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연습 - 잘 늙고 잘 죽는 것을 넘어 잘 사는 것에 대한 사색
이경신 지음 / 동녘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사실 젊은이에게는 시간이 넘쳐나는 듯해서 시간의 소중함이 경시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래서 젊은이는 시간보다 공간에 집중할지도 모른다......반면, 노인들에게는 공간보다 시간이 중요하다......미래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되니 얼마나 시간이 소중할까? 닥쳐올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고픈 마음, 남아 있는 시간을 무한히 늘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하기만 미래의 시간은 과거만큼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더는 미래를 위한 계획도 힘들기만 하다. 오히려 미래라는 시간에 무관심함으로써 죽으므이 불안을 견뎌낼 힘을 얻는 쪽을 노인이 택한다고 해서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지금껏 살아온 시간, 즉 이미 생기를 잃은 과거가 그가 소유한 시간의 거의 전부가 된다. 세상이란 공간을 잃은 늙은이라면, 미래의 등을 돌리고 과거를 추억하면서 자꾸만 자기 속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40-41쪽)

그는(스캇 펙)죽음을 무서워하는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기 존재의 영원한 소멸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 자의식의 영원한 각성 상태에 대한 두려움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죽음이 영원히 잠드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분면 두려워할 만하다. 그러나 죽음이 영원히 평화롭게 잠든 상태인지, 죽음 이후에도 인간 개인의 자의식이 깨어 있는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124쪽)

그 누구도 자신이 소장하던 물건을 남김없이 써버리거나 빈틈없이 정리해두고 죽음을 맞지는 못한다. 죽음이 우리를 데려가는 것은 미처 예상치 못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153쪽)

생명체라면 죽음을 피할 수 없는데, 죽음을 통해 삶이 반복적으로 계속된다는 믿음은 충분히 매혹적이다. 설사 죽음 이후 다른 삶이 계속해서 주어지지 않은들 어떠리. (209쪽)

죽은 사람을 기릴 유족이 없다면 장례식 절차가 다 무슨 소용일까? 적어도 고인을 기억하고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이 있을 때 장례식의 존재 의미가 잇는 것이다. 그래서 장례식은 죽은 자가 마지막까지 개인적 욕망을 투사하는 자리가 되기보다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를 떠나보내고 삶을 이어가기 위해 애도를 시작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 맞는 듯하다. (232쪽)

얼마나 긴 시간이 될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떠내려가는‘ 것과 닮은 것이 바로 죽어가는 자의 곁을 지키는 사람의 일상이다. 그렇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불침번‘이다. (244쪽)

아무리 직업이 좀 더 자유롭다고 해도 죽어가는 사람의 동반을 전적으로 혼자 감당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내면 어딘가에서 ‘돌봄‘을 쥐어 짜내야 한다. ‘돌봄‘이 나오는 자리는 심장처럼 부드럽기보다는 못이 박힌 발바닥처럼 딱딱할 것이다. 할 수 있든 없든 간에 돌보아야 하고, 그 일을 하면서는 언제나 충분치 않다고 느낀다. -오언스, [잠들지 못하는 밤], (어머니를 돌보며)

이토록 ‘돌봄‘을 쥐어 짜내야 하는 시간 동안, 유감스럽게도 병원도 의사도 간호사도, 소위 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이 죽어가는 사람을 어떻게 동행해야 할지에 대해 우리에게 만족할 만한 대답을 주지 못한다. (247쪽)

적극적 안락사를 향해 도덕적. 종교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반대할 수 있다. 의료적 연명치료에 대달리는 노인에 대해 발악을 한다면서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들이 생의 마지막에도 개인적 선택을 존중받길 원한다고 해서 특별히 놀라운 것은 아니다. 자시느이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간섭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을까? 죽는 그 순간까지 연명치료를 받건, 인격이 붕괴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적극적 안락사를 선택하건, 그 선택은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나을 듯 싶다. 어차피 우리의 삶 자체가 완벽하게 도덕적이지도 않은 마당에 죽음만 특별히 도덕적이어야 할 까닭도 없다. 아니, 도덕적이기 어렵다. 각자의 죽음은 각자의 삶과 닮아 있을 따름이다. 제삼자는 도덕적 삶, 도덕적 죽음을 조언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맞다. (304쪽)

왜 우리사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 위험한 사회인지 물어봐야 한다. 왜 사회적 약자가 더 병들고, 더 위험한 노동에 종사해야 하고, 더 위험한 집에서 살아야 하는지, 왜 갑작스럽고 어이없는 죽음에 더 노출되어야 하는지, 왜 이통록 위험이 불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하는지 말이다. (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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