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가을이 지나고 또 겨울이 지나고, 그러면서 언니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미움에 대해서. 시멘트가 굳는 걸 상상하면서, 화장실이 만들어지고 부엌이 만들어지는 걸 상상하면서, 언니는 미워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70-71쪽)
이혼을 하고 나자 그는 아내의 많은 것들이 생각났다. 아내는 쫄면을 좋아했고 그는 콩국수를 좋아했다. "쫄면 좋아하는 여자와 콩국수 좋아하는 남자. 무슨 영화 제목 같지?" 아내가 자주 하던 말이었다. 그는 아내의 중학교 단짝 친구들과 고등학교 단짝 친구들도 알았다. 아내가 중학교 친구들을 만날 때는 늘 수수하게 입고 나간다는 것도. 그중 한 친구와는 스무 살 때 의절했다가 스물여섯 살에 화해했다는 것도. 중학교 때 친구와 가출을 했는데 강릉터미널에서 선생님에게 붙잡혀 돌아왔다는 것도. 아내와 이혼을 하고 난 뒤에야 그는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세상에. 자기는 아직 아내에게 행복마트 평상에서 낮잠을 자던 어느 여름방학에 대해서도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그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152쪽)
태어나서 한 번도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가는 버스가 와도 타지 않고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었다. 좀, 춥고, 싶었다. 울고 싶다. 보고 싶다. 자고 싶다. 가고 싶다. 떠나고 싶다...... 나는 싶다로 끝나는 말들을 떠올려보았다. 에취, 재채기가 났다. 일곱번째로 버스가 왔고 나는 타고 싶다, 타고 싶다,라고 중얼거리며 버스를 탔다. (184-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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