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음악을 들으며,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한 그들의 이야기를 간간히 비오는 밤에 읽었다. 송창식의 밤눈을 들으며, 강아솔의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 중 그대에게를 들으며,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들으며 마음으로는 어디를 못가랴. 지금의 기억에서 점점 더 예전으로 올라가 한없이 즐거웠던 시점과도 만나보고, 안타까운 그때까지 다녀왔다. - 친구왈, 난 그때 많이 어정쩡하고 어설픈 모습이었다는 고백에 옛날에도 그런대로 괜찮은 모습이었다고 답했다. 있는 그대로 말해줬다. -기억은 타인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냉정하다. 어떤 날은 시간의 초단위까지 세면서 기억하고 싶은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통째로 삭제하고 싶은 날도 있다. 여행을 하면 기억들과 맞물린 곳을 가기도 하지만, 생판 아닌 곳에 가서 기억들을 정리하거나 삭제하기도 한다. 여행을 가서도 그곳에 온전히 머물기 보다는 과거에 매달려 있는 경우가 왕왕있다. 여행을 마치며, 그곳까지 따라 온 기억들은 새롭게 각색되어 현재와 다시 맞물려 돌아가고 미래로 나아간다. 그래서 현재에서 떠올리는 기억들은 내가 원하는 기억들로 만들어져 있다. 두사람이 만든 기억들이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 된다. 각자 바라는 대로 기억들은 잘 만들어져 있다. 그래야 더 이상 아쉽지도 아프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가끔씩 여행이 필요하다. 안되면 이자리에서 음악이라도 들어야 한다. 내 마음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곡조나 가사나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 어떤 날도 허투루 보낼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송창식이 부르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듣자니, 슬프다. 비를 좋아하는 나는, 비가 오는 전조를 다친 가슴과 다리의 통증으로 이미 아는 너와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모두가 같은 곳에 가더라도 모두가 다른 것을 보고 듣고 오는 것. 그렇게 각자의 눈에 예뻐 보이는 기억의 돌 하나씩을 찾아 돌아오는 것. 아마도 그 맛에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하고.(125쪽)" 그래도 네가 좋아하면 나도 좋아라고 했던 너의 말만 기억하기로 한다. 여행은 각자의 눈에 알맞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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