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가 태어난 모천을 떠나 3년만에 꼭 그 곳으로 돌아와 죽는 이야기, 엄숙하고 장엄하고 고귀하고 무겁다. 연어의 일생으로 한편의 큰 오페라를 보는 것 같다. 인간의 하루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어, 그냥 살아 버릴까 하다가도 아니, 소중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야지라는, 두가지 마음이 든다. 그저 태고적부터 주어진 알 수 없는 연어의 회귀를 보면서, 우리도 인생의 코드를 만들어 가는 게 아니라 정해져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따라 살고 있으니, 그 마음이란게 도대체 무엇인지, 하루에도 몇번이나 바뀌는 거 같지만, 들여다 보니 나를 위한 마음이다. 하루를 살아내는 게, 그 누구의 마음을 내 마음에 맞추려는 노력이며, 내 맘을 알아달라는 신호를 부단히 보내고 있는 노고인 거같다. 하루를 살더라도 어떻게 살아야될까...
드디어 번역을 끝내고 에디터 손에 넘겼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제사 조금 알게 된다. 얼마나 내 고집에 잡혀 있는지, 놓치고 싶지 않은 단어와 문장들을 다시 앞뒤에 맞추고 편안하게 둥글게 만드는데 쓸데없이 망설였다... 그리고 책상 서랍을 정리했다. 오래되고 지금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자꾸 머뭇대는 손이다. 그러나 정리했다. 이제는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 누군가가 좋아하고 필요한 것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 누군가가 싫어하는 일을 안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야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유지라는 말에는 보이지 않는 수고와 노력이 가득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