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무언가를 받고 싶었다. '사랑하는 **에게' 라고 적어 달라 했다. 글씨를 잘 못쓰는데라고 몇번 말했고, 적을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아 은근 좋았다. 사랑하는 너의 마음이 나에게 전달되어 계속 남아 있을 거니까. 개인에 따라 더럽혀지지 않고 당장은 사라질지라도 마음에 영원히 남아 있을 흰 것에 관한 이야기를 추억하며 읽었다. -나에게서 흰 것의 의미는 때묻지 않고 너만 바라본 마음, 기다린 마음, 너에게 건낼 때 나의 가녀린 흰 손과 흰 손수건, 너를 위해 쳐준 비창, 뽀얀 막걸리, 무엇이 좋을까요하고 마음이 건너간 그 시간들, 같이 부른 노래, 함께 다닌 길, 긴가민가하는 알까말까하는 조바심, 너의 마음을 많이 차지하고 싶은 열망, 사랑의 크기를 확인하고 싶은 노력등... 하지만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꼭 그때. 젊음도 육체도 없이. 열망할 시간이 더 남지 않았을 때. 만남 다음으로는 단 하나, 몸을 잃음으로써 완전해질 결별만 남아 있을 때(91쪽)'야 감당할 마음이 생길 거 같다. 나의 흰 것들이 지금으로 건너 올 때는 언제든 결별을 열어둬야 한다는 거. 아직도 흰 것으로 남아 있을 지는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