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길
레베카 피펏 지음, 이지은 옮김, 류기정 그림 / IVP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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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길』은 '빛으로 소금으로'와 '토마토와 빨간 사과' 등 크리스천의 영적 성장에 밑거름이 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바 있는 레베카 피펏이 썼다.

그 동안 기독출판계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10년 전만 해도 기독서적은 강해서, 기도입문서, 안내서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이후 성적충동, 상한 감정, 집단폭력 등 크리스천 개개인들이 맞닥뜨리게 된 사회문제들을 세부적으로 진단하고 실질적인 제언을 담아낸 책의 출간이 이어졌다.

당연히 그런 책들은 크리스천들이 현실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그런 류의 책의 출간은 환영받을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란 무엇인가?, 또는 왜 예수를 믿어야 하는가? 하는 등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책의 필요성이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예수의 길』은 일종의 기독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죄와 예수, 그리고 십자가의 상관관계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1년 동안 청강의 기회를 얻은 저자가 담당 교수로 보이는 비그리스도인을 만났다. 그 교수는 저자의 이력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으며, 다음과 같이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예수님을 믿건 안 믿건 어차피 인생이란 다 똑같은 것 아닙니까?"
"예수님을 믿건 안 믿건 세상살이가 힘든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리스도인들은 실패하지 않나요?"

『예수의 길』은 그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박하거나 무시하듯 가르쳐들려고 하지 않는다. 질문이 바탕에 깔고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인정한다. 그런 후에 그런 현실을 성경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고 동일한 의문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어떻게 예수를 믿게 되었는지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저자가 사례로 든 인물들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사람들이며 지금도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공감의 폭이 깊다는 얘기다.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자칫 사변으로 흐를 개연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입문을 시작한 사람과 크리스천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예수의 길』(레베카 피펏, IVP, 2005)

**********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죽인 우리를 기꺼이 용서하고자 하신다. 우리가 고백해야 할 죄 가운데 이 보다 더 무거운 죄가 또 있을까?  하나님이 우리의 가장 추악한 죄를 기꺼이 용서하고자 하시는데 하물며 그보다 가벼운 죄를 왜 용서하지 않으시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죄를 십자가 앞으로 자유로이, 심지어는 기쁜 마음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해결책은 얼마나 놀라운가! 예수님이 죽으셨고 우리가 그를 못박았다. 그리고 딱 한가지 죄를 제외한 우리의 모든 죄는 용서를 받았다. 용서받지 못한 그 죄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죄인이 아니라고 고집하는, 현대 사회의 고질병이다. 현대의 질병은 이렇게 말한다. "난 문제없어. 난 결백하다고." 이런 죄의 부정은 하나님이 결단코 용서하지 않으시는 유일한 죄다.

우리가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하나님이 용서할 수 있겠는가? 우리에게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희생이 필요 없노라고 말할 뿐 아니라 성령이라는 하나님의 선물을 거절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으면 성령은 우리 안에 영원히 거하신다. 우리에게 죄가 없다고 한다면, 우리 안에 내주하실 하나님의 거룩한 영이 도대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예수님이 죽으셨고 우리가 그를 십자가에 못박았다. 스스로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용서받지 못할 죄는 하나도 없다.」 (본문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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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리더십
김호진 지음 / 청림출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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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시사'에 대한 관심이 잠깐 인 적이 있습니다.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시민들의 일상을 시대별로 엮은 책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그 책은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밥짓고 빨래하고 노동하는 등의 소소한 일상사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배우지 않은’ 역사지만 엄연히 ‘살아있는’ 역사를 눈앞에 두고 ‘역사 인식’에 대한 오래 전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불현듯 맞닥뜨린 상황이지만 이런 작은 경험 속에서도 역사를 기술하는, 또는 보는 관점이 적지 않게 드러나 있습니다. 크게 나누면 왕조 사관과 민중사관이 그것입니다. 역사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관점의 차이)에 따라 결과물(역사 기술)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왕조(영웅)중심으로 역사를 보는 한 민중은 피동적인 존재로 각인되고, 결과적으로 민중은 영웅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 민중의 분출되는 요구와 상황의 숙성이 특정 인물(영웅)로 하여금 역사적인 성취를 이루지 않을 수 없도록 추동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주된 역할을 전자에서는 영웅이 수행하는 반면 후자에서는 그 역할을 민중이 대신합니다.

