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의 끝자락에 와 있다. 생일이 지나갔다.- 축하해 주는 이들의 면면을 꼼꼼히 드려다 보았다. 부족한 부분들, 나의 바램과는 조금 다른, 그들의 마음을 조금 알 수 있었다. 아빠가 직접 채취한 쑥으로 버무리를 만들어 오신 엄마, 두 분이 역시 최고이시다. 그리고 신경 세포 하나까지 전부 닿고 싶었는데 투둑 툭하고 끊어지는 경험도 있었다.-함께 한 경험이 부족하니 현재에서 소통의 시간과 횟수를 늘이려고 애쓴 점이 어떤 이는 스트레스로, 누군가는 연결점을 넓히는 과정으로, 각자의 불만으로, 그럼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관계를 끊을 수 있고 편안히 바이바이 할 수 있는 마음으로 놓아 있기로 한다. 그 동안 조금이라도 닿으려고 무지하게 애쓴 내가 너무 안되어 내내 슬프고 우울했다. 결국 누군가를 위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누군가를 위한다는 건 그 사람이 원하는 것에 초점이 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나는? 누가 위해 주는 거지, 음, 부모님...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부석사에 말을 건 저자의 글을 읽으며, 부석사가 인간이 아니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생뚱맞은 생각까지 들었다. 오래전 다녀 온 부석사의 모습을 끄집어 내기에는 기억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사과나무가 옆에 있고 올라가는 길이 참 예뻤다 정도,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을 쓰다듬으면서 바라 본 먼 산의 경치도 참으로 좋았다가 전부이다. 보름달을 그곳에서 바라보는 게 정말 최고인데... 

그 동안 번역하느라, 헉헉했다. 같이 하는 이의 글까지 다시 수정하느라, 아직도 손 볼 것이 조금 남았다. 어떤 일을 할 때, 수용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 개인의 경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 적어도 이 정도는 하리라는 기대에서 함께 했지만, 그건 아니였다. 기준이 너무 높고, 성격이 까다롭고 등등으로 자신의 부족을 타인에게 투사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함께 하는 이는 고마워하고 미안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잘한다는 건 아니다. 조금, 아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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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에 말 걸다 - 부석사와 사랑에 빠진 한 교사의 답사기
전광철 지음 / 사회세상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잠시 숨을 고르고 계단을 살펴본다. 천왕문부터는 계단이 중요하다. 천왕문 위에 있는 계단에서부터 무량수전에 오르는 계단의 갯수가 무려 108개다. 108은 인간의 모든 번뇌를 의미하는 숫자다. 그래서 ‘108 번뇌‘라고 한다. 이것은 곧 108가지 번뇌를 다 내려놓고서야 아미타 부처를 만날 수 있다는 말로, 계단 하나를 올라갈 때마다 번뇌를 하나하나 내려놓으면서 올라가라는 말이 된다. (33쪽)

그래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다른 건축물에는 다 편액이 걸려 있어 건축물 이름을 알 수 있는데, 왜 이 범종루에는 편액이 없을까? 이름이 없는 건축물은 범종루 밖에 없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62쪽)

이제 마지막 계단을 올라 무량수전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입구가 참 좁다. ‘걸어 올라갈 수는 있는 건가?‘ 안양루 밑을 통과하면서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거의 열 명 중 절반 이상이 고개를 숙이고 올라간다. 머리가 목재에 부딪칠 것 같으니까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다. 사실 머리를 숙이지 않고 꼿꼿이 지나가도 부딪치지 않는다. 190cm가 넘는 사람이 아니면 부딪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정도로 키가 크지 않는 사람도 머리를 숙이고 지나간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 범종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축가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숙여 부처에게 존경을 표하도록 계단을 이렇게 만들었다. 그냥 생각 없이 무량수전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올라가도록 한 것이다.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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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때문에 펼친, 함께 한 시인들은 제각각 좋아한다. 그러나, 진짜 김광석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뭔가가 많이 부족하다. 그와의 직접적인 경험에 대한 글을 원했을 수도 있다. 간접적인 경험에 상술이 덧입혀져, 그래서 중언부언하는 글까지, 오로지 그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내용이 넘쳐나 지면이 부족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쯧쯧,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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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쓸쓸해도 돼 - 김광석을 사랑한 서른네 명의 시인들
박준.김이듬.김행숙.장석주 외 지음, 김현성 기획 / 천년의상상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시는 늘 겉돌고 둘레를 헤매면서 찾아가는 편이 좋다. 중심보다 둘레를 사랑하는 일이 시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지워지는 세계, 느낌이 왔던 자리, 누군가 철봉에 매달렸던 희미한 손자국, 손가락 위에 반지가 있던 자리의 희미한 흔적 같은 것, 몇 억 년 된 물방울 등은 모든 시인의 무의식 속에서 한 번쯤 자리를 잡으려고 애써던 자리가 아닐까? 이 세상엔 교환과 거래의 법칙보다 그런 것에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 세계관에 대해 묻는다면, 어린 시절 싱크대 밑으로 들어가버린 잃어버린 로봇다리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남의 집에 놀러 가면 제일 먼저 그 집 냉장고를 열어보고 집으로 들아와 이유 없이 우리에게 화를 내시던 어머니, 화분을 너무 좋아하던 그녀가 어느 마당 넓은 남의 집에서 몰래 작은 화분을 안아서 훔쳐오던 도둑질을 훔쳐보던 날의 경험은 누구에게 고백해야 하는 것일까?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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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의 저녁을 차린 건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의 어머니이다.

* 저자는 경제적 인간은 합리적이기에 개개인의 동기가 있다면, 선호와 선택에 따라 이득이 남을 수 밖에 없고, 원래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욕구에 따라 자신에 대한 투자의 크기에서 실패와 성공이 따르고, 죽음까지 자원의 부족으로 죽는다고 한다. 배고파서 죽을 수도 있지만 외로워서 죽을 수도 있다.

* 애덤 스미스라는 한 인간이 있기 위해서는 연결된 수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관계에서 파생되는 내적인 부분과 생물학적 차이를 모두 배제해 버린 경제는 남성의 몫으로 한정시켜 버렸다.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과 돌봄이 경제활동의 필수이다.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혼자서만 독식하면서 살 수는 더더욱 없다. 사적영역이든 공적영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경제이다. 경쟁의 상태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돌보고 나눠주는 여성의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우연이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고기 다지기, 밥 차리기, 접시 닦기, 아이들 옷 입히고 학교에 데려다주기, 쓰레기 분류, 창틀 먼지 청소, 침대보 세탁, 잔디깎이 수리, 차에 기름 넣기, 바닥에 널브러진 책과 레고 조각들 정리, 전화 응대, 현관 청소, 아이들 숙제 돕기, 마루 닦기, 계단 청소, 침구 정리, 공과금 납부, 싱크대 청소, 아이들 재우기, 이 모든 게 여성이 하는 일이다.(93쪽)' 아울러 여성의 가장 큰 일은 임신과 출산이다.

* 경제가 여성을 대하는 관점을 조금 알게 되었다. 애덤 스미스가 어머니를 망각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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