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라는 소식을 간간히 들으며, 초가을 같은 파리 시내를 거닐었다. 정말로 가만가만히 거닐었다. 오십대 아줌마 다섯명이 떠난 파리 자유여행은 그저 잔잔하고 담담했다. 표지의 글처럼 '나는 이 세상에 잘 살려고 왔지. 오래 살려고 온 게 아니야.' 생을 완전연소한 서른다섯명의 삶을 떠나기 전까지 가만히 읽고 다녀왔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러한 일상이 가만한 당신들의 수고로 이뤄졌다는 거. 맥락으로 봐야 하는 삶에 대하여 골목을 누비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의 존재와 이때까지의 삶을 드려다 보면서 지금의 관점은 버리는 것 - 사람과 마음 엮이지 않게, 물건에 마음 담지 않게,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그러다가 나라도 옆에 있어야 되는 사람까지 - 에 대하여 생각하고 느껴봤다. 욕심내고 아쉬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돌아 오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데 그저 내몸 하나 슬쩍 올라 세월 속에 맡겨 잘 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다. 내 몸하나 건사하지 못할 때는 아무것도 남김없이 죽는다는 것까지. 다만 늙어서도 내몸을 스스로 알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아주 먼 데서부터 수 많은 복을 지어야 가능하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