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된 거야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아버지가 왼손으로 내 팔을 잡았는데 힘을 주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끝내게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 나는 얼어붙었다. 아버지는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좀 더 크게 반복했다. 끝내게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 사고가 난 뒤로 아버지는 이렇게 똑똑히 말한 적이 없었다. (61쪽)

"네가 동의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파스칼이 자세를 바로 한다. 동생의 큰 눈에 이제 눈물은 없다. "아무튼 그건 아버지의 결정이잖아. 언니의 결정도, 우리의 결정도 아냐." 웨이터가 맥주를 가져왔다. 우리는 맥주를 마신다. 두 모금을 삼킨 후 파스칼이 멈춘다. 윗입술에 거품이 묻어 있다. "그리고 `끝내게 도와달라`라는 말, 그게 정확하게 무슨 뜻인데?" 나는 술잔을 놓칠 뻔 했다. 그래, 내가 의문을 제기하지도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모르겠어." (82-83쪽)

파스칼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동생이 가지 말고 한방에서 같이 잤으면 싶다. 우리는 잠이 오지 않아서 트윈베드에 누워 밤새도록 얘기할 텐데. 우리가 어렸을 때처럼.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올라왔고 동생이 떠난다. 내일 봐. (221쪽)

한 달 후, 나는 여든아홉 살이 된다. 열 살만 덜 먹었다면 나는 아마 병마와 싸웠을 것이다. 물론 꼭 그럴지 자신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확실한 건 이렇게 사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삶은 나와 관계가 없다. 끝난 것이다. 나는 이제 움직일 수가 없고, 정상적인 삶의 아주 기본적인 동작도 할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릴 수가 없다. 전혀. 라파엘, 나는 이제 너와 여행할 수 없어. 이제는 너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줄 수 없어...... 나는 이런 상태로 계속 지내고 싶지 않아..... 너무 고단할 뿐이다...... 이렇게 살아 있을 바에야......(227쪽)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간다. 동생이 좁은 공간 안에. 내 바로 옆에 있다. 우리의 팔이 닿아 있다. 갑자기 동생을 안고 싶다. 나는 동생을 끌어당긴다. 동생이 내 허리에 팔을 두른다. 동행의 머리에서 나는 향기, 나는 동생의 머리에 얼굴을 묻고 싶다. 우리는 그렇게 꼭 끌어안고 있다. 우리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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