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하기 전에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금 재고의 재고를 하는 과정이니, 무척 다행이었다. 번역 예찬이라 얼마나 매력적인 말인가. 그 속에 들어있는 살아있는 수많은 단어를 이해하고 선택하기까지 불면의 시간도 있었고, 하나의 문장과 단어 하나로 애쓴 고민이 이 글을 읽으면서 모두 해소되었다. 끝까지 집중하여 온힘을 다해 적절한 문장을 끄집어 내어 만족감도 맛보았다. 번역을 할 때 원문과의 일치 여부를 어느 정도까지 균형을 이룰건가와 진짜로 번역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도록 했다. 출판되어 독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 그들이 원문을 읽어서 얻을 수 있는 지식뿐 아니라 그 책을 잘 선택한 자신을 뿌듯히 여기고, 책을 읽으면서 즐겁고 행복했으면 하는 욕심까지 내어 본다. 그 사이 아직도 이게 더 적합한 말일까? 이곳에 더 적절한 말이 머리 속에서 추상적으로 맴돌고 있는데, 아직 입과 손끝으로 와야하는 길 위에 있다. 번역하면서 느낀 마음을 다음 문장이 고스란히 드러내 준다. 번역은 매력이 있다.

 

 

(80쪽)

-그 살아 숨 쉬는 언어의 단어들은 가변적이고 다면적이며, 사전에 실린 첫 번째 정의, 아니 심지어 네 번째, 다섯 번째 정의를 넘어서는 무수한 함축적 의미의 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개의 언어는 명확하지 않고 역설적이며, 애매모호하고 폭발적입니다. 번역 작품을 창조하기까지 오랜 시간 한 언어를 이해하려다 보며, 그 일의 비잔티움 양식 같은 복잡함이 놀라운, 거의 정신 분열적일 정도로 부각되고 강렬해집니다. 번역 언어도 원문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불분명하고 역동적이며 다루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두 언어 사이를 오가며 의미를 전달하고, 동시에 두 언어의 효과와 리듬과 예술성을 들으려고 하며, 그 가운데 두 언어 사이에서 소용돌이치고 비등하는 기호와 의미의 혼돈 속으로 뛰어드는 경험은 환각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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