과거 정통성을 상실한 정권이 역사를 지배이데올로기의 억압적 강제 수단으로 파악해 온 이후 우리 역사관은 국정교과서 수준을 전혀 넘지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런 강제와 억압이 오히려 시민의식을 고양시키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니라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통제를 강화할까‘ 하는 의문 속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려는 일군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역사적 진실이 세간에 떠돌게 되었습니다. 민중중심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한 책의 출간도 있었습니다. 그 책이 인식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불러온 것은 당시 시대상을 적실하게 반영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그 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역사를 정의해 왔습니다. 최근 우리 학계의 노 교수는 역사를 일컬어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같은 역사라도 전혀 다르게 기술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기술된 역사가 후대에 정사로 자리매김되고 계속적으로 학습될 것을 생각하면 역사를 정의한다는 것의 중대성을 어림짐작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는 이데올로기에 이용되지 않는 시민적 생활상과 시대상을 반영한 역사책이 기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야 역사가나 우리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비판과 역사적 성찰을 거듭하고 계신 노 교수와 소장학자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최근 나온 어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부류의 책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리뷰로서야 그 책에 한정해 읽은 후의 소감을 쓰면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겠지만 일종의 결벽증이라고 할 수 있을 개인적인 제 책 선택기준에 비추면 한눈팔았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야 보다 솔직한 표현이겠습니다. 다양한 방면의 책을 읽지만 ‘처세서’라든지, ‘비현실적인(듣기 좋은 말로 도색한) 에세이’라든지, ‘상투적인(농후한 마초이즘과 말초적인 자극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소설’이라든지, ‘경박한(역사의식 없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사서’ 등 본질은 가린 채 현상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책을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책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고집이 만든 결과입니다.

이런 독서 습관에서 『대통령과 리더십』은 위에서 말한 처세서와 역사서의 경계 어디쯤에 어설피 놓여있는 책과 다름없었습니다. 마음이 바뀐 것은 여전히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인물들이 그 책 속에 있다는 것과 그들이 몸소 겪은 세월에 동시대인으로 엮인 내 삶을 어쩌면 지금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 평가할 수 있지 않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현 정치 경제 사회의 제반 역학 구도를 보고 있노라면 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지난 세월에 대한 자기평가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리더십』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노동부 장관과 노사정 위원장을 지낸 김호진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썼습니다. 그는 콤플렉스를 권력추구의 주요동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승만에서부터 김대중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태생적 또는 상황적 콤플렉스를 대의에의 열정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었는지를 성장과정과 시대상황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마치 씨줄과 날줄이 촘촘히 엮인 편직물처럼 그려내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부분이 이 책의 최대의 강점이 될 것 같습니다. 콤플렉스라고 하면 거칠게 말해서 좌절된 의식이 배태한 병리현상으로 보는 기존의 관념을 일정부분 돌려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권력추구의 동인에 한정하고는 있지만 그들의 콤플렉스가 그들이 권력을 얻는 데 있어서 순기능으로 작용했다는 저자의 설명이 다소 도발적으로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 같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싶은 대의에의 열정이 정치인을 권력의 세계로 유인하는 것이다. 물론 정상배같은 아류 정치인은 당연히 제외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콤플렉스가 대의를 추구하는 열정과 결합될 때 권력충동을 유발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를 등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권력동기 = f(콤플렉스*대의에의 열정) + e
(f는 함수를 뜻하고, e는 여타 요인을 뜻한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들의 콤플렉스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역대 대통령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꼼꼼히 추적함으로써 그들이 지닌 콤플렉스를 특정 용어로 단순화하고 있습니다. 유형별로 구분하면, 이승만은 선지자적 우월 콤플렉스를 지녔고, 박정희는 가난의 한, 친일 및 좌익 콤플렉스, 전두환은 주변인적 콤플렉스, 노태우는 편모 콤플렉스, 김영삼은 외아들 콤플렉스, 김대중은 출생 콤플렉스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콤플렉스가 권력욕구와 결합된 후 그들의 리더십은 전혀 다른 형태로 전개되었습니다. 저자가 언급한 역대 대통령 중에서 몇몇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과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박정희는 관용의 빈곤이라는 칼을 품은 교도적 기업가형의 리더십을 통해 빵과 자유를 바꾼 근대화의 기수라는 평가를 남기고 10.26사태를 맞아 피살되었으며, 전두환은 군사적 전투주의로 무장한 저돌적 해결사형의 리더십을 강제하다 6월 항쟁에 직면한 후 5공 청문회와 백담사 유폐, 투옥을 반복했습니다.

