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얀시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필립 얀시 지음, 정성묵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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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는 그것을 받을만하지 않은 자에게 주시는 값없는 선물로 이야기되어 왔다. 누군가에게 시혜가 주어질 때는 적어도 그것을 받는 대상이 무언가 착한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믿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달리 적용했다. 착한 일은커녕 오히려 앞장서서 하나님을 거역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주기로 했던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하나님이 그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에 맞춰졌다. 단순히 그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그의 아들이 이 땅에 오셨고, 돌아가셨으며, 부활하셨다. 그런 후 어느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그 은혜가 미쳤다. 우리 수준에서 생각하는 착한 사람이든지 악한 사람이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그 은혜는 경중과 구분을 두지 않았다.

 

그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구원에 이르는 놀라운 권세였다. 그럼에도 은혜는 배척됐다. 그럴 리 없다는 것. 하나님의 은혜란 보편 타당하게 잘한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고집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고집은 놋뱀을 쳐다보지 않아 죽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그 이스라엘의 자리를 우리로 바꿔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하나님의 은혜는 안타깝게도 하나님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리는 자에게만 주어지게 됐다.

 

저자 필립 얀시는 『기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최고의 복음주의 작가다. 그의 책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혀 왔으며 같은 수의 크리스천들에게 도전을 주고, 영적 각성을 일으켜왔다. 이제 그가 자신의 글을 사진과 그림에 담아 우리 앞에 내놓았다.

 

처음 저자 또한 서문에서 그런 비쥬얼함에 이물감을 느꼈지만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동반한 형식적 파괴가 독자들을 불러모으고 보다 많은 수의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변화되기를 갈망하는 마음에서 비쥬얼에 동의했음을 밝힌 것처럼 이 책이 어떤 독자에게는 의아스러움을 갖게 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이물감은 잠시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런 이물감이 한낱 기우였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성이 번득이는 저자의 글이 그림과 시진을 통해 생동감 넘치게 그려지고 있다. 시각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며 전개되는 감각적인 글과 그림은 서로 씨줄과 날줄로 엮여 독자의 심중에 돋을 새김 된다. 짧지만 묵직한 글은 영성을 담아내기에 충분하며, 사진과 그림은 이해와 각성을 더욱 촉발한다.

 

글과 사진, 그림이 어느 것 하나 따로 떼어낼 수 없을 만큼 상호 소통하고 그 소통을 속 깊은 공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런 탓에 독자는 한참 서서 되새김질하지 않을 수 없다.

 

짧지만 쉽게 읽을 수 없는 이 책은 그렇듯 많은 성찰과 적극적인 감정이입과 회개를 담아내면서 독자를 추동한다. 더 이상 하나님의 은혜를 거절하지 말기를, 하나님의 은혜가 임할 때 감사함으로 누리라고 말이다.

 

분명 이 시대는 하나님의 은혜의 때다. 은혜는 여전히 누리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오늘 당신과 내가 그 수혜자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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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내려오기 - 인생의 마지막 무대에서
샤론 다디스.신디 로저스 지음, 김유태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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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기 전날, 이 책을 들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녁 7시 모임 시간에 맞춰 서둘러 집을 나섰음에도 빙 돌아가는 버스 탓에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을지 장담이 서지 않았습니다. 손에 든 책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읽은 곳을 다시 읽기를 여러 번, 순간 한 구절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삶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어서 무척 서글프다는 내용의 구절이었습니다. 그 구절을 통해 우리 인생이 사는 동안 그렇게 진지하게 삶을 반추할 수 있다면 참으로 의미 있는 생을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저자의 한탄 섞인 성찰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독해는 다분히 제가 처한 현실 상황이 한몫하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할머니가 연상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또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숨을 거두시는 동안 곁에서 제가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이 책에 기록된 인물들의 공통점은 죽음의 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경험, 즉 고독, 혼란, 후회, 두려움, 비통함이라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급격히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할머니도 그러셨을 것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몸이 많이 쇠약해서 교회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할머니의 방에서 성경책과 찬송가가 눈에 띠게 자주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가 신앙을 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제 짐작으로 할머니는 당신이 교회에 나갈 수 없는 현실이 무척 화가 났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시기 1주일 전에부터 가위눌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전 혹여 할머니가 교회에 나가지 못한 부담감으로 죄책감에 시달려서 그런 것은 아니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다행이 목사님이 다녀가시고 찬송가를 들으면서 안정감을 되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힘겹게 첫손자를 알아보시던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사랑하는 손자 손을 잡은 채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순간이 다다를수록 할머니는 많은 상념에 사로잡히셨을 것입니다. 남겨진 자식들과 손자들이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올리며 눈에 밟히는 자식들을 이미 얇은 막으로 어둡게 가려진 눈 안에 그렁그렁 담아내셨습니다.

