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현실`을 얘기하는 텍스트들만이 정말로 독자에게 먹혀 들어가는 거야. 그 점 확인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를 기쁘게 해주고 그가 생각한 것이 옳았다고 확인시켜 주고 싶긴 하지만 나는 이걸 말해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 직업을 실천에 옮겨온 그동안만큼 현실이 내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처럼 느껴본 적은 없다. 현실은 내 손가락 사이로 새나간다. 손을 오므려서 거머잡을 수 없는 물 같은 것이다. 그는 어깨를 으쓱한다. 물이라고? 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는 내가 허구를 두고 하는 말이냐고 묻는다. 내가 그에게 말한다. 아녜요. 절대로 아녜요. 난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253쪽)