김영삼은 감각적 판단에 기초한 공격적 승부사형의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정치적 돌파에 능할 수 있었던 반면 경제환란의 주범으로 청문회에 오르고 아들과 측근 또한 투옥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김대중은 완벽주의를 내장한 계몽적 설교형의 리더십을 통해 환란을 극복하고 햇볕 정책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한반도의 안정화에 기여한 반면 대북 관련 특검과 아들과 측근의 투옥 등 악재가 있었습니다.

우리 현대사엔 7명의 대통령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느 나라와 같이 산에 얼굴 조각이 새겨지고 시민들 사이에 그 이름만으로도 큰 울림을 동반하는 대통령은 아직 없습니다. 저자 또한 그 점을 못내 아쉬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역대 대통령의 행적(성과와 오류)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을 것입니다. 저자가 각 장에서 특정 대통령을 조명하면서 대통령의 콤플렉스와 그 콤플렉스의 발현, 리더십 특성을 순차적으로 기술한 후 말미에 '이승만의 교훈', '박정희의 교훈' 하는 식으로 특별히 별도의 절('.....의 교훈')을 마련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 역사에서, 그 거울을 통해 들여다 본 실패는 쓰리고 아픈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철을 밟지 않는다면 그 실패 속엔 그것과 반대되는 이름이 기록되리라는 여지가 담겨있습니다. 희망은 그 지점에서부터 피어오를 것입니다. 

처음 우려와 달리 실패를 담담히 드러내고 있다는 데서 이 책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주례사 비평'과 '인정비평'이 한데 뒤섞여 어지럽게 춤을 추는 세상에서 스스로 함량미달임을 선언하는 일이란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균형감각을 잃은 많은 책들의 시종이 그랬습니다. 모쪼록 독자들에게 또 다른 가치가 발견됨으로써 이 책이 많이 읽혀지는 책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저자가 시민과 그 시민들이 리더를 세우고 그 리더를 통해 이루려는 시대적 소명과 가치 등에도 깊은 시선을 가져가 주길 바랍니다. 지난한 과정이 되겠지만 그럼으로써 그가 이 책, 『대통령과 리더십』에 필적할만한 또 다른 책을 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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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1등 만드는 초등학생 발표력
하우석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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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이 그 날 공부할 주제를 칠판에 큰글씨로 또박또박 적고 주위를 환기시키듯 교실 전체를 휘 둘러보면 학생들은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이어 선생님이 다정한 어투로 “자, 어디 이 주제에 대해 발표할 사람?” 하고 물으면 아이들은 저마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이 되었는데, 그럴라치면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일제히 고개를 조아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리고 그것이 그 시절의 대체적인 풍경이었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같은 풍경이 지금도 어렵지 않게 목격되는 모양이다. 며칠 전 아내를 통해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같은 반 아이들의 발표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는 선생님의 지적을 간접적으로 들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들 앞에 드러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우선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지고, 어떤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해야할지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발표를 잘 하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한없이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발표를 못한다고 해서 사는 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2005년 1월말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을 내놓았다. 학부모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그 방안에 따르면 향후 서술형 논술형 평가가 서울 시내 중 고교생의 내신성적을 결정짓는 주요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학생들을 선발하는 대학은 단순 내신성적과 대학입학시험을 가지고는 변별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면접고사의 비중을 높여왔다. 일반 기업체의 사정 또한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그런 경향은 더 한층 강화될 것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선 장차 아이들이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고 적응해 나갈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때마침 그런 고민의 일단을 풀어 줄 책이 나왔다. 『내 아이 1등 만드는 초등학생 발표력』이 그것이다. 저자인 공주영상대학의 하우석 교수는 사회초년생들이 발표력의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는 현실을 보고 발표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한 목적에서『발표의 기술』을 쓴 바 있다. 『내 아이 1등 만드는 초등학생 발표력』은 전작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이, 발표력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시선을 맞춘 발표력 향상을 위한 준비서라고 할 수 있다.  

