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1등 만드는 초등학생 발표력
하우석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이 그 날 공부할 주제를 칠판에 큰글씨로 또박또박 적고 주위를 환기시키듯 교실 전체를 휘 둘러보면 학생들은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이어 선생님이 다정한 어투로 “자, 어디 이 주제에 대해 발표할 사람?” 하고 물으면 아이들은 저마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이 되었는데, 그럴라치면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일제히 고개를 조아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리고 그것이 그 시절의 대체적인 풍경이었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같은 풍경이 지금도 어렵지 않게 목격되는 모양이다. 며칠 전 아내를 통해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같은 반 아이들의 발표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는 선생님의 지적을 간접적으로 들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들 앞에 드러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우선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지고, 어떤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해야할지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발표를 잘 하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한없이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발표를 못한다고 해서 사는 데 크게 문제될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2005년 1월말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을 내놓았다. 학부모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그 방안에 따르면 향후 서술형 논술형 평가가 서울 시내 중 고교생의 내신성적을 결정짓는 주요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학생들을 선발하는 대학은 단순 내신성적과 대학입학시험을 가지고는 변별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면접고사의 비중을 높여왔다. 일반 기업체의 사정 또한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그런 경향은 더 한층 강화될 것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선 장차 아이들이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고 적응해 나갈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때마침 그런 고민의 일단을 풀어 줄 책이 나왔다. 『내 아이 1등 만드는 초등학생 발표력』이 그것이다. 저자인 공주영상대학의 하우석 교수는 사회초년생들이 발표력의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는 현실을 보고 발표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한 목적에서『발표의 기술』을 쓴 바 있다. 『내 아이 1등 만드는 초등학생 발표력』은 전작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이, 발표력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시선을 맞춘 발표력 향상을 위한 준비서라고 할 수 있다.  

「‘발표력’ 향상 훈련의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 2학년 시기가 가장 바람직하다. 여러분의 자녀가 초등학교 4 5 6학년에 해당한다면, 즉각 발표력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프롤로그 p5)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발표력이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은 경쟁력의 근간이라고 믿어온 등식, 곧 학교성적=내 아이의 경쟁력, 명문대 졸업=내 아이의 장밋빛 미래라는 등식이 허물어지고 있는 변화된 교육 현실을 진단하고 그 바탕 위에 발표력이 성공적인 사회생활의 필수적인 요소로 기능하게 되는 이유를 포괄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한편 1장에서 제기된 이유를 다듬는 성격의 2장(발표력, 반드시 초등학생 때 잡아야 한다)은 발표를 잘하는 아이의 내 외적 특성을 열거함으로써 조기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 제3장(발표영재 만들기 - 12가지 법칙)과 제4장(발표영재 만들기 - 12단계 실천 프로젝트)은 발표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발표력이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디지털 정보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기업이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요구받고 있으며 그 변화의 핵심적인 요소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 정리하고 있다. 첫째, 조직이 분권화 되었기 때문에 이런 조직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각 팀원, 팀장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둘째, 기업체의 각 부서가 대부분 슬림화되었고, 끝으로 주변 여건의 변화속도가 초스피드화 되었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히 입사 준비생과 사회 초년생이 그가 속한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일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LG 화재의 신입사원 선발 절차를 보면 그 대강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LG 화재는 서류전형-집단토론-프레젠테이션 면접-인성검사-임원면접의 과정을 거쳐 신입사원을 뽑는다. 삼성과 마찬가지다. 인성검사를 제외한 모든 절차는 발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저히 통과할 수 없게 되어 있다.」(P51 첨삭) 

선발 때만이 아니다. 입사 후에도 발표는 피할 수 없는 관문과도 같다. 각종 회의석상에서, 또 토론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표는 이미 공기와도 같은 요소가 된지 오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것에 관련된 데이터를 굳이 제시하지 않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발표가 핵심적인 요소로 기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그런 환경에 처할 우리 아이들의 장래는 어떨까? 한마디로 말해 준비하지 않으면 배겨낼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발표력, 반드시 초등학생 때 잡아야 한다. 

