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이 세 개인 집에서 어떻게 서로를 피하는 데 전문가가 되었는지 생각했다. 그들은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서로 다른 층에서 보냈다......그녀가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며 미소 지었던 데 언제인지, 혹은 잠들기 전 여전히 서로의 몸을 갈구하는 드문 경우에, 이름을 나직이 속삭여준 게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생각했다. (20쪽)
그때는 결혼을 하게 된 것이, 마침내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된 것이 너무나도 좋아서 바보처럼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으며, 먹는 것보다 사랑을 나누는 것을 더 갈구했다. (27쪽)
서로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실망시킨 소소한 일에 대한 고백을 주고받았다. (38쪽)
편지의 끝에 그는 우리 가족의 환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제 `고맙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 말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물 잔을 치켜들며, 그제야 비로소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진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가 여러 달 동안 아내와 딸들을 그리워했듯이. 그는 우리에게 돌아올 이유가 없었고, 부모님이 바르게 예측한 것처럼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할 것이었다. (74-75쪽)
남자가 섹시하다고 말해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눈을 감으면 여전히 그의 속삭임이 그녀의 몸속을, 피부 아래를 떠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52쪽)
"그림 그려주세요." 그녀는 파란색 크레용을 골랐다. "뭘 그리면 좋을까?" 아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이게 좋겠어요." 아이는 거실에 있는 소파, 감독 의자, 텔레비전, 전화기 같은 물건들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하면 기억할 수 있어요." "뭘 기억한다는 거야?" "우리가 함께 보낸 날." 아이는 다시 쌀 과자를 집었다. "왜 기억하고 싶은 거니?" "우린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 테니까요." 그 표현이 정확해 깜짝 놀랐다. 약간 우울한 기분을 느끼면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168쪽)
소문은 창문 빗장 사이로 전해져, 빨랫줄을 타고, 옥상 난간에 들러붙은 비둘기 똥을 건너서 멀리 퍼졌다. (256쪽)
하지만 이곳에는 소음을 피할 수 있는 배의 갑판도 없었고, 영혼을 설레게 하는 반짝이는 대양도, 얼굴을 식혀주는 바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278쪽)
나는 그녀에게 익숙해지기를 기다렸다. 내 옆에, 내 식탁에, 내 침대에 있는 그녀의 존재에 익숙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여전히 낯설었다. (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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