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보고 싶다며 친구가 보내 준 책을 이제야 읽다. 그것도 건성으로. 그녀의 마음에 비하면 내용은 가볍다. 모르겠다. 행간의 의미를 곱씹기 보다는 그냥 건너뛰었다. 그후 그녀가 몇번이나 와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주 어렵고 복잡하고 부럽기까지 한 글들을 읽은 다음에 가볍게 읽거나 또는 몇 권의 책과 섞어 읽기에 좋은 책으로 치부했다.

삶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일상에 대하여, 이름 불러주는 거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앞뒤 내용이 반복되어 나오는 거도 있고 앞뒤 문장이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끼어 맞춘 느낌까지. 내가 읽은 게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이해가 안되면 타인을 탓하는게 속 편한 일이니.  

지난 주 복면가왕에서 들은 Don't Cry를 반복하여 듣는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까지 불었는데 몇번을 수십번을 들어도 이 정도야 약과다. 저음에서 고음까지 고루 실핏줄같은 감정이 고스란이 녹아 있어, 울지말라 하면서도 자꾸 울렸다. 대단한 가수임에 틀림없다.  

특히, 세월 지나도 난 변하지 않아. 이 밤 지나면 이젠 안녕 천천히 그리고 영원히 널 사랑해...

첫 사랑이 자꾸 노래에 묻어 나왔다.

그때는 사람을 특히, 남자를 대하는 건 어려웠다.

다섯살 보다도 많은 나이 차에서 감히 넘볼 수 조차 없었다.

나는 단단하지도 않았고 솜털 보송하고 말랑한 꼬마에 불과했다.

함께 한 시기에 말 한번 붙이지 못했고

한번도 제대로 불러 보지 못했고, 허겁지겁 따라 간 게 전부였다.

그때의 계절도 공기도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고, 볼 수도 없었고, 느끼지 못했던,

다만 형을 보고 있는 거에만 급급했다.

이제 이런 봄날을 즐기고 싶다. 부르고 싶고 말도 먼저 건네고 싶다.

성큼 다가도 가고 싶다. 갈 수 있는 한 가장 가까이 갈 수 있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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