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여자들은 참으로 이상한 동물이다. 남자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종잡을 수가 없는지. 마치 수수께끼 상자 같다. 여기는 다이얼을 감고 저기는 열쇠를 돌려야만 문을 열고 안의 비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상자 말이다. (27쪽)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 중 그 누구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젊고, 충동적으로 행동했으며, 속임수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지만, 다만 선생님을 속이고 들키지 않은 어린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가 이성을 잃은 건 아닐까? 너무 무모한 건 아닐까? 우리 두 사람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젊은 여자들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일종의 미친 짓이다. (134쪽)
사람들을 속이다 보니 물불을 가리지 않는 무모한 사람이 되었다.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세계의 입구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처음으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는 이런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용케 들키지 않고 해냈다. 아직은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았다. 이제는 뒤로 돌아갈 수가 없다. 범죄의 추진력에 휩싸인 것이다. 사악한 성공으로 인해 나는 마냥 들떠 있다. (141쪽)
시간이 늘었다 줄었다 한다. 우리는 수전노처럼 시간을 아껴쓰기도 하고 우리 앞에 펼쳐진 홑이불처럼 시간이 함부로 엎질러지는 것을 본다. 우리의 꿈은 시간에 의해 깨어진다. 우리에게 시간을 알리는 야간 순찰자들의 덜거덕거리는 발소리와 단조로운 목소리에 의해 우리의 꿈이 깨어진다. 그러면 침묵이 우리를 엄습한다.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시간이 무한하게 느껴진다. 일 분이 천천히 지나간다. (1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