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과 나의 이야기를 지켜 내는 것이 결정되는 경계, 혹은 한계가 "더도 덜도 말고 딱 사랑의 한계"라고 솔닛은 말한다.(379쪽)'

이 봄날이 새롭다. 나에게도 새롭게 씌여질 이야기가 있나보다. '멀고도 가까운(리베카솔릿)'과 '사랑에 관하여(안톤체홉)'를 번갈아 읽다가 봄맞이를 다녀왔다. 가까이 있어도 먼 당신도 있지만, 멀리 있어도 가까운 당신도 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왜 그녀가 나 아닌 그 사람을 만났는지,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 삶에 이런 끔찍한 실수가 일어났는지 이해하려 발버둥쳤습니다.(체홉,198쪽)'  어떤 일이 분명 일어났지만, 왜, 무엇 때문에라고 묻다 보면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다. 아주 멀리 있는 당신이 지금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처럼. 나의 삶은 나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사실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불분명한 기억의 한계도 있지만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주변의 이야기와 섞여 새로운 이야기로 변용되고 바뀌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일한 사람을 보고 있지만 제각각의 시선으로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달리 들리기도 한다. 살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보태어 지는 사건은 사라졌다고 믿어의심치 않은 과거와 연관된 일이 많다. 부모와의 일, 가족들, 친구들과 학교등등에서 전리품도 있었지만 희생도 많았다. 특히 희생과 상처에 대한 부분은 아직까지 지금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어떤 일은 여전히 그때의 어린아이로 만들어 꼼짝 달짝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어, 아직까지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그 이야기에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안아픈척, 고통이 없는 것처럼 몸과 자아의 경계를 허물게 한 부분도 있다. 겨우 무지 아파서 도저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을 이제야 조금씩 하고 있다. 타인의 이야기를 받아 들이기로 한 건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에 새로운 부분이 더해진다는 의미이리라. 타인의 이야기를 받아 들이는 순간 상처받은 과거의 마음보다 더 많이 애리고 아프다. 이제야 듣게 되지만, 그래서 주의깊게 잘 들어야 한다. 감정이입과 동일시를 통하여만, 그사람에게서 왜, 무엇 때문에라는 답을 얻게 된다.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의 너의 감정을 알게 되고, 진정 너와 연대한 모습이 되어 보면, 단절되었던 그 굵고 선명한 금을 쓱쓱 지울 수 있게 된다. "충분히 깊게 이해한다는 것은 일종의 용서이자 사랑이다.(341쪽)" 과거에 집착하고 머물러 있으려는 나를 용서하고 먼저 나를 사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웬지 나에게 덧입혀 씌여진 나쁜 이야기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봄날이 될 거 같다. "It's not your 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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