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시각과 색깔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을 배워도 글이 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제대로 모를 때다. 자신을 알아야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기답게 표현할 수 있다. 유시민은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쓴다. 글이 온순하고 유순하다. 읽는이도 편안하다. 물 흐르듯이 읽으면서 끄덕 끄덕했다. 모르면 넘어가고 다르면 그렇구나하고 또 넘어갔다.
2. 주말에 카페 알바를 해보니 커피와는 15, 나머지 85는 설겆이, 재료준비, 그릇배치, 청소와 뒷정리다. 잔잔한 호수 위의 백조 같다. 그 잠깐에서 '우리 커피 만들어 먹자'하는 순간이 참 좋다. 그 말에 무장해제가 된다. 나의 쓸쓸과 너의 슬픔이 만나는데 커피가 있어 선뜩 들어가기 어려운 문에서 스르르 자동문이 된다. 타인과의 연결에서 커피로 가늠한 적이 있다. 서로가 알게 되면 생면부지의 일까지 만나게 된다. 아는만큼 보이고 알아야 사랑하게 되니까. 관계의 너비가 겹쳐지면, 커피는, 커피마셔야지, 커피마시자, 맛있는 카페가자... 누군가의 마음에 자리 잡는데는 적어도 수천시간은 필요하다. 커피는 기호품이기에 생필품이 고루 갖춘 다음에야 오니까. 나에게는 우선 순위지만... 커피를 주문한 이에게 꾹꾹 눌러 담아 줬다.
3. 한강의 시 몇편을 읽었다. '오이도'를 읽으며 나의 ***날들이 남겨진 까마귀 귀같은, 내맘에 봉인된 섬에 다녀왔다. 청춘이 그립고 그리웠다. '서시'는 영화 '세가지색 블루'와 맞 물린다. 지금 여기에서 보는 당신, 만진 얼굴이 내가 아는 당신과 다를 수 있다는 거.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거. 그러면서도 그늘과 빛이 만든 얼룩에 숨어 있고 싶기도 했다는 거. 푸르디 푸른 슬픔의 빛을 통과하고서야 자유를 얻게 되고 치유가 되고. 누군가를 안다는 건 나를 제대로 알기 전에 모른 다는 거. 그래서 모든 건 너가 아니라, 너의 이유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나의 동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