「‘발표력’ 향상 훈련의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 2학년 시기가 가장 바람직하다. 여러분의 자녀가 초등학교 4 5 6학년에 해당한다면, 즉각 발표력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프롤로그 p5)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발표력이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은 경쟁력의 근간이라고 믿어온 등식, 곧 학교성적=내 아이의 경쟁력, 명문대 졸업=내 아이의 장밋빛 미래라는 등식이 허물어지고 있는 변화된 교육 현실을 진단하고 그 바탕 위에 발표력이 성공적인 사회생활의 필수적인 요소로 기능하게 되는 이유를 포괄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한편 1장에서 제기된 이유를 다듬는 성격의 2장(발표력, 반드시 초등학생 때 잡아야 한다)은 발표를 잘하는 아이의 내 외적 특성을 열거함으로써 조기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 제3장(발표영재 만들기 - 12가지 법칙)과 제4장(발표영재 만들기 - 12단계 실천 프로젝트)은 발표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발표력이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디지털 정보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기업이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요구받고 있으며 그 변화의 핵심적인 요소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 정리하고 있다. 첫째, 조직이 분권화 되었기 때문에 이런 조직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각 팀원, 팀장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둘째, 기업체의 각 부서가 대부분 슬림화되었고, 끝으로 주변 여건의 변화속도가 초스피드화 되었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히 입사 준비생과 사회 초년생이 그가 속한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일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LG 화재의 신입사원 선발 절차를 보면 그 대강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LG 화재는 서류전형-집단토론-프레젠테이션 면접-인성검사-임원면접의 과정을 거쳐 신입사원을 뽑는다. 삼성과 마찬가지다. 인성검사를 제외한 모든 절차는 발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저히 통과할 수 없게 되어 있다.」(P51 첨삭) 

선발 때만이 아니다. 입사 후에도 발표는 피할 수 없는 관문과도 같다. 각종 회의석상에서, 또 토론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표는 이미 공기와도 같은 요소가 된지 오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것에 관련된 데이터를 굳이 제시하지 않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발표가 핵심적인 요소로 기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그런 환경에 처할 우리 아이들의 장래는 어떨까? 한마디로 말해 준비하지 않으면 배겨낼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발표력, 반드시 초등학생 때 잡아야 한다. 

언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일정한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고등학생 시기 이전에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의 자유토론식 학습에 익숙한 한 학생이 국내 학교에서 겪은 고통을 소개하면서 저자가 한 말에 주목하자. 

「감수성이 예민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또 새로운 문화에 대한 흡수력이 아주 좋은 초등학생 시절. 이 때 자신의 생각을 자신있게 발표하는 능력을 키워준다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힘이 커지는 결과를 낳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교육현실이다」   

왜 초등학생 때일까? 자의식의 형성기가 바로 그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발표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면 성장해서도 발표 자체를 지속적으로 회피하는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그것은 위에서 말한 바 있듯 사회생활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면 자신감을 갖게 되면 그것이 토대가 되어 내적 성취감과 만족감, 좋은 평판, 미래에 대한 자신감 넘치는 비전 제시 등의 특질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발표영재 만들기 - 12가지 법칙 

저자는 발표력 향상을 위한 실천 프로그램을 제시하기에 앞서 발표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12가지 법칙으로 정리하고 있다. 

