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표지, 제목에 끌려 구매한 책, '글 쓰는 여자의 공간'은 여성 작가 35인이 어디에서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글을 썼는지 소개하는 글이다. 여자로서 소설을 쓴다는 것도 여의치 않았던, 동행자 없이는 외출도 할 수 없었던 시대 등, 대체로 악 조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 이제껏 읽은 그녀들의 글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녀들이 글을 쓰는 목적과 공간은 다양하다. 그녀들이 글을 쓴 공간은 어디든 간에, 치열한 삶의 공간이자 치유하는 곳이었다.   

동양인은 없었다. 아직도 동양에서 글쓰기가 서양보다 어렵다는 이야기인가... 한강이 있었더라면,,, 아쉬웠다. 

저자의 바램처럼 작가에게 친숙함을 느끼고 나아가 그녀들의 글을 읽고 싶은 충동은 생겼다. 추 후 읽기 위해, 몇몇 낯선 작가들의 작품도 메모했다.

어린 시절, 앉은뱅이 책상에서 책 읽고 공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 쓴다고 원고지와 고군분투했던 기억까지,,, 요즘은 침대 프레임에 기대어 책 읽는 게 마냥 좋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산다는 거다. 자고 싶을 때 잠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책 읽고 싶으면, 책 읽으면 된다. 이 책을 보든, 읽기 싫으면 덮으면 된다. 그녀들이 그리 힘겹게 쓴 글을 이리 싶게 읽어도 되나, 싶지만.

35인 각자의 이야기를 짧게 나마 쓰고 싶지만, 책 속에 밑줄 긋기로만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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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작가 35인, 그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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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내가 글을 쓰던 부엌 식탁이 나의 첫 책상이었다. 몇 차례 이사를 거치면서 책상으로 쓰는 식탁도 여러 번 바뀌었다. (중략) 침대는 친구가 와서 자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자기도 하지만, 책상은 오직 나만의 공간이었으니까. (11쪽)

여러분들은 이 책을 통해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몇몇 여성 작가들을 알게 될 것이다. (중략) 나는 이 책에서 작품 해석을 시도하지 않았다. 다만 독자들이 작가에게 친숙함을 느끼고 보편적인 인식을 갖고 나아가 작가의 글을 읽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하려고 노력했다.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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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 못한 말'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가 읽혀진다. 

사람의 관계도 그렇지만, 삶의 방식과도, 누구를, 무언가를 사랑하면서, 결론에 이르지 못했을 때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잃은 건 없고 모든 게 공부가 된다(176쪽)고는 하지만, 시간도 사람도 열정도 감정도 등등 많이 많이 잃게 된다. 어쩌면 그리하여 공부가 되기도 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씩 배움이 쌓이고 있는 중일까... 아님 사랑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걸까...

'다 하지 못한 말'은 한 여자가 진한 사랑을 한 후, 제대로 된 작별을 고하지 못한(208쪽) 말이 된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 그 남자가 하지 못한 말도 듣고 싶다.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김윤아 '다 하지 못한 말'

그저 스치는 바람인 줄

그저 지나가는 떨림인 줄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듯이 그저 그런 줄 

아직은 아직은 아니길

조금만 이대로 그 곁을

다시 날이 차도 지금 이대로

그 마음 안을 수 있기를

계절은 어느 새인가

이별을 향해 가고

너무 늦기 전에 다시 말해주오

아직 다하지 못한 그 말을

계절은 어느 새인가

이별을 향해 가고

돌아봐도 돌아보아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늦기 전에 다시 말해주오

아직 다하지 못한 그 말을

아직은 아직은 아니길

아직은 아직은


* 유해준 '너에게 하고 싶은 말'

밤하늘에는 아름다운 별들이
닿을 듯 내 손끝에 꿈을 꾸고 있지만
그대가 곁에 함께 있어요 이 순간
따스한 그대 숨결을 느끼죠
세월이 가면 모든 것이 변해서
나의 눈이 가슴이 기억할 수 없지만
영원히 나의 가슴에 남아 있겠죠
아름다웠던 그대의 추억이
나에게 늘 한 사람
곁에 있어 행복한 사람
세상이 다 변해도 우리 사랑 영원히
다하지 못한 그 말
다해도 다 할 수 없는 말
그댈 많이 사랑합니다
그리워하며 힘들었던 날들에
매번 울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도
언제나 비워질 수 없었던 단 하나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이었죠
나에게 늘 한 사람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
언제나 내 마음이 그대 곁에 달려가
다하지 못한 그 말
매일 같이 하고 싶은 말
그대만을 사랑합니다
나에게 늘 한 사람
곁에 있어 행복한 사람
세상이 다 변해도 우리 사랑 영원히
다하지 못한 그 말
다해도 다 할 수 없는 말
그댈 많이 사랑합니다
그댈 많이 사랑합니다