언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일정한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고등학생 시기 이전에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의 자유토론식 학습에 익숙한 한 학생이 국내 학교에서 겪은 고통을 소개하면서 저자가 한 말에 주목하자. 

「감수성이 예민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또 새로운 문화에 대한 흡수력이 아주 좋은 초등학생 시절. 이 때 자신의 생각을 자신있게 발표하는 능력을 키워준다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힘이 커지는 결과를 낳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교육현실이다」   

왜 초등학생 때일까? 자의식의 형성기가 바로 그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발표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면 성장해서도 발표 자체를 지속적으로 회피하는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그것은 위에서 말한 바 있듯 사회생활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면 자신감을 갖게 되면 그것이 토대가 되어 내적 성취감과 만족감, 좋은 평판, 미래에 대한 자신감 넘치는 비전 제시 등의 특질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발표영재 만들기 - 12가지 법칙 

저자는 발표력 향상을 위한 실천 프로그램을 제시하기에 앞서 발표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을 12가지 법칙으로 정리하고 있다. 

먼저 자신감을 북돋아주어야 한다는 것. 발표자의 단점을 우선 지적할 것이 아니라 잘한 부분을 적극 칭찬해 줌으로써 더 잘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칭찬만큼 훌륭한 교사가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일은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발표할 때의 자세와 시선 처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야 한다. 자신감 못지 않게 필요한 것이 그것이다. 언변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청중의 이목을 한 곳으로 모으지 못하면 좋은 발표를 했다고 할 수 없다. 몸을 꼿꼿이 하고 시선은 중앙을 유지하되 좌우 방향으로 적절히 안배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저자는 발표용 목소리를 만들어 줄 것과 A/V 시스템을 이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 효과적인 의사전달을 위해 손동작을 적절히 이용하고, 스크립트를 적극 활용하되 청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끊어지지 않는 범위(20% 이하) 내에서 사용할 것 등 발표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실질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발표영재 만들기 - 12단계 실천 프로젝트 

끝으로 저자가 제시한 실천 프로젝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독창성을 갖춘 자기소개 문구를 만들도록 도와라. 상투적인 자기 소개로는 청중의 마음을 열지 못한다. 청중과의 교감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 바른 자세로 또박또박 읽어라. 어린이 신문기사나 중앙일간지의 10대를 위한 페이지(예, 중앙일보의 틴틴경제면)를 적극 활용한다. 정확한 발음 지도에 중점을 둔다.

* 질의응답 연습을 하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토론능력이 배양된다.   

* 원고를 스스로 쓰게 하라. 아이에게 적합한 주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감정을 살려 발표하라. 원고가 아무리 훌륭해도 밋밋하게 읽으면 감동을 끌어내지 못한다.

* 강조기법을 활용하라. 목소리 톤을 높인다든지, 강조할 부분을 길게 설명한다든지, 질문을 던진다든지, 과장된 제스처를 보이는 등의 방법이 용이하다.

* 유머를 섞어라.

* 청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청중 앞에서 1:1로 얘기하듯 발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예화나 명언을 적절히 인용하라. 

* 제스처를 개발하라. TV를 볼 때마다 사회자들의 제스처를 유심히 보고 자신에게 딱 맞는 것을 발견하면 그대로 흉내내는 것도 좋다.

* 기억에 남을 만한 표현을 생각하라.

* 실수를 경계하되, 인정하라.

사회의 변화속도에 병진하듯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 또한 빠르게 변모해 왔다. 따라서 자기 아이가 리더가 되기를 꿈꾸는 부모라면 무엇보다 현 사회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정확히 보고 그에 걸맞은 자질을 갖추도록 아이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초등학생이 스무 살이 될 무렵에는 발표력이 없는 사회인은 그야말로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엄포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현 추세라면 머지 않은 장래에 모든 사회 시스템이 발표력을 갖춘 인재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이 땅에 자식 둔 부모 모두에게 지금과는 다른 시각에서 아이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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