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를 마치는, 마음이 서늘하고 쓸쓸하고 허기지는 이맘 때, 읽은 글은 충분히 마음을 데펴주고 채워주고도 남았다. 어디론가 가야 될 듯한 발길을 멈춰 세웠고, 무언가를 사야할 거 같은 손길과 누군가를 만나야 할 거 같은 두리번거림을 거두게 했다. 오십이 넘은 이가 읽으면 딱 좋다. 어린 청춘들은 모르는 단어들이 종종 나오기에 그리고 이 두꺼운 책을 참아가며 읽어내야 할 거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감흥이 되었고, 어떻게 마음이 가라앉게 되었는가의 내용을 적어야 하는데 순 껍질만 적는다. 좋았다. 즐거웠다. 행복했다. 이 한마디로 일갈하려는 정도다. 그 속에 무엇이 좋았고, 어떻게 즐거웠는지, 행복의 내용은 어떤건지에 대한 것을 목성균의 수필처럼 담담히 적어가면 되는데-언감생심이지만, 생활을 이리 쉽게, 잔잔히 쓴 그분을 닮고 싶어- 그게 남의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적는다는 건 도무지 쉽지 않다. 나의 경험이 부족하고 삶의 내용이 빈약해서, 아님 도무지 느낌의 깊이와 너비에 닿기 전에 아주 심플하게 단 한줄로 정리되는 느낌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 막연하지만 좋았던 것을 하나씩 풀어쓰면 될 듯 한데도. 이때껏 쓴 페이퍼 내용을 보면 좋았다 정도로 그친 게 전부인 거 같다. 글을 읽으며 이맘 때 느끼는 반성과 후회의 밑바닥 마음에도 자뻑과 자축을 할 정도의 힘을 얻었다. 괜찮다와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계속 해 준 글이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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