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스케일
박세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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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는 한순간이 있다. 애호의 시발점이 어디인지 추적하다 보면 강렬한 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고, 그것은 대개 기억의 앞뒤를 잘라놓는다. 그래서 그 애호에는 합리적인 이우가 붙기 전에 ‘무턱대고‘의 마음이 앞선다. (40쪽)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언어를 찾는 일을 여전히 사랑하는데, 양 눈의 시력이 각각 온전해야만 강력한 하나의 초점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54쪽)

보는 일은 쉽다. 자세히 보는 일은 그보다는 어렵다. 의지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에 거의 동의하지 않는다. 대충 보았을 때보다 자세히 보았을 때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혹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고통과 슬픔의 웅크린 등을 발견할 확률이 더 크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등에 손을 뻗을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자세히 보기‘는 보이는 것이 숨겨둔 보이지 않는 무엇을 찾아내개 위해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이기도 하다. (81쪽)

빈티지란 생산연도, 제조국, 디자이너 등의 정보 위에 익명의 돌봄과 시간을 두텁게 쌓아 올린 물질이 아닐까. (85쪽)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속성이 뭘까요?" 물으니, "시간과 반복인 것 같아요. 물리적인 작용과 화학적인 작용이 반복되어서 그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돌멩이도 그냥 돌멩이로 안 느껴져요. 그런 맥락으로 사물을 보면 아스팔트의 깨진 틈의 모양도 아름다워요. 장식과 치장이 아닌 어떠한 힘의 반복이 만들어낸 명백한 논리가 있는 모양이니까요"라고 답했다.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근거를 찾는 것에는 의지가 필요하다.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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