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 사이 엄청 큰 변화가 있었다. 아들이 군대를 갔다. 나의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그 어떤 맛도 느끼도 못하고, 소리도 웅웅대고, 말은 제대로 된 문장이 아니라 제대로 듣지 못하니 버벅대었다. 어찌 이럴수가. 아들을 논산에 내려놓고 채석강의 일몰을 보고 바닷물이 철석대는 소리를 밤새 들으며 잠들었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오크밸리에서 부모님 생신을 축하했다. 눈내린 창밖의 경치를 통창문을 통해 보면서 바람소리 들으며 즐겼다. 눈내리는 풍경까지 좋았다. 오는 길은 느릿느릿 왔다. 부대에서 온 아들의 옷과 편지에 눈가가 촉촉하고. 분명 포상으로 했을 전화를 운전중이라 못 받은 것이 엄청 견디기 힘들었다. 보이스피싱일거라고 주변의 위로가 있었지만... 한주 후 부대 홈피에서 본 의젓한 모습, 열한명의 분대원 중에 가장 잘생긴 아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친구에게 가장멋진 군인을 찾아보라 했더니, 웬걸 모두 다 멋있단다. 얘일까? 저애일까? 하여 여기 제일 잘생긴 아들을 일러주며 씩씩대며 웃었다. 자식에 대한 콩깍지는 영원할거다. 서로가 즐겁게 견디는 바램으로 도서관을 오가고 있다. 그곳에 가면 나의 미래가 보인다. 어르신들이 많다. 오랜시간 책을 가까이 하여야만 그 자리에 오셔서 책과 마주하고 있으리라. 책냄새와 더불어 나이들고 싶다.
김영하가 말한다. "견고한 내면을 가진 개인들이 다채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될 때 성공과 실패의 기준도 다양해질 겁니다. 문학은 태생적으로 개인주의적이며 우리에게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도 모두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세계입니다. 모든 것이 털리는 저성장 시대, 감성 근육으로 다져진 영혼은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