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읽다 둔 책을 이어서 읽었다. 시에 관한 이야기다. 추상과 현실사이에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싶은 이성복의 진한 고백이다. 평소 시를 즐겨 읽고 인용하기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생각했다. 표지의 부제처럼 '사람은 시 없이 살 수 있는가'에서 만약 나에게 시가 없다면 하고 고민했다... 시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모든 현실을 아주 적은 단어만으로도 단번에 명쾌하게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시인은 단어 하나를 고르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딱 맞아 떨어지는 조사를 구하기까지 수많은 밤을 새웠다고 본다. 명사뿐 아니라 조사에서 동사, 부사, 전치사 하나까지. 마침표와 쉼표. 점점점까지 고르고 골라서 나에게까지 왔으니, 그 안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내 맘을 틈새하나 없이 꼭 집어 주었다. 시없이 살 수는 없다. "시를 읽는 것은 읽는 사람 자신의 삶을 읽는 것이다.(163쪽)" 현실을 가장 많이 비추고 있고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는 시를 읽는 것은 나의 삶을 읽는 것이기에 나는 시없이 살 수 없다.

최근에 읽은 시는 마종기 바람의 말/ 꽃의 이유, 문정희 키 큰 남자를 보면, 정끝별 장미차를 마시며, 문정희 목숨의 노래, 김선우 화비/ 그날이 오면, 김용택 참 좋은 당신/ 꽃 한송이, 박시교 봄날은 간다, 문태준 봄비 맞는 두릅나무, 김경미 엽서 엽서, 김이듬 겨울휴관, 이성복 편지, 나희덕 거리, 박정만 쓸쓸한 봄날, 임영준 5월의 그대여, 목필균 4월이 떠나고 나면/ 목련에게 미안하다, 이향아 벚꽃잎이, 나해철 봄날과 시, 반칠한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김재진 헤어져 있는 동안/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구두에게 물어보네/ 마음길, 정현종 이 느림은, 김사인 화양연화, 문병란 호수, 도종환 인연, 한용운 사랑....  수없이 많은 단어와 단어들, 그 속에 담겨 있던 내 마음, 그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고 다시 쓸어담았던 기억들... 그 순간 내게 다가와 위로와 쓰담쓰담을 해준 많은 시들이 있었기에 지금껏 살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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