고 동력을 급격히 잃을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어떤 형태의 운동이든 성과를 내오기 위해서는 장구한 세월이 필요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들이 좋은 예다.

한 두 장만 읽어봐도 노엄 촘스키가 얼마나 시원하게 질문에 답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거침이 없다. 어떤 질문이든 그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답 앞에 무장해제 당하고 만다.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 또한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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