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 되어서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문맥에 맞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 있을까. 청춘들의 넘쳐 흐르는 이야기 속에서 늙어가는 이야기도 한번 써보면 어떨까하여 썼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노년의 꿀팁이다. 전대미문의 수명으로 노령화시대로 접어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살아가는 방법조차 모르는, 청년기보다 더 긴 노년기를 보내야 하는, 또한 힘도 없고,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우리에게 담담하게 노년의 삶을 들려준다. 특히, 누구에게나 할머니로밖에 볼 수없는 나이에도 여자의 매력과 성, 남자들에 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 늙어서 좋은 점은 어떤 것도 중요치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고, 타인의 관점에서 좌지우지 되지 않고 수줍음도 사라졌다는 점. 자신의 한물간 이야기를 출판하면서 호평받은 뜻밖의 즐거움까지. 균형잡힌 시각으로 조근 조근 들려준다. 어떻게 늙을까,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지속적인 실천까지 다짐해 본다. 지금 하는 일을 매일같이 하면서 조금씩 늙어가며 좋겠다. 나의 삶이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인생이므로 어떻게 늙을까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살다가 죽는 일이다. 그러다가 죽을 때, "신은 나를 용서해주시겠지, 그게 그분의 일이니(223쪽)"라는 말을 인용할 수도 있고. "좋아, 몰라도 괜찮아(224쪽)" 라고 남겨 둘 수도 있다.
"여기까지 와 되돌아보니 인간의 삶이란 우주적 견지에서 보면 눈 한번 깜박이는 것보다 짧아도 그 자체로 보면 놀랍도록 넉넉해 서로 대립되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대다수 인생은 행운이든 불운이든 양극단으로의 치우침이라기보다는 부침의 문제인 것 같고, 대개는 시작점에서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서 멈추는 듯하다.(217-218쪽)"
"개인의 삶이란 막막하리만치 하찮은데, 내가 여태껏 하고 있는 일, 생각한 것, 그리고 내가 이렇네 저렇네 하면서 쓰고 있는 이 일 역시 그렇지 않을까?(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