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렌즈를 통하여 본 확실하고 분명한 실체, 아주 가까이서 그렇게 보지 않고서야 이 책에서 마주하는 곳곳의 상황에 대하여 내가 생각하는 범위와 깊이를 넘어 설 수 없다. 글을 읽다 보니 이게 아니었네. 그럼 이거? 그것도 아니네. 오해와 편견이 넘쳐난다. -광부들. 무슬림. 난민. 죽음을 앞둔 사람들. 달동네. 동성애자. 이주노동자. 시골분교. 철거민. 떠돌이 영화감독. 장애인. 독거노인. 단원고. 야학. 신가족 그룹홈. 연평도민.- 과연 이들을 만났을 때 내 생각의 꼭지들은 어떨까를, 멈출수 밖에 없다.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이 무지였다는 거.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게 악이라는 시선으로. 제대로 본다는 거. 보려고 얼굴을 돌리는 거조차 외면했다는 거. 나와 무관한 일로 치부했다는 거. 그러니 제대로 생각이나 했겠냐구. "OO은 ***하다."라는 일반적인 오류로 한꺼번에 정의내린 문장으로 그들을 바라본 거다. all or nothing/ 선악/ 좋다나쁘다/ 옳다그르다/ 높고낮다/ 많다적다/ 나와 너의 양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꾸만 고정되고 굳어져 가고 있는 나의 생각과 몸을 잠시 멈추게 한 글이다. 소싯적에 재활원에서의 몇시간 봉사와 맹인선생님과의 대학원공부 등이 기억난다. 그냥 가만히 조심만 했던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조심이 편견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