 

죽음의 순간 보편적으로 경험하게 될 다양한 감정의 변화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신체적 경험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자신과 가족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필연코 저와 독자들은 죽음에 순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이 책의 인물들처럼 서둘러 자신을 돌아보게 될지 모릅니다. 이 책은 그런 곤란을 사전에 방지하는 책으로 읽히는 것이 좋습니다. 저자도 밝힌 바와 같이 우리가 조금 일찍 자신을 깊이 돌아볼 수 있다면 분명히 지금과는 상당부분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같은 이유에서 전 모든 독자들이 자신이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다고 가정하고 이 책의 행간에 숨은 삶의 의미를 성찰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보다 고양될 것입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삶을 정리하는 일 또한 상당 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할머니를 떠나 보내던 날, 전 많은 상념에 잠겼습니다. 조금 더 잘 해 드릴 순 없었나, 하는 서러움에서부터 마지막 순간 가쁜 숨을 수차 내쉬던 할머니 곁에서 마지막 입맞춤이라도 해드렸어야 했는데, 하는 회한에 이르기까지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앞으로 상당한 시일 동안 전 할머니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생 또한 그럴 수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내 삶이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나타날지 준비하는 삶을 채근하듯 살아야 후회 없는 마지막이 준비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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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스 웨이 (케이스 포함) - 강력한 나를 만드는 비즈니스 성취 전략
브라이언 트레이시.캠프벨 프레이저 지음, 김상태 옮김 / 마젤란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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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면....... 당연히 달려야 할 것이다. 인생이 성공과 실패 외엔 다른 구분이 없는 것처럼 성공하는 방법이 우선 세일즈 되는 사회에서 어느 직장인이라고 성공을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어느 것이든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라 성공도 예외일 순 없다. 성공하기 위해선 반드시 자신의 단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일견 그것이 대가 축에 속할까 싶지만 아니다. 단점이란 모름지기 장구한 세월동안 내 안에 견고히 긷든 습성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고 발견했다손 치더라도 고치려면 상당한 시일이 요구된다. 단점을 모두 고쳤다고 해도 난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강점을 극히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앞에 놓인다. 단점만 고쳐서는 제자리걸음일 뿐이라 앞서 나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강점이 무엇인지 찾아 계발하고 그것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한다.

 

강점은 높이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일. 무척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런 당연함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어 왔다. 실패한 사람은 당연한 사실에 주목하지 않지만 성공한 사람은 당연한 사실 속에 숨은 진실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 또한 당연한 말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당연한 말속에 숨은 '당연하지 않음'에 주목하는 독자에게 이 책이 새로운 안목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는 「강력한 나를 만드는 비즈니스 성취 전략」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목표의 중요성을 우선 강조한다. 목표 없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점에서 저자가 최우선적으로 비즈니스와 인생의 목표를 세우라는 주문을 낸 것은 적절하다. 하지만 목표라고 해서 단순하게 또는 포괄적으로 세워서는 곤란하다.

 

저자는 목표를 세우기 전에 우선 검토할 사항으로 현재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고' '최고의 성과를 내는 분야를 찾아내 실패 요인을 제거하며', 같은 비중으로 '경쟁자를 연구하고 고객을 파악하는' 등 내외 요인을 멀리보고 면밀하게 행동하라고 권고한다.

 

성공에 이르는 두 번째 길을 '생산성'에 맞춘 저자는 명확한 목표를 세운 독자 앞에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11가지 전략을 내놓고 있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기록해 두어라", "명확한 행동 계획을 세워라", "우선 순위를 매겨라", "집중하고 산만함을 없애라", "일일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쉬는 시간을 늘려라", "하고 있는 일을 더 열심히 해라", "속도를 높여라", "보다 현명하게 일하라", "일과 기술을 하나로 결합하라", "일을 일괄 처리하라", "단계를 줄여라"

 

보편 타당한 전략이라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전략이란 포괄적인 수준에서 세워지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에 이르는 두 가지 길 모두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용을 모두 보편 타당한 진술로 채워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전략에 따른 전술로서 실천 지침이 마련되는 선에서 긍정할 뿐이다.