먼저 자신감을 북돋아주어야 한다는 것. 발표자의 단점을 우선 지적할 것이 아니라 잘한 부분을 적극 칭찬해 줌으로써 더 잘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칭찬만큼 훌륭한 교사가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일은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발표할 때의 자세와 시선 처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한다. 자신감 못지 않게 필요한 것이 그것이다. 언변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청중의 이목을 한 곳으로 모으지 못하면 좋은 발표를 했다고 할 수 없다. 몸을 꼿꼿이 하고 시선은 중앙을 유지하되 좌우 방향으로 적절히 안배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저자는 발표용 목소리를 만들어 줄 것과 A/V 시스템을 이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 효과적인 의사전달을 위해 손동작을 적절히 이용하고, 스크립트를 적극 활용하되 청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끊어지지 않는 범위(20% 이하) 내에서 사용할 것 등 발표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실질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발표영재 만들기 - 12단계 실천 프로젝트 

끝으로 저자가 제시한 실천 프로젝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독창성을 갖춘 자기소개 문구를 만들도록 도와라. 상투적인 자기 소개로는 청중의 마음을 열지 못한다. 청중과의 교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 바른 자세로 또박또박 읽어라. 어린이 신문기사나 중앙일간지의 10대를 위한 페이지(예, 중앙일보의 틴틴경제면)를 적극 활용한다. 정확한 발음 지도에 중점을 둔다.

* 질의응답 연습을 하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토론능력이 배양된다.   

* 원고를 스스로 쓰게 하라. 아이에게 적합한 주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감정을 살려 발표하라. 원고가 아무리 훌륭해도 밋밋하게 읽으면 감동을 끌어내지 못한다.

* 강조기법을 활용하라. 목소리 톤을 높인다든지, 강조할 부분을 길게 설명한다든지, 질문을 던진다든지, 과장된 제스처를 보이는 등의 방법이 용이하다.

* 유머를 섞어라.

* 청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청중 앞에서 1:1로 얘기하듯 발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예화나 명언을 적절히 인용하라. 

* 제스처를 개발하라. TV를 볼 때마다 사회자들의 제스처를 유심히 보고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을 발견하면 그대로 흉내내는 것도 좋다.

* 기억에 남을 만한 표현을 생각하라.

* 실수를 경계하되, 인정하라.

사회의 변화속도에 병진하듯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 또한 빠르게 변모해 왔다. 따라서 자기 아이가 리더가 되기를 꿈꾸는 부모라면 무엇보다 현 사회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정확히 보고 그에 걸맞은 자질을 갖추도록 아이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초등학생이 스무 살이 될 무렵에는 발표력이 없는 사회인은 그야말로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엄포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현 추세라면 머지 않은 장래에 모든 사회 시스템이 발표력을 갖춘 인재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이 땅에 자식 둔 부모 모두에게 지금과는 다른 시각에서 아이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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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의 종교 살림지식총서 99
공일주 지음 / 살림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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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반도와 그 주변국에선 여전히 테러와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개개인의 편차는 있겠지만, 대체 어떤 반목과 원한이 서려있기에 그토록 오랜 세월을 각을 세우게 됐는지 의아해 하는 데 있어서 만큼은 큰 차이를 보일 것 같지 않다.

헌팅턴은 그런 현상들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문명충돌론’으로 집약해 냈지만 원리주의에 입각한 문명 상호간의 충돌 가능성 보다 국가적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이 충돌로 결과한다는 일반적 분석이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도처에서 국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세력간 충돌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 후자가 원인과 결과라는 아귀에 더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책(『문명의 충돌』, 김영사, 1997) 이후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일견 바람직하다. 하지만 한 측만 옹호한다든지, 혹은 반박한다든지 하는 일률적인 내용의 것들이어서 대립의 한 축인 이스라엘과 이슬람국가 사이의 본질적인 다툼의 내용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최근 출간된 책, 『아브라함의 종교 -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는 전작들에 비해 균형된 시각을 갖추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종류의 소책자가 늘 그렇지만 다소 아쉬운 건 책자의 특성에 맞추느라 분량이 제약됨으로써 불가피하게 생략과 축약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지 않느냐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 사후 아들 대에서 갈라진 이스라엘과 이슬람제국의 관계를 개별 종교적 특성과 관점에서 찬찬히 고찰해 들어간 이 책의 미덕은 좀체 그 빛을 잃지 않는다.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다. 『베이루트와 예루살렘까지』(창해, 2003)를 함께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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