덧붙여, 드라이브하는데 들리는 노래, 비비 '밤양갱'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잠깐이라도 널 안 바라보면
머리에 불이 나버린다니까'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
'그래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했었지

......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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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 못한 말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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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진 기분을 느낀 나를 위해서 다시는 이런 무리한 부탁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 그런데 무리한 요구를 하지 못하는 관계는 그것대로 또 얼마나 쓸쓸할까. (114쪽)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사랑이라는 게 가능하기나한가? (121쪽)

"많이 힘들었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세상의 무게게 어깨에 느껴지는 게 당연해요."
(중략)
"어떤 괴로움도 공부가 돼요. 잃는 건 없어요." (173쪽)

실연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연의 고통에서 애써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는거라고들 하더라. 오히려 그 속에 푹 침잠해 영원해 보일 것 같은 슬픔에 몸을 맡기고 자기 연민이든 상태를 향한 원망이든 질릴 때까지 붙들고 가라고. 이제 그만하면 됐다 싶을 때까지 바닥을 쳐야 비로소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고. 현실의 고통과 슬픔을 모른 척, 못 본 척하면 그 상처에선 계속 피가 흐르게 될 거라며. 말은 그럴싸했어. 하지만 그 슬픔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다 떠안는다면 나는 가루처럼 부서져서 스스로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일단 도망가야만 했어. 그렇게 안간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아니 한 시간 한 시간을 당장 흘려보내는 일이 시급했어. 시간의 힘 말고는 믿을 것이 없었어. (187-188쪽)

나는 당신에게 제대로 작별을 고하고 싶었어. 그게 다야. (208쪽)

깊은 상처는 오직 내가 깊이 사랑했던 사랑만이 줄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내게 깊은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글이 쓰고 싶어진다. (211쪽: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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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와 백합'은 존 러스킨이 강연한 내용을 모아 논 글이다. 참깨는 교육의 목적과 독서 등, 백합은 여성의 교육과 역할 등에 관한 내용이다. '독서에 관하여'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참깨와 백합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글로, 단순히 번역을 너머 서서 러스킨 글에 대해 자기 의견을 제시하여 비평한다. 즉 러스킨 독서관에 대한 반박이다. 


'백합' 

요즘과는 너무 먼 내용이라 별루다. 


'참깨'

러스킨은 교육은 경쟁에서 이겨 남들보다 나은 소유와 지위를 누리는 출세 준비 과정이 아니라 진정한 책을 통해 최고의 지혜를 얻으면서 관대해지는 것이다. 점점 관대해지는 것이 인생에서 출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지혜와 교훈을 주기 때문에 독서가 인생에 절대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독서에 관하여'

프루스트는 독서는 개인적 독서 경험 속으로 인도하는 역할로 본다. 내용 자체보다는 그 책을 읽었던 시간과 장소의 이미지들이며, 독서는 대화와는 정반대로 혼자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론으로, 

독서와 교육으로 마음과 정신이 강해지는 것은 곧 타인에게 관대해 지는 일이다. 누구와 대화를 하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은 '관대'하여야만 가능하다. 


사족으로,

우리가 상류 사회에 진입하려는 이유는 거기 속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거기 속한다는 사실을 내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이유는 상류 사회가 남들의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최근 모 개그우먼의 몽클레어 밈풍자가 떠오른다.  


특별히. 

프루스트의 어린 시절 독서에 관한 글(133-151쪽)이 참으로 아름답다. 번역도 참 잘하셨다.


추가로,

아들 출장으로 혼자 있는 며느리와 손녀 보러 몇 일 다녔다. 딱 봐도 배고파 우는 데, 시간이 안됐는데, 왜 울지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아기 울음 분석하는데, '배고픔', 내 참, 그제서야 분유 줬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계속 안아 주고, 버릇없게 만들고 있으니, 주 양육자는 고단하기도 할 거 같다... 그래도, 아이를 온전히 안아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거는 모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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