 

이 책의 제3장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1장과 제2장이 독자 자신과 조직의 전반적인 체크 리스트라면 제3장은 체크해야할 항목에 높은 점수를 매기기 위한 실천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성공에 이르는 세 번째 길을 '수익성'에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팔고', '입소문의 위력에 주목하여' '강력한 마케팅 계획을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장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른 데 있다. 이 장의 여섯 번째 챕터인 'I am Brand'가 그것인데, "기업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시장에서 상품을 차별화하기 위해 꼭 필요하듯이, 강력한 개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경쟁자로부터 당신을 차별화하여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확립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챕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브랜드는 기업에 한정된 과거의 옷을 벗고 타인이 부여한 가치, 장점, 자질과 특성 등 개개인의 브랜드를 강조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개인은 자신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고 그것을 관리해야 함은 물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저자가 책에서 들고 있는 개인 브랜드화의 7가지 원칙은 그런 점에서 새겨들을 만하다.

 

곧 개인 브랜드를 한가지 특수한 영역에 집중하는 '전문화의 원칙', 자신이 하는 일에 관한 한 최고가 되려는 '리더십의 원칙', 믿을만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개성의 원칙', 특별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차별의 원칙', 당신만의 가치를 드러내는 '가시성의 원칙', 공적이나 사적으로 일치된 모습을 보이는 '시종여일의 원칙', 당신의 브랜드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끈기의 원칙'이 그것이다.

 

산출을 내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투입이 필요한 법이다. 성공은 전적으로 당신이 투입 비용을 부담할 자세가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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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감성 - 기업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시마 노부히코 지음, 이왕돈.송진명 옮김 / GenBook(젠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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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시대는 그 시대만의 냄새와 정신, 사상이 있다는 저자의 말에 십분 공감하며 읽기 시작한 책은 제목이 주는 선정성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전문적이고 현실적이라는 데 놀랐습니다. 이런 인식은 기대했던 바와 다른 소득 때문인데요. 역설적이게도 책 제목이 기여한 바가 큽니다. 지각 있는 독자라면 대부분 선정성 높은 책 제목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라 일견 '돈버는 감성'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제목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펼쳐든 책은 서문을 채 마치기도 전에 몸을 곧추세워야 했을 정도로 잔상이 오래 남았는데요, 오랜만에 맛보는 거시적 관점에 숨통이 다 트일 정도였습니다. 서문은 경제와 정치 전반을 바라보는 저자의 정치한 안목이 번득일 정도로 선이 굵고 장쾌하더군요. 이후로 책을 대하는 제 태도가 달라진 것을 두고 이상하달 수 없을 것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의 씨줄과 날줄이 된 전문성과 현실성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 생각에 글의 전문성은 저자가 배경으로 갖고 있는 기자정신에 크게 빚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사 입사 후 도쿄 본사 경제부와 워싱턴 특파원을 거친 이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데 동의하실 것입니다.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을 두루 등정한 저자로선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에 만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숲을 조망하되 나무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전문가적 기질이 그런 이유에서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반면에  현실성은 기자정신이 토대로 삼은 감각에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의 감성은 현실을 딛고 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기자의 투입과 산출이 눈에 보이는 사건과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전문성과 기자정신이 일관되게 첫 장과 마지막장을 관통하는 책은 시대정신과 그 흐름에 반응하고 분석하며 배열하는 저자의 엄밀한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제1장 전면에 무거운 주제어가 배치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아닙니다. 무척 다감한 단어와 조우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 단어가 쉽게 받아들여지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는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의 소유자라는 도식적인 이미지가 다른 직업인이 사용했더라면 용이하게 받아들였을 그 단어를 적절치 않게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인공은 저자가 21세기를 지배하는 키워드로 든 '감성' 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가 기자 정신의 밑바탕인 현실성과 다분히 배치되는 추상적인 용어를 키워드로 삼은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남성이 주도하던 20세기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효율, 품질, 저렴한 가격' 등이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물건을 만들면 그것을 사갈 사람이 언제든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시장 개척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 시대는 공급자 시장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차츰 구매자의 원츠와 니즈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 가면서 공급자 시장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컨슈머리즘의 태동은 그 결과입니다. 구매자 중심주의가 고도화하자 구매자 시장의 주도권은 바야흐로 여성에게로 넘어갑니다. 여성은 위에 든 남성의 트레이드마크를 '안전·안심, 청결·건강, 살기 편한 커뮤니티' 등 21세기 코드로 교체해 버립니다.

 

전환의 시대에 가치 변화의 추세를 통찰한 저자는 예의 그 분석적인 시각을 일관되게 견지하며 논지를 거침없이 이어갑니다. 시대적 요구 사항에 충실할 것은 주문한 저자는 곧바로 방법적 대안 탐색에 들어갑니다. 그에겐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필수 불가결한 성장엔진이 중요했습니다.

 

"일본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구조개혁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21세기의 감성으로 기업과 지역의 전략을 고려함과 동시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내는 일이다."

