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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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의 문고리를 잡을 때마다 나는 늘 가스이 두근거린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등을 보이며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를 향해 눈길을 돌리는 것만 같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책 속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마주치는 설렘. -13쪽

책을 때할 때마다 이렇게 눈과 귀, 코, 입 등 내 몸의 모든 감각은 깨어나 살아 움직인다.-55쪽

누군가에게 마음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그는 비로소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좀 더 마음을 기울이면 그가 살아온 이야기, 그의 가슴속에 담은 생각들을 알게 된다. 더욱더 마음을 기울이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벗이 되리라. -75쪽

"도대체 우리에게 옛날이란 무엇인가? 옛사람들은 과연,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던 그때를 '옛날'이라고 생각했겠는가? 그 당시에는 그들도 역시 '지금' 사람이었을 게야.-167쪽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느끼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사물을 받아들인다.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싶은 것, 인정하고 싶은 것을 미리 정해 두고, 그 밖의 것은 물리치고 거부한다. 그러한 마음에 기초가 되는 것은 역시 지난날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은 자신만의 감각이나 경험이다. 이것이 바로 선입견(先入見)이다.-176쪽

옛사람들과 우리, 그리고 저 아이들, 또 먼 훗날의 다른 아이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제몫의 세월만큼은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뒤돌아보기도 하고, 함께 가는 사람들과 발걸음을 맞추는 사람도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흔적은 사람의 기억과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길을 내기도 하고, 각자의 시간을 서로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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