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변화 - 상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남자와 여자가 이혼한 후에 좋은 친구 사이로 남을 수 있다고 믿지 않아. 결혼은 결혼이고 이혼은 이혼이야. 내 생각은 그래. (12-13쪽)

가난함과 부유함 사이에는 엄청나게 많은 단계가 있어. 그리고 가난한 정도도 얼마나 천차만별인 줄 아니? (15쪽)

나는 어떤 식으로든 삶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서 교육을 받았고, 그 사람은 무엇보다도 절도 있고 교양 있고 우아하게 살아야 한다는 원치게 따라 교육을 받았어. 시댁에서는 그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지. 이것은 정말 엄청난 차이야. 하지만 그때는 이런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어. (17쪽)

시민계급은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입증해야 하지만, 귀족은 이미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 존재를 입증받거든. (18-19쪽)

내 남편이 완전한 내 사람인 줄 알았는데, 흔히 말하듯이 남편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영혼 구석구석의 모든 비밀까지 내 것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전혀 내 사람이 아니라 철저하게 비밀을 간직한 낯선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 (26쪽)

인간은 모든 것을 배워야 해. 사랑도 마찬가지야. (50쪽)

내가 뭘 느꼈냐고? 내 운명은 내가 책임진다는 것. 모든 게 나한테 달려 있다는 것. 내 인생에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호박이 저절로 넝쿨째 굴러 들어오길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 (87쪽)

자매님 안에서 이기심과 허영심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어요. 세상에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자매님은 무슨 권리로 행복해지려 하시지요? (103쪽)

`내 남편이 완전히 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수백만 명의 고통 앞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상의 비밀과 비교해서 내 남편의 비밀. 내 개인적인 불만이 뭐 그리 대수롭겠는가?` (145쪽)

내가 가난하다면 남편과 나, 보랏빛 끈에 대해 이렇듯 신경을 쓰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 가난과 질병은 영혼의 갈등과 감정에 대한 생각을 불가사의하게도 뒤바꿔놓거든. (151-152쪽)

나는 너무 두렵고 속이 울렁거린 나머지 눈앞이 핑 돌았어. 두번 다시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니 그것보다 더 나쁜 소식은 있을 수 없었거든. 두 사람은 십이 년 동안 침묵을 지켰어. 그게 전부였어. 그동안에 여자는 남자의 사진이 든 메달을 목에 걸고, 남자는 메달의 끈에서 잘라낸 보랏빛 헝겊조각을 지갑 속에 간직하고 있었어. 남자는 나하고 결혼을 했지만,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나한테 마음을 완전히 주지 않았어. 그게 전부였어. (195쪽)

인간은 말이야. 사건이나 상황이 결정을 내린 후에야 비로소 `결정`을 내릴 수 있어. 단 한순간이라도 먼저 `결정`을 내리게 되면 자의적이고, 무의미하고, 비인간적이며, 어쩌면 비도덕적일 수도 있어. 삶은 뜻밖의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거든. 그러면 모든 데 너무 단순하고 자명해. (222-223쪽)

서로에게 맞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이제 모든 게 끝나서 상처가 아물었다면, 그 사라밍 지금도 갈색 악어가죽 지갑을 가지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서 왜 화장을 다듬었냐고? 글쎄, 좀 생각해봐야겠어. 이제 이유를 알 것 같아. 서로에게 맞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환영은 사라지는데도, 내가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당황하여 화장을 다듬을 수밖에 없었을 거야. 내가 지금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다른 문제야.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얼굴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기 마련이야. 모든 게 사라지지만 사랑만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어. 하지만 그것도 실생활에서는 별로 의미가 없어. (236쪽)

첫번째 아내와 뭐가 문제였냐는 뜻인가? 예민함, 허영심, 인간의 불행과 재난 밑바탕에는 대부분 그것들이 도사리고 있네. 허영심, 자만심, 허영심 탓에 사랑의 선물을 과감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 조건없이 사랑받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네. (257쪽)

가까운 친지의 성공을 참아내는 데는 특별히 인간적인 도량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참아내지 못한다네. 질투심과 복수심, 적대감이 미묘하게 얽힌 동맹을 맺어 성공한 친지에게 반대하는 걸 보고서 흥분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일세. 어떤 집안이든 돈이나 명성, 세력을 가진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은 다른 일가친척들의 미움을 받고 이용단한다네. (283쪽)

헌신적인 사람, 그래. 그런 말을 하기는 쉽네. 나는 그릇된 요구를 내세우는 사랑이 염산과 자동차와 폐암을 합친 것보다 더 살인적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달았어.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살인 광선에 맞먹는 힘으로 서로를 죽이네. 결코 만족할 줄 모르고 자신, 오로지 자신만이 모든 애정을 받아야 하는 줄 아네. 상대방의 모든 감정을 송두리째 받길 원하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의 진을 빨아먹고 대지와 어린 생명의 힘과 수분, 향기를 앗아가는 커다란 식물처럼 탐욕스럽게 주변의 생명력을 앗아가려 하네. 사랑은 엄청난 이기심일세. (292-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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