 

미국이 IT와 바이오, 글로벌 스탠더드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고, 유럽은 EU라는 제도를 토대로 같은 기회를 포착했던 것처럼 일본 또한 차세대 성장엔진을 찾아내고 그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저자의 고언은 시의적절하며 상황적합합니다. 같은 이유에서 저자가 성장엔진으로 제시한 생 에너지와 환경기술이 이미 그 분야에서 기술 축적이 상당한 일본에게 적합한 처방이 아닐 수 없다는 데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화의 파고가 과거 어느 때보다 거센 현실 앞에 힘겨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대한민국호가 장착해야 할 엔진 또한 한시적이거나 임시방편적인 처방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될 일이겠지요. 지나치게 현실 수익에만 매몰되어 거시적인 이익을 놓친 다든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흘러 판단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꼬리표를 내내 달고 다녀서도 곤란한 일입니다.

 

책에 기록된 다양한 기업의 다양한 성공 사례들은 일대일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직접적이며, 사업과 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에 충분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책이 시대 변화의 방향과 구성원의 선택의 문제에 의문부호를 날리는 개인과 기업, 사회에 질 높은 영감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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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이 알려주지 않는 리더십의 비밀 - 리더십에 관한 9가지 오해와 진실
앤서니 스미스 지음, 강수정 옮김 / 지형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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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리더십은 리더의 특정 자질을 강조하는 리더십에서 리더가 속한 시대와 상황의 산물임을 강조하는 리더십으로 변천해 왔다. 이후 수년간 상황 적응적 리더십이 각광을 받았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리더의 필요성이 재삼 강조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경쟁이 격화되고 환경 또한 부단히 변모하는 특성 때문인지 특정 자질과 상황 변수가 혼재된 리더십 유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견 '하이브리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퓨전 음식처럼 개개의 음식이 혼합과정을 거쳐 전혀 다른 음식으로 재탄생되는 의외의 효과를 리더십에서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달리 생각하면 리더십이란 결국 시대의 산물 일 수밖에 없어서 모든 시대에 적합한 리더십 유형의 발굴이 쉽지 않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리더십에 관한 연구는 시대상황에 따라 극히 유동적인 가치일 뿐이라는 불안한 지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리더십이 발현되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시대상황에 유동적이지 않은 보편적인 특질이 숨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런 특질이 어떻게 보면 리더십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문에서 출발해 리더십의 이면을 탐침해 들어간다. 그리고 작정한 듯이 그 속내를 속속들이 들춰낸다. 그런 탓에 익히 알려진 리더십 유형에 길들여진 독자라면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저자는 리더십에 관한 한 카리스마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 수많은 리더십 연구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추종자들은 리더의 카리스마에 강한 자극을 받는다는 것. 추종자를 목표지향적으로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카리스마의 필요성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저자의 주장은 일반적으로 부딪히는 다양한 형태의 리더십 상황이 설득력 있게 드러난 사례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카리스마는 간단없이 복원된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다. 부제 또한 '리더십에 관한 9가지 오해와 진실'임에야.

 

정치성도 그 한 예. 정치적인 수완 또는 술수를 벌이는 리더를 백안시하는 풍조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리더십 상황을 보면 정치성이 요구되는 순간이 비일비재한 현실을 감안하면 음흉한 뒷거래가 아닌 한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는 리더의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카리스마와 함께 정치성 또한 효과적인 리더십 도구인 것이다.

 

능력에 따른 인사와 능력에 따른 보수 지급이 모토가 되어 가는 사회에서 과연 현대적 리더는 능력을 잣대로 추종자를 불편부당하게 대해야 할까? 저자는 리더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인물의 필요성이 정실인사를 줄지 않게 하는 이유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정실주의의 단점이 깊이 각인되고 그 장점을 논하는 것이 극히 터부시된 상태에선 현실적인 리더십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이상으로 치는 리더가 실상은 승진을 위해 워크 홀릭을 마다하지 않으며 그가 환경보호와 자선활동 등을 벌이는 것은 그 고유한 가치를 신봉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라는 점 또한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추종자가 리더에게 투사하는 실제가 아닌 허황된(비현실적이고 극히 이상적인) 기대와 올바르지 않다는 비난과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리더가 숨긴 리더십의 실체를 정확히 보자는 것이다. 리더십의 실질적인 구성 요소와 발현태를 제대로 이해해야 비로소 리더십에 관한 신화화와 경멸 등의 비이성적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리더와 추종자가 제대로 소통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효과적인 리더십이란 은폐된 리더십의 실체가 광장 한가운데로 나올 때 발현된다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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