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단순한 관광 상품의 소비가 아니라 존재적 경험이길 원하는 사람에게 파리는 최상의 선택이다. (10쪽)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과 미국은 19세기 이후 혁명을 통한 정치 체제의 변화를 경험하지 않았다.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지만 프랑스는 반복되는 혁명과 정치 체제의 변동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115쪽)
런던이나 뉴욕은 자본주의의 개인적 경쟁이 지배하는 도시다. 하지만 파리에서는 집단적 정치 투쟁이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118-119쪽)
부자의 주장이나 가난한 사람의 의견이나 똑같이 중요하다는 인식이야말로 자유와 평등이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현실에선 자유와 평등만으로는 하나의 공동체나 사회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은 중요한 철학적 원칙이고 혁명을 주도한 프랑스인들에게는 떼어놓을 수 없는 개념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프라테르니테다. 이것을 박애라고 번역하는데, 사실 형제애가 더 정확한 의미이다. (276쪽)
기억이 없는 머리는 군대가 없는 광장이라는 말을 국가 차원에 적용해본다면 기억이 없는 국가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나라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변형하자면 국가의 기억이 국방의 첫걸음이라는 뜻이다. 한 나라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까지 오기 위해 노력하고 힘을 합친 경험을 되살리는 이유는 이런 공동의 정체성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3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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