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경향신문 명칼럼 219선
경향신문사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 / 2009년 1월
구판절판


미국 허멘스교수의 '다수의 폭정(The Tyrany of the Majority)'이란 논문을 인용, 이승만 정권의 반민주적 전횡(부정선거)을 정면으로 꾸짖은 칼럼이다. 그 일부를 인용하면 "진정한 다수라는 것이 선거로만 표시되는 것은 아니다. 인민이 성숙되지 못하고 그런 미성숙사태를 악용하여 '가장된 다수'가 출현한다면 그것은 곧 폭정"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어서 "선거가 진정 다수결정에 무능력할 때는 또 한 가지 폭력에 의한 진정 다수결정이란 것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가리켜서 혁명이라고 한다"라는 것이 그 핵심요지였다.-51쪽

손바닥 뒤집듯 변하는 세상 인심을 묘사한 것으로 염이부한이기(炎而附寒而棄)란 6자성어가 있다. 따뜻할 때는 붙었다가 차면 버린다, 다시 말해서 권세가 있을 때는 빌붙었다가 권세가 떨어지면 버린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도 정작 정승이 죽으면 발길을 끊는다'는 말까지 생겨났을까.-129쪽

독일의 언어학자 흄볼트는 "사람은 오직 말에 의해서만이 사람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람은 마음속으로 과거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현재를 분석하며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는데 그런 내부적 관찰을 가능케 하는 것이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 운위할 필요가 없다. 옛 그리스철학은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 곧 대화로써 성립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문을 하고 그것에 응답하는 가운데 眞理(진리)를 발견해나갔다. -193쪽

참다운 아름다움엔 반드시 내면적 아름다움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플라톤은 아름다움은 '칼로카기티아'로 불렀다. 미와 선, 즉 미모와 윤리적 착함이 합일돼야 한다는 뜻이다.-221쪽

'장자'가 국내 주요 대학 논술문제에 가장 많이 등장한 고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자유롭고 걸림이 없는 '소요유(逍遙遊)'를 구가했던 장자가 '입시지옥'과도 같은 우리의 현실에서 자신의 책이 가장 많이 인용됐다는 것을 안다면 무엇이라고 말할까.-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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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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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의 문고리를 잡을 때마다 나는 늘 가스이 두근거린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등을 보이며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를 향해 눈길을 돌리는 것만 같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책 속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마주치는 설렘. -13쪽

책을 때할 때마다 이렇게 눈과 귀, 코, 입 등 내 몸의 모든 감각은 깨어나 살아 움직인다.-55쪽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그는 비로소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좀 더 마음을 기울이면 그가 살아온 이야기, 그의 가슴속에 담은 생각들을 알게 된다. 더욱더 마음을 기울이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벗이 되리라. -75쪽

"도대체 우리에게 옛날이란 무엇인가? 옛사람들은 과연,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던 그때를 '옛날'이라고 생각했겠는가? 그 당시에는 그들도 역시 '지금' 사람이었을 게야.-167쪽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느끼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사물을 받아들인다.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싶은 것, 인정하고 싶은 것을 미리 정해 두고, 그 밖의 것은 물리치고 거부한다. 그러한 마음에 기초가 되는 것은 역시 지난날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은 자신만의 감각이나 경험이다. 이것이 바로 선입견(先入見)이다.-176쪽

옛사람들과 우리, 그리고 저 아이들, 또 먼 훗날의 다른 아이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제몫의 세월만큼은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뒤돌아보기도 하고, 함께 가는 사람들과 발걸음을 맞추는 사람도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흔적은 사람의 기억과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길을 내기도 하고, 각자의 시간을 서로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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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詩 보다.  

시를 쓰기 위한 첫 강좌에서 김용탁(시인 김용택)은 '보다'에 대한 설명을 한다.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주인공 미자는 시를 쓰기 위해 열심히 아름다운 것만 찾고 찾아서 본다... 아무리 찾아다녀도 시는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말하는데 행복하지 않는 슬픈이야기를 한다... 시란 현실에서 아름다움만 쏙 빼낸 것이 아니라  아픔과 슬픔이 함께 어우려서 공감할 때 탄생된다.

사람을 사물을 현실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것이다. 그곳엔 아름답고, 슬프고, 아픔이 함께 있는 곳이다... 진짜로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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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을 기웃대다 그냥오다. 노래를 아주 크게 따라 부르다. 미드(미국드라마)를 보다. 수박을 먹다. 맥주도 한잔 마시다. 책도 펼치다. 구경만해도 기분이 좋다. 행복하다...변덕이 죽 끓는 하늘만큼 나 또한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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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재구성
하지현 지음 / 궁리 / 2006년 10월
품절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에 최적의 거리를 산출하는 것, 그리고 그걸 유지할 줄 아는 것, 그 안에서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성숙한 독립된 개체 사이의 친밀함의 요체다.-144쪽

진심으로 미안해할 줄 알아야 한다. 아니 미안해질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관계가 진짜 친구다.-162쪽

함께 있는 동안에도 상대방을 간섭하기보다 내가 원할 때 또 그가 원할 때 딱 그만큼의 자리에서 있어주는 것을 견딜 수 있는 사이여야 한다. -168쪽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물이 흐르듯 유연한 물결 속에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다.-187쪽

잘함과 못함, 옳음과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것, 내가 원하는 상대방의 부분만 보고 내 일부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방 전체를 인정하고 안는 것이 사랑이다. -198쪽

내 안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긍정해주는 사람, 자신의 불안과 약점을 드러내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사람, 자신을 내맡긴다는 불안이나 감정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게 해주는 사람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221쪽

프로이트는 '애도와 우울'의 두 감정을 이렇게 구별하여 설명했다. 애도는 대상을 잃은 것인 데 반해, 우울해진다는 것은 자아가 가난해지고 결국 자아를 잃어버린는 것이다. 점차 사랑했던 대상에 대한 비난이 자기 자아로 그 목표물을 옮긴다. 그러면서 자해적으로 자아를 소모하는 일이 일어나는데 이 때문에 심한 열등감을 느끼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후 생기는 우울감에는 애증의 쌍곡선이 교차한다. 한편으로는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먼저 가버린 사람에 대한 분노와 미움으로 견딜 수 없다. 그런 혼란감은 자아를 더욱 힘들게 하고 현실세계에서의 퇴행을 부추